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브런치에 글을 연재한 지 1년이 넘었다. 지금은 두 편의 에세이와 한 편의 소설을 꾸준히 쓰고 있다.
글을 잘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쓰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글쓰기가 내 일상이자 익숙한 작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는 즐거움은 그 이상이었다. 매주 세 가지 주제를 정해 세부 내용을 채우는 일은 설레는 일이었고, 비록 적은 수의 구독자일지라도 눌러주는 ‘좋아요’와 댓글 하나하나가 힘이 됐다.
하지만 최근 2주간은 달랐다. 단 한 줄도 쓰고 싶지 않았다.
주말에도 출근하면서 회사 일이 바빠진 탓도 있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가 이 시국에 글을 써서 대체 뭘 하겠다는 거지?”
분노와 허무감이 나를 집어삼켰다.
알코올중독으로 망상에 빠진 정신 이상자가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 그의 망상은 더 이상 망상이 아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졌고, 우리는 수십 년을 후퇴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글을 써서 뭐 하겠는가? 에세이 한 편, 소설 한 편이 지금의 현실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여의도의 탄핵 집회에 나간 것도 아니다.
사실 지난 대선 때부터 나는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윤’이 당선되자마자,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엄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고, 결국 비극적 결말로 이어질 거라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집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윤’을 뽑은 사람들, 특히 20~30대 남성들이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너희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선동과 이미지에만 휩쓸리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봐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묵하기로 했다.
‘윤’을 선택한 이들에게 물으면 대개 “이재명이 싫어서”라고 답한다.
왜 싫으냐고 물으면 “죄를 많이 지었고 표독스러워서”라고 말한다.
어떤 죄냐고 물으면 “내가 그런 걸 알아야 하냐”라고 되묻는다.
어처구니가 없다.
조국에 대한 반응은 조금 더 명확했다.
그를 싫어하는 이유는 “위선자라서”라는 것이다.
세상을 향한 잣대와 자신을 향한 잣대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논리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겪은 일을 떠올리면 화가 치민다. 사모펀드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는 그의 가족을 철저히 짓밟았다. 모든 걸 뒤졌지만 혐의가 없자, 결국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산골 전문대 표창장 위조라는 혐의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그의 아내와 딸은 처참히 파괴됐고, 조국 자신도 감옥에 갔다.
검찰과 권력은 조국을 질투하고 미워했다.
그가 똑똑했고, 강직했으며, 외모까지 완벽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신들의 조직을 개혁하려 하는 그를 제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
이재명은 또 다른 방식으로 미움을 받았다.
그는 조국처럼 엘리트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가난한 안동의 촌에서 태어나, 공장에서 일하며 독학으로 대학에 갔고,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다.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인생 역전을 이뤄낸 사람이다.
가난하게 살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주변이 깨끗할 수가 없다.
알코올중독에 걸린 아버지나 형이 있고 돈 없어서 만날 때마다 돈 얘기를 하는 형제자매 또는 친척이 있다.
한집 건너 이웃들도 주변에 성공한 사람이 나왔다 하면 과거에 물 한 바가지 빌려준 것도 끄집어내서 갚으라고 눈치를 준다.
가난은 그런 것이다. 이재명에게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붙어 있었을까…
나는 너무나 이해가 되고 연민까지 느껴진다. 흔히 중산층이라고 불리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보호 속에 평온하게 살아온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의 인생은 공감이 안될 것이다.
물론 조국과 같은 극 엘리트의 삶도 공감하긴 힘들다.
그런 조국과 이재명은 ‘윤’에게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검찰총장이었던 때부터 그랬고, 대통령이 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그들의 삶을 샅샅이 뒤졌다. 집안의 숟가락, 젓가락 하나까지도 뒤져 혐의를 만들었고, 그것도 모자라 군대를 이용해 모든 것을 쓸어버리려 했다.
나는 확신한다. 그의 계엄이 성공했다면, 그는 직접 이재명과 조국을 끌어내려 자기 손으로 심문했을 것이다.
정치는 내 삶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정확하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지만 난 가본 적이 없다. 미국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내 입장에서는 허구일 가능성도도 있다.
하물며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진실을 알기는 힘들다. 모든 정보는 편향되어 있다. 그것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이 모든 게 민주당의 모략과 전략에 의해 농락당하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이재명은 정말 사탄이고 조국은 파렴치한 위선자일수도 있다. 그런 가능성도 난 열어둔다.
세상에 완벽한 100%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윤‘이라는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다.
2년 반 넘게 ‘윤‘과 그의 ’마누라‘가 했던 행적과 비리, 격노, 불통, 개입, 오만은 박근혜 탄핵때와 마찬가지로 켜켜이 쌓여서 계엄이라는 방아쇠로 터져버렸다.
분노가 치민다.
‘윤’과 그의 시대를 용납할 수 없다.
그가 대통령 자리에서 파면되지 않고 복귀한다면 우리나라는 미얀마 같은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