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어 Nov 13. 2024

1. 장이 맛집을 지배한다

내가 장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1년에 연례행사처럼 한두 번은 밤새 토하고 설사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 날을 복기해 보면 라면을 먹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뭔가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라면은 맛있었지만 멀리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증상에도 단계가 있었는데, 우선 낮에 머리가 무거워진다. 두통이 점점 심해지다가 밤에 잠에 들면 반드시 새벽 1시, 2시쯤 눈을 뜨게 된다. 속이 울렁거리고 화장실로 가서 설사를 심하게 하고 나면 그때부터 구토가 몰려온다. 한창 토하다 보면 허벅지에 쥐가 날 때가 있는데, 두어 시간 그런 고통을 겪고 아버지가 양귀비를 끓인 물을 주면 뭔지도 모르고 마신 후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장이 좋지 않다는 걸 인지했지만 어릴 때는 잘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자기 제어가 쉽지 않은 나이이기도 했고 어머니가 없어서 누군가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인 식사가 몸 관리에 도움을 줬지만 밤을 새워서 놀기도 하고 끼니를 거를 때도 있고 담배에 쩔어 지낸 적도 많았다.   

그나마 그 시절에는 젊음으로 그런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밖에서 밥을 먹는 일이 많아졌다.  

어떤 날은 편안했지만 어떤 날은 체하고 토하고…  

그때는 스트레스와 피로 때문에 몸이 버티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식당이 문제였던 것 같다.


식당이 문제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결정적 계기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본 후다.


사실 그전에는 식당의 조리 공간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테이블 위에 놓인 완성된 음식을 보고 맛보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골목식당을 본 후,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몹쓸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식자재 관리가 안된 식당, 위생이 불량한 식당의 실상을 보게 되면서 원인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 스스로를 인간 리트머스라고 생각하고 내가 먹고 난 후, 탈이 안나는 식당은 최소한 재료와 위생은 검증된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한번 식당을 간 후 탈이나 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식당은 다시는 가지 않았다. 내가 두 번 세 번 가는 식당은 일단 괜찮은 곳이다.


그렇게 나의 카카오맵 즐겨찾기에 식당과 카페가 아주 더디게 하나씩 늘어갔다.  

그중에는 이미 많이 알려져서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곳도 있고 맛집임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 곳도 있다.  

내가 공개한다고 사람들이 갑자기 몰릴 일은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공개해보려고 한다.  


아무쪼록 나와 같이 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정보가 되어 즐겁게 먹고 속도 편안해 지길 기원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