말에는 무게가 있다.
그 무게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생긴다.
말을 하는 사람의 재산과 지위, 나이, 성별, 힘, 인맥, 국적, 지식, 언변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그 사람의 평소 행실에 따라 듣는 사람들이 무게를 매긴다.
그런 요인과는 별도로, 말이 많으면 상대적으로 무게감을 갖기 어렵다. 듣는 사람이 그 많은 말을 다 기억할 수도 없고 어떤 말이 중요한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말이 많은 이유는, 타고나길 수다쟁이로 태어난 사람도 있고 머릿속에서 할 말을 정리하지 못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사람도 있다. 혹은 ‘TPO’에 맞지 않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들의 말은 가벼울 수밖에 없다.
말한 사람이 말을 한다는 것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거나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인데,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타인이 내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는다면 그만큼 속상한 일도 없겠다.
하지만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을 탓하기보다는 내 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 스스로에게 원인을 찾아야 한다.
내가 재벌이 아니고 서울대를 졸업하지 않았고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아니고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고 70세가 넘지 않았다면 말하기 전에 꼭 이 세 가지를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 나의 말이 **옳은가? 필요한가? 친절한가?**
유시민 작가가 방송에 나와 한 말인데, 그가 한창 까칠하기로 하늘을 찌르던 정치인 시절에 누군가 조언해 준 말이라고 한다. 듣자마자 나도 크게 공감이 됐다.
가장 먼저, 나의 말은 거짓 없이 사실에 부합하고 논리에 맞는지 생각해야 한다.
요즘은 애초에 이 단계를 건너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고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말도 끝까지 들어보고 따져봐야 하는데, 다른 편의 말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를 알기는 매우 어렵다. 판단은 본인의 몫이지만, 편견에 사로잡혀 무엇이 팩트인지 알려는 노력자체를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말은 퀵서비스나 택배에 불과하다. 우리가 택배를 기다리는 이유가 택배기사를 만나기 위함은 아니다. 그가 전달해 주는 물건이 설레게 하는 것이지… 알맹이가 없거나 속이 텅 빈 포장이라면 그런 택배는 필요 없다.
다음으로 옳다고 판단되면 이 말을 하는 것이 필요한지를 따져보자. 옳지만 필요 없는 말들도 있다. 말기암 환자에게 자신이 한 달 후에 죽을 것을 알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때로는 모르는 게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경우들도 있다.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의 장례식장에서 굳이 보험금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위해 말을 해야 하는지, 시기와 장소 등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까지 검토를 마쳤고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면… 친절해야 한다.
옳고 필요한 말이라도 ‘예의’에 어긋나거나 ‘친절’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말을 밀어낸다.
옳고 필요한 말은 듣는 사람 입장에선 듣기 싫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말들은 대체로 달콤하지 않다. 그런데 불친절하고 훈계하듯이 비아냥거리거나 또는 강압적이라면 상대의 공감은커녕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 3가지에 부합되는 말은 그래도 듣는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 낼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의도적으로 어기면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보유통인들(흔히 기자라고도 불린다)과 정치인들이 그렇다.
옳은 말인지를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들. 사실보다는 의도와 파장, 본인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일과 현상은 3차원이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사면체, 오면체, 육면체… 사람이 모두 한쪽 방향에 서 있을 순 없다. 똑같은 사건을 보고도 이해와 해석이 다르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감은 의지의 영역이다. 공감하고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죽을죄를 지었다 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아무리 팩트와 논리로 설득해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대부분의 정보유통인들과 정치인들은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 사실과 상관없는 내용을 상대가 가장 아파할 때에 가장 가시 돋친 말로 한다. 그래서 반대진영의 사람들에게 분노와 억울함을 안겨주고 자기편에겐 희열과 폭력의 짜릿함을 선물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정보유통인도 아니고 정치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은 직업적 특성상 먹고살기 위해 그렇다 치자.
일상생활을 하면서 이런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은 타고난 사이코패스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3가지를 지키려 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야 내가 하는 말에 무게감이 실리고 ‘믿음직’ 스러운 사람이 된다.
타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