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른하임(Dornheim)의 "성 바르톨레메오교회"
잘 알다시피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는 그의 나이 불과 18세가 되던 1703년에 아른슈타트(Arnstadt)에 있는 바하교회(Bachkirche)의 오르가니스트로서 자신의 음악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1707년 뮐하우젠(Mühlhausen)의 "성 블라지우스 교회(St. Davi Blasii Kirche)"의 오르가니스트로 자리를 옮긴 후, 같은해 10월 17일 그의 육촌 누이동생인 마리아 바르바라(Maria Barbara Bach, 1684~1720)와 결혼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하가 아른슈타트나 뮐하우젠에서 결혼식을 올렸을 것이라고들 생각해 왔으며,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 독일 여행 중에 막상 바하가 결혼식을 올린 곳은 뮐하우젠이나 아른슈타트가 아니라 아른슈타트 인근의 작은 마을 도른하임(Dornheim)에 있는 "성 바르톨레메오(St. Bartholomäus) 교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여 도른하임을 찾게 되었는데, 도른하임은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아른슈타트(외곽)에서 약 4km 정도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는 약 5-6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다.
네비게이션에 "바하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를 치고 잠시 달렸을까. 네비게이션은 목적지에 도달했음을 알리며 안내를 종료했다. 그런데 문제는 자동차에서 내린 내 주위에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달랑 이것 뿐.
하여 일단 위 사진 속의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겼는데,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 문에서 "이 문을 지나가면 성 바르돌레메오 교회로 갈 수 있다. 바하기념장소(Bachgedenkstätte)"라고 쓰여 있는 글씨를 발견했다. 하여 쾌재를 부르며 문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과연 교회 건물의 상징이 되다시피한 첨탑을 가진 건물이 나타났다.
교회의 아래층 문. 큰 글씨로 성 바르돌레메오 교회라고 쓰여 있고, 그 밑으로 "요한 세바스찬 바하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라고 쓰여 있고,
그 옆의 벽에는 이 건물이 독일 기념물보호협회와 튀링엔주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취지로 보이는 명패들이 붙어 있다.
교회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가이드의 설명과 안내를 받고 싶다면 연락하라며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던데, 전화를 걸지는 않았다. 우리네 향교나 서원 같은 곳에도 저렇게 연락처를 적어 놓은 경우가 있어 두어번 전화를 걸어봤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경험이 그 이유였는데, 이글을 쓰다보니 전화를 걸어 보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스럽다.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담에는 바하의 흉상이 보이고, 그 밑으로 이곳에서 1707년 10월 17에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와 마리아 바르바라 바하가 결혼식을 올렸다고 쓰여 있다. 1707년이면 바하의 나이 22살일 때인데, 22살의 바하의 모습은 우리가 자주 만나는 초상화 속 장년의 바하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 벽에는 바하를 기억하기 위하여라는 큰 글씨 밑으로 바하의 일생을 간략하게 요약해 놓은 글도 보이는데, 그에 따르면 바하는 "1685년 3월 21일에 아이제나하(Eisenach)에서 태어나고, 1707년 10월 17일에 이곳에서 결혼하였으며, 1750년 7월 28일에 라이프치히(Leipzig)에서 사망했다".
제일 먼저 보여 준 교회 사진 옆으로 보이는 문을 통해 들어가면, 첨탑을 갖춘 또 다른 모습의 성 바르톨레메오 교회를 만날 수 있는데,
그 앞으로 유럽의 많은 교회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교회묘지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바하가 유명해지면서 오늘날 성 바르톨레메오교회는 그 본래의 이름 보다는 "바하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 (Traukirche)"로 더 많이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