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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북쪽에 있는 생선구이 맛집 (신철원시장)

식사를 마친 후 나는 3시간을 지켜본다

by 무어 Nov 27. 2024

우리 부부가 처음 철원에 가게 된 건 ’그냥’이었다.   

주말 아침 어디를 갈까 하고 집을 나섰다가 무작정 북쪽을 향했다.

그렇게 차 안에서 검색을 했고 백종원의 골목식당 철원편을 찾게 되어 정말 우연히 ‘신철원시장’으로 향하게 됐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일단 철원시청에 주차를 했다. 시청 입구에 커다란 소나무들이 있었다.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무더운 여름 매미들은 경쟁하듯 울어대고 햇빛에 5분만 노출돼도 몸이 재로 변할 것 같은 날씨였다.

하지만 낯선 곳에 왔다는 것 만으로 설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와보지 않은 곳이었다.


주차를 하고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농협 하나로 마트가 있었고 걸어갈수록 길가에 좌판을 깐 노점상들이 늘어났다. 포터 트럭에서 전통과자 한 박스를 6천 원에 팔고 있다. 전병 과자와 강정 같은 과자들이었는데 가성비가 아주 뛰어나 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입을법한 운동복과 다양한 옷을 파는 상인도 있고 아이스크림 가게, 분식집 등이 보였다.   

다행히 장날이었다. 신철원시장은 3일, 8일에 장이 서는 5일장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실컷 장구경을 하고 점심을 어디서 먹을지 고민을 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온 집은 철원 콩나물국밥집과 주꾸미 집이었다. 검증이 된 집이긴 했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다. 그렇게 검색을 하다가 시장 안에 생선구이조림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식당을 발견하게 됐다.   

식당 이름이 메뉴명이라니… 김치찌개 식당 간판에 김치찌개만 써놓은 셈인데, 밖에서 안을 힐끗 훔쳐보니 노부부 두 분이서 운영하시는 것 같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손님은 10명 정도 있었다.   

배도 고프고 해서 더 고민하지 않고 들어갔다.


식당 한 벽에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생선구이, 고등어조림, 가자미조림, 갈치조림, 동태찌개, 삼계탕, 닭볶음탕, 생삼겹살에 김치찌개까지…   

대표 메뉴를 물어봤는데 생선구이를 추천해 주셨다.   

나는 보통 식당 주인이 추천해 주는 메뉴는 일부러 시키지 않는 편이다. 남는 재료 소진을 위해서 일부러 추천해진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해서인데, 노부부의 말투나 인상을 봐선 속일 것 같은 분들은 아니었다. 믿고 생선구이를 주문했다.

먼저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맛집들의 공통점은 반찬 하나하나에 소홀함이 없다는 점이다. 가짓수를 채우기 위해서 억지로 내놓는 반찬이 아닌 정성을 다한 반찬 하나하나가 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김치와 계란말이, 시금치 무침, 어묵 조림, 간장 간이 잘 벤 깻잎과 멸치볶음 등 집에서 밑반찬으로 먹을만한 것들을 하나씩 맛보고 있으니 잘 구운 고등어구이와 된장찌개가 나왔다. 그리고 솥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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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밥은 1인분씩 나오는 솥이 아니고 큰 솥에서 2인분을 직접 덜어주신다. 그리고는 물까지 직접 부어주신다.  

밥은 맨 위부터 솥 아래쪽으로 갈수록 층마다 다른 식감을 보여준다. 골고루 섞어서 밥그릇에 담아주시기 때문에 한입 안에 여러 가지 밥의 딱딱함의 정도를 느낄 수 있다. 솥과 닿아 있는 부분까지는 긁어주시지 않는다. 누룽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인데, 할아버지가 그걸 계산하시고 담아주신 것 같았다. 밥은 아주 부드러운 느낌부터 약간 고슬고슬한 느낌까지 다양하게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생선은 고등어와 가자미 구이가 같이 나온다. 생선구이는 무엇보다 생선의 물이 좋은지와 굽기의 정도가 중요하다. 특히 고등어는 가을철 9월부터 11월 정도까지가 살이 퍽퍽하지 않고 쫀득하며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찾아간 시기는 여름이어서 최상의 고등어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잘 냉동된 고등어가 1년 내내 유통되는 시기이다. 생물이 아니더라도 맛 좋은 고등어를 잘 구우면 이런 맛이 날 것 같다. 고등어의 등이 보이게 뒤집은 후 껍질 속으로 젓가락을 찔러 넣으면 하얀 김이 모락 피어오른다. 검고동색 살과 흰색 부분이 적당히 그러데이션 된 고등어 살을 한 젓가락 집어서 입에 넣으면 첫 씹음에는 부드러움이 묻어나고 두 번, 세 번 씹으면 꾸득한 느낌이 퍼진다. 퍽퍽하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적당한 맛이다.  

가자미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생선인데 맛이 담백하다. 고등어와 같이 기름기가 별로 없고 그렇다고 삼치 같이 뻑뻑하지 않다. 양념된 간장에 한 꼬집 찍어 먹으면 짭짤 달콤하다.  

밥과 생선을 한 번씩 번갈아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이때쯤 되면 반찬 두세 개 정도는 리필 요청을 하게 돼 있다. 우리는 계란말이와 깻잎을 추가 요청 드렸다.


어느 정도 식사를 마무리한 후 솥밥에 부어 놓았던 물이 누룽지가 되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꼭꼭 밥을 씹을 때 나오는 포도당이 고온의 솥에서 물에 적당히 녹아들어 간 것처럼 누룽지는 구수하고 들짝찌근하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누룽지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된장찌개에 남은 건더기를 같이 먹는다.   

그리고 이번 식사의 마지막을 알리는 선언인 양 누룽지를 밥그릇에 덜어 사발째 들이키면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가 마무리된다.


식사를 마친 후 나는 3시간을 지켜본다. 먹으면서 느낀 식당의 상태와 음식맛으로 봐서 탈이 날 것 같지는 않지만 몸은 눈과 혀보다 정직하기 때문에 기다려본다.   

역시나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식당 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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