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가평에 소소하게 땅을 샀다.
230평 정도 되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땅이다. 땅을 사면서 처음 가보는 그 동네에 익숙해졌다.
가평군 조종면에 있는 그 땅은 흔히 '현리'라고 알려진 곳이다. 근처에 군부대가 많고 골프장이 많다.
주말마다 현리 시내에는 군인들과 그 가족, 친구, 연인등 젊은 이들로 넘쳐난다. 거기에 더해 골프장을 이용하는 4~50대 아저씨들도 많이 보인다.
그들이 주로 가는 곳은 식당과 카페인데, 현리는 작은 읍내 수준의 동네라서 식당이 많이 없다.
처음 땅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용한 식당은 오래된 설렁탕 집이었는데 훌륭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기름기가 많이 없어서 먹어도 탈이 없었다. 하지만 고기를 안 먹어 버릇해서 그런지 어느 날부터 설렁탕이나 갈비탕 같은 기름이 노골적으로 들어가 있는 탕 종류의 음식을 먹으면, 음식 상태와 상관없이 먹기만 해도 탈이 났다.
그래서 현리에 있는 다른 식당을 찾다가 우연히 들어간 곳이 바로 ‘형제식당’이었다.
이곳은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한정식에 가깝다.
다양한 생선구이와 제육볶음, 삼겹살 등의 메뉴를 판다. 1인 정식도 주문이 가능하다.
기본 반찬이 그때그때 조금씩 달라지지만, 10여 가지의 반찬이 나온다. 전라도 한정식집 같은 느낌을 준다.
나물과 김치, 감자조림, 멸치볶음, 젓갈, 샐러드 등 다양한 반찬은 하나하나 허투루 나오는 게 없다. 각각 정성을 쏟아 정갈하다. 그때그때 계절에 맞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메인 요리인 생선구이는 솥 접시에 나오는데 고등어 구이가 일품이다. 크기도 큼지막하고 적당한 불에 구워져 지글지글 기름이 잘 배어 나온다. 김이 솔솔 나는 고등어구이에는 역시 돌솥밥이 잘 어울린다.
솥밥은 기계로 하는 것 같은데 쌀이 좋은 것 같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에 고등어구이 한 점을 올려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나는 먹어본 적은 없지만 다른 테이블에선 삼겹살을 구워 먹는 손님들이 있다. 힐끗 테이블을 엿봤는데, 삼겹살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선홍빛의 삼겹살, 층층이 흰색과 붉은빛을 내는 고기 퇴적층은 보는 것만으로 군침을 돌게 만든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질 좋은 삼겹살이다.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올리자마자 ‘치이이익' 소리를 내며 기름이 흘러나온다.
생삼겹삽이 노릇노릇, 약간 탈듯한 상태로 익힌 후 상추에 올리고 쌈장과 마늘을 하나 얹고 깻잎을 뒤집어 입속으로 넣으면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친구와의 오해도 풀리고 가족 간의 정도 애틋해진다.
그 맛을 나도 안다. 하지만 난 삼겹살을 먹을 수 없다. 소화가 안되기 때문이다.
옆 테이블의 삼겹살을 훔쳐보다 다시 내 앞에 놓여 있는 생선구이에 집중한다.
와이프는 보통 보리밥 정식을 시키는데 제육이 나오고 보리밥과 비벼먹을 수 있는 나물들이 나온다.
같이 나오는 된장국도 시골에서 담근 진한 된장의 향이 난다.
형제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항상 배가 부르다. 그 많은 반찬과 밥, 생선을 먹고 솥밥에 남은 누룽지까지 싹싹 먹기 때문이다. 낙지젓갈이나 오징어젓갈, 가끔 명란젓갈이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 두세 번 추가로 요청해도 밝은 얼굴로 가져다주신다.
사장님과 가족분들이 운영하시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친절이 몸에 배어 있다.
이곳은 거의 10번 이상 방문해서 단골이나 마찬가지인데 단 한 번도 탈이 난적이 없다.
식당의 위생상태도 훌륭하고 널찍하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TV를 너무 크게 틀어놓아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맛을 음미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정도…. 말씀을 드릴까 했지만 동네에서 오시는 손님들은 TV를 즐기는 분도 있을 것 같아 말하진 않았다.
가평군 조종면이나 근처 축령산 등에 갈 일이 있다면 이곳 식당을 적극 추천한다.
가족들과 함께 가면 절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단, 일요일은 영업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