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깨달음의 샘물 Jan 08. 2024

마인츠(Mainz)에서 만나는 로마 시대의 자취  

마인츠 사람들은 말합니다. "마인츠는 땅만 파면 로마가 있다"라고...

1. 로마(Rome) - 문명의 상징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나라의 많은 도시들이 자신들의 국가와 도시에서 로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현장과 마주치게 된다. 사실 이탈리아가 아니라면, 그들 국가와 도시에 남아 있는 로마의 흔적이란 곧 로마가 그들 국가와 도시를 짓밟았음을 의미하는 것에 다름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들 국가와 도시들은 로마의 흔적에 그리도 열광하는 것일까?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이유를 유럽 사람들에게 있어 '로마'는 문명의 다른 이름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에서 찾고 있다. 다시 말해 유럽 사람들은 "로마가 지나간 곳은 문명이 일찍 열린 곳, 즉 로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가와 도시는 그만큼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곳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로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면, 그곳은 문명이 일찍 미치지 않은 미개지에 불과했다는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2000년에 독일 중부의 마인츠(Mainz)에서 로마시대의 흔적이 발견되었을 때, 온 도시가 아니 독일 전체가 들썩였던 것 또한 이런 맥락하에서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2. 마인츠에서 마주치는 로마의 흔적


그렇다면 이제부터 마인츠에서 만날 수 있는 로마의 자취를 찾아 나서 보도록 하자.

 

(1) 이시스 신전(Isis Heiligtum)

기록상으로 보면 마인츠의 기원은 로마시대로 소급한다. 그런데 (문헌을 제외하면) 마인츠에서는 막상 시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돌조각 몇 개 이외에는 로마와의 연관성을 입증해 주는 온전한 건축물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적어도 2000년에 마인츠 도시 한복판에서 이시스 신전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로마라고  하면 거품 물기 좋아하는 독일인들(유럽인들)이니 이 사건으로 인해 생난리가 벌어졌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측할 수 있을 텐데, 일단 여기가 이시스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그런데 이런 내 이야기를 읽게 되면,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초현대식 건물이라는 것 때문에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의문을 풀기 위한 단서가 되는 것은 아래 사진인데, 이 사진을 이해하려면 이시스 신전의 발굴과정을 알아야만 한다. 하여 그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하려고 한다:


2000년에 마인츠 도심에 대형 쇼핑몰을 지으려는 계획이 세워지고, 그를 위해 지하주차장을 만들려고 터파기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로마시대의 사원이 발견되었다. 고대이집트의 여신인 이시스(Isis)와 그의 대모(Mater Magna)를 모시던 신전이 말이다. 더욱이 이것은 알프스 북쪽에서 발견된 유일한 로마시대의 신전이었고, 이런저런 조사결과 서기 3세기까지 신전으로 사용되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쇼핑몰은 그 이름이 "로마 쇼핑몰(Roemer Passage)"로 그 이름이 바뀌게 되는데, 아래 사진 왼쪽에 희미하지만 "Roemer Passage"라는 글씨가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시스 신전은 이 쇼핑몰의 지하에 있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역사적이나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지 모르겠다만 사실 우리네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이것이 신전터라는 것인데, 솔직히 내 눈에는 돌무더기 몇 개로 보인다. 그나마 이것도 고증을 거쳐 억지로(?) 짜 맞춘 것 일터이니, 발견 당시에는 더 황당한 상태였을 것이었을 테고. 이런 것을 보면 고고학자란 사람들, 참으로 대단한 상상력의 소지자들이다.

이시스와 대모는 홀로그램으로 처리해 놓았는데, 아마도 이곳의 발굴 당시에 최소한의 흔적도 없었던 듯하다.

전시물가운데 그나마 흥미를 끌었던 것 몇 점을 보여주자면, 먼저 이것은 신전에서 사용되었었다는 촛대.

그리고 이것은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데, 어떤 사람에게 나쁜 일이 발생하게 해 달라는 기원(?)을 적어 갖고 다니면 그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했었다고 한다. 음, 네가티브적 의미를 갖는 부적인 셈이다.

이것들 이외에 두 장의 사진이 내 카메라 속에 담겨 있다. 왼쪽 사진은 향기가 배어 나오게 하는 것이라고 했던 것 같고, 오른쪽 사진은 최소한의 내용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참고: 이시스(Isis)와 이시스 신전

이시스(Isis)는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로마 등지에서 숭배된 최고의 여신으로(옆의 사진 참조),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의 딸로 오빠 오시리스(Osiris)의 아내가 되어 아들 호루스(Horus)를 낳았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동생 세트(Set)의 손에 죽은 남편의 갈가리 찢긴 유해를 고생 끝에 찾아내어 비탄 속에 매장한 일, 또한 자식 호루스를 온갖 위난으로부터 보호하며 양육한 일들로 아내와 어머니의 본보기가 되는 여신으로 알려졌다. 오시리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 누이동생 네프티스(Nepfthis)도 함께 애도하고 있는 장면과, 오시리스를 나타내는 사자()의 관 양쪽 끝에는 흔히 이 두 여신의 모습을 그린다"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아울러 "이시스에 대한 신앙은 이집트 지역 밖으로까지 퍼져, 이시스교()로서 소 교단을 형성하고 독특한 비의()를 갖기에 이르렀다. 또한 그리스 사람들은 그녀를 프로디테와도 동일시하였다. 흔히 그 이름의 표의문자인 옥좌()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소의 뿔 사이에 원판()을 놓은 관()을 쓴 것도 있다"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이시스 신전 가운데는 아스완 위쪽에 있는 필레섬에 있던 이시스 신전(殿)이 가장 유명한데, 아스완 하이댐의 건설로 수몰될 뻔했으나 1972년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아길리카(Agilika) 섬으로 이전했다. 25년 전에 그곳을 찾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불행히도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가 없었던 관계로 이곳에 그 모습을 옮겨 놓을 수가 없다.





이시스 신전은 나일 강의 진주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건물로, 이전할 때 전체를 분해해서 돌 하나하나에 번호를 붙여가며 퍼즐을 맞추듯 복원했다고 한다.  

이시스 신전

아마도 이런 사진도 많이 만났을 터인데, 이시스 가족상이다. 가운데가 오시리스, 왼쪽이 호루스, 그리고 오른쪽이 이시스이다.



(2) 로마극장(Roman Theater)

로마 사람들, 원형극장을 만들기를 참 좋아했다. 그래서 그들이 머물렀던 모든 도시들을 가보면, 예외 없이 로마극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마인츠에서는 이상하게도 로마극장이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인츠 남쪽에 기차역을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하는 도중에 홀연히 로마극장(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땅속에 완전히 묻혀 있어서 그 모습이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로마극장(터)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또 한 번 난리가 벌어졌다고 하기는 하던데, 솔직히 우리 눈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리옹이나 베로나.. 등등을 생각하면서 이곳을 찾으면 아마도 커다란 실망감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인츠의 로마극장(터)에 관하여는 그저 땅속에 있던 것이 베일을 드러냈다... 정도의 호기심만 가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찾아가 볼 필요? 글쎄, 아래 사진을 보아 두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시스신전과 로마극장이 발견되면서 마인츠 사람들은 진담 같은 농담, 아니 농담 같은 진담인가를 하기 시작했다. "마인츠는 땅만 파면 로마가 있다"라고...

 





이전 06화 독일의 "운전면허증"은 종이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