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공화국이 유럽의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그 전신인 프로이센이 1866년의 프로이센-오스트리아 전쟁(7주 전쟁)에서 승리해서 오스트리아로부터 슐레스비히-홀슈타인(Schleswig-Holstein)을 넘겨받게 된 역사적 사건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중세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유럽대륙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오스트리아는 이 전쟁의 패전국이 되면서 유럽에서의 패권을 잃고, 주변국으로 전락하게 되는 아픔을 맞이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인해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커다란 실의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긍심을 불러 넣어 준 곡이 있으니, 바로 왈츠의 왕이라고 불리는 요한슈트라우스 2세(Johann Baptist Strauss II, 1825~1899)가 1867년에 발표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에서(An der schönen, blauen Donau)"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정으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에서"는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곡으로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데, 여기서 잠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에서"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에서'의 배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도나우(Donau) 강이다. 도나우강은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독일 남서부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 들어가는 강으로 러시아 서부를 흘러 카스피해로 흘러 들어가는 볼가(Volga) 강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아, 도나우강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의 영어식 이름인 다뉴브강(Danube River)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듯한데, 이 글에서는 독일식 이름인 도나우강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로 하겠다.
한편 독일 남서부에서 발원하여 흑해로 흘러 들어가는 도나우강의 발원지가 구체적으로 어디인지에 관하여는 약간의 다툼이 있는데, 이처럼 그 발원지에 대한 이설이 있다 보니 도나우강의 길이는 2840km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고, 2860km로 소개되는 일도 있다. 다만 도나우에슁엔(Donaueschingen)이란 도시 한복판에 있는 도나우 샘(Donauquelle)이 도나우강의 발원지라는 것이 조금은 정설화 되어 있는 듯한데, 도나우에슁엔이란 도시의 이름만 보아도 그러한 설명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도나우에슁엔 사람들은 자신들의 도시를 감싸고 흐르는 브리가흐(Brigach) 강의 한 지점인 도나우샘에서 도나우강이 발원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브리가흐강이 도나우에슁엔의 조금 남쪽을 흐르는 브레그(Breg) 강과 합류하는 지점을 "두 강이 모이는 곳(Zusammenfluss)"으로 부르며, 그곳부터 본격적으로 도나우강이 시작한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하니 도나우강의 발원지인 도나우샘을 보고 싶다면 일단 도나우에슁엔을 찾아갈 일이다. 도나우샘에 이르게 되면 제일 먼저 각국의 언어로 써놓은 이런 표지판과 만나게 되는데, 만국 공용어가 되다시피 한 영어가 안 보인다는 것이 이색적이다. 내 추측이기는 하지만, 도나우강이 실제로 흘러가는 나라(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몬테니그로 및 우크라이나)들의 언어로만 써놓았기 때문인 듯싶다.
도나우샘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도나우샘 위쪽에 있는 시교회(Sradtkirche) = 성 요한 교회(St. Johann Kirche)의 마당인데, 이는 도나우샘이 시교회 바로 밑에 있기 때문이다. 도나우 강의 발원지를 둘러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도나우샘을 먼저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 도나우에슁엔의 랜드마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시교회이며, 시교회는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시교회로서의 격식과 위엄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도나우에슁엔 시내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도 시교회이며, 도나우샘과 (도나우에슁엔의 또 하나의 관광 중심지인) 영주의 성 또한 시교회 바로 아래에 있어서 시교회는 도나우에슁엔 관광의 출발지로서 가장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 어디에서나 시교회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도시의 이정표로도 손색이 없다.
시교회 마당에서 바라본 도나우샘인데, 보통 도나우샘 주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게 마련이어서 아래 사진처럼 온전히 도나우샘의 모습만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밑으로 내려가서 이번엔 샘과 그 주변을 정면에서 바라보면 도나우샘은 이런 모습으로 다가온다.
도나우샘의 정면에 보이는 조각상만 클로즈업한 것인데, 바르(Baar) 어머니가 어린 도나우(Donau)에게 흑해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고 있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평범해 보이는 샘이지만 샘물만 근접촬영을 해보면 꽤 그럴싸해 보인다. 석회암지역에서 용출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 샘이 도나우 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15세기 경이라고 한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는 물이 맑아서 깊이는 가늠할 수가 없다.
도나우 강은 바다(흑해, Schjwarzmeer)로 흘러들어 가는데, 흑해까지의 거리는 이곳으로부터 2840km라고 한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국제하천인 도나우강의 위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이란 것이 본디 위로부터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갖는 것이니 이 같은 샘이 어떤 강의 발원지가 되려면 역시 지대가 좀 높아야 할 것인데, 도나우샘이 위치하고 있는 이곳의 높이는 해발 678미터라고 한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도나우강의 발원지가 어디인가에 대하여는 약간의 논란이 있다. 즉, 앞에서 이야기한 도나우샘이라는 견해와 브레그(Breg) 강이 시작하는 또 다른 곳이라는 견해가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도나우강의 발원지를 놓고 견해가 갈리는 이유는 아래 사진을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데, 바로 사진의 왼쪽과 오른쪽에서 물이 흘러들어 와서는 이곳에서 두 물길이 만나 하나의 강(도나우 강)을 이루어 흐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하니 왼쪽에서 이곳으로 흘러드는 브리가흐 강의 어느 지점, 그리고 오른쪽에서 이곳으로 흘러드는 브레그 강의 어느 지점... 이 두 곳 모두 도나우 강의 발원지라고 주장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왼쪽의 브리가흐 강이 조금 더 넓고 물도 맑으며, 오른쪽의 브레그 강은 상대적으로 좁고, 물도 조금 더럽다.
어찌 되었든 간에 여기서부터는 틀림없이 도나우 강이다. 그래서 이 지점을 "두 개의 물길이 만나 도나우 강이 되어 흐르는 곳"이란 의미를 담아 Donauzusammenfluss라고 부르는데, Donauzusammenfluss는 Donau + zusammen(함께) + fluss(강)의 합성어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도나우 강이 흘러가는 나라들을 상징하는 깃발들이 꽂혀 있다.
깃발 뒤쪽으로 커다란 조각상이 하나 보여 혹시 도나우 강과 관련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싶어서 달려가 보았더니, 이곳을 다스렸던 영주의 결혼 기념비일 뿐이다.
Donauzusammenfluss는 도나우에슁엔의 도심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도시의 완전 외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근처에 대규모 스포츠 콤플렉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수단과 잘 연결되어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자동차를 가지고 가는 경우, Donauzusammenfluss로 우리를 인도하는 교통표지판이 전혀 없어서 찾아가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그러니 물어물어 가는 것이 유일한 방책인데, 어쨌거나 이런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면 제대로 찾아든 것이다.
그리고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부터 이런 길을 따라 조금 걸어 들어가면 앞에서 본 것과 같은 두 곳에서 흘러나온 물길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인 Donauzusammenfluss는(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두물머리쯤 되겠다.)에 다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한 곳에서 발원한 도나우 강은 오스트리아를 거쳐 헝가리의 대평원을 지난 다음 드디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Budapest)에 이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도나우 강은 물줄기의 방향을 남쪽으로 바꾸어 흐르면서 카르파티아(Karpaten) 산맥과 발칸(Balkan) 산맥 사이를 통과하게 되는데, 이곳이 철문(鐵門, Iron Gates)이라고 불리는 유럽에서 가장 깊은 협곡이라고 한다. 사진과 내용은 Naver에서 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