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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Jan 01. 2024

독일의 "운전면허증"은 종이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플라스틱 면허증이 발급됩니다.

* 이미 발행했던 글인데, 연재 형태의 브런치 북을 만들다 보니 체계상 필요해서 이곳으로 옮겨 왔습니다(이전 글은 삭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증은 독일에서는 그 효력이 없다. 따라서 독일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거나, 아니면 독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하여 독일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Post Doc.)을 밟고 있던 시절에 독일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었다. 독일 만하임 대학(Mannheim Uni.)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을 밟던 때인 1996~1997년이니, 이미 20년도 훨씬 저쪽의 일이다. 그런데 당시 독일의 운전면허증은 '종이'로 되어 있었으며,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6면으로 이루어져 마치 수첩을 방불케 했었다. 또한 크기도 엄청 커서 설사 접는다고 해도 우리가 보통 가지고 다니는 반지갑에는 넣고 다닐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과거 독일에서는 운전면허증용 지갑을 따로 팔기도 했었다.


97년에 발급받았던 당시 독일의 운전면허증 전면이고,

당시 운전면허증의 후면이다. 26년 전의 내 모습, 내가 봐도 나 같지 않다. ㅋ

독일 운전면허증이 갖고 있는 이러한  불편함에 대해서는 독일 사람들도 예전부터 인정을 해왔는데, 그리하여 언젠가부터 독일의 신규 운전면허증은  우리의 그것과 같은 크기의 플라스틱 면허증으로 바뀌었다. 다만 플라스틱 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예전에 발급된 종이로 된 면허증은 그대로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굳이 플라스틱 면허증으로 바꾸지 않아도 독일에서의 운전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독일사람들 중 상당수가 예전의 운전면허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Freiburg Uni.)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던 2016년에 소지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간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플라스틱 면허증의 발급을 신청하였다. 그리고 신규 플라스틱 면허증을 발급받던 날에 담당 공무원에게 "기념으로 예전의 면허증을 그대로 갖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 "알았다"라고 하더니 Ungültig(유효하지 않음)라고 적힌 도장을 운전면허증 모든 면에 쾅쾅 찍어대고는, 그것도 모자라 네 귀퉁이를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버린 후에야 나에게 건네주었다.


아, 플라스틱 면허증이 발급되기 시작하면서 또 한 가지의 변화가 일어났다. 예전의 독일 운전면허증은 유효기간이 무기한이었다. 그래서 나와 알고 지내는 80세를 넘기신 독일 교수의 운전면허증에는 당신의 대학시절 사진이 그대로 붙어 있는데, 사진만 보아서는 사진 속의 인물과 내 앞에 있는 노교수가 동일인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도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플라스틱 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하면서 운전면허에 유효기간(15년)이 생겨났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번거로운 행정절차를 밟아 신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필요가 있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신규 플라스틱 운전면허증 발급을 신청하던 2016년으로부터 15년 후면 2031년이 되는데, 그렇다면 내 나이가 72살에 이른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그 나이에 내가독일에서 운전하고 다닐 일이 없을 확률이 99.99%에 달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여 신청을 했다. 그리하여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이 바로 이것인데, 전면이고,

후면이다.

아, EU가 생겨나면서 독일의 운전면허증은 EU에 가입한 국가에서도 당연히 효력을 갖는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내 독일 운전면허증은 곧 유럽 운전면허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멀기만 할 것 같던 15년이란 기간 중 벌써 7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나는 여전히 틈만 나면 유럽으로 달려가고 있다. 가끔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도 한데, 2031년 이후 유럽에서 운전해야 할 일이 생기면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으면 되니 크게 잘못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혹시 모른다. 2031년부터는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증이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그 효력이 인정되게 될지도 말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여권(Passsport)파워가 신장되듯이 우리의 운전면허증의 파워가 증대되게 되면, 그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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