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한옥카페 "라울(Raul)",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입니
내 제2의 생활거점인 아산에서 가장 후미진 외곽의 송악면에 너무도 번듯한 한옥 카페가 들어섰다. 식사를 하러 시골밥상 정식집 마고를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발길을 하지 않던 송악로 463번 길(616번 지방도)에 말이다. 사실 이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전혀 빠지지 않는 곳인데, 오늘 찍은 사진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 길을 따라 넓게 자리한 "궁평 저수지(송악 저수지라고도 불리는데, 공식명칭은 궁평저수지이다)"의 풍광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한옥 카페 라울은 바로 궁평 저수지를 끼고 달리는 2차선 도로가에 자리하고 있다. 카페에서 바라본 궁평 저수지의 모습.
라울의 시작을 알리는 돌담. 한옥 카페를 표방하는데, 카페의 이름은 라울(Raul)이다. "한옥 카페"에 사로잡혀 라울이 혹 내가 모르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인가 하고 뒤져봤는데, 네이버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페인 혈통을 가진 사람들의 이름에서 많이 발견되는 Raul...? 아, 그러고 보니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대표적인 최전방 공격수였던 이의 이름도 Raul이었다.
주차장은 아주 널찍하다.
내가 이곳 라울을 찾았을 때는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여전히 카페 주변에 조경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때문에 다소 산만한 면은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 날 좋은 때라면 굳이 실내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밖으로 나와 앉아도 좋을 것 같다. 석등과 굽어진 소나무, 그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밝혀지는 불빛... 훌륭해. 그래도 아직 조금 어설프긴 하지?
그렇지만 이 공간만은 벌써 완비된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이 모습을 보게 되면 (앞에서 보여준) 조금은 어설프게 보였던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탈바꿈하게 될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옥카페 라울의 전경. 떨어지는 지붕의 선과 살짝 들어 올려진 처마의 선이 예술이고, 나무가 주는 따뜻함 또한 지친 우리를 포근히 감싸 안는다.
위의 사진 오른쪽에 앞으로 조금 돌출된 부분이 있는데, 이곳이 라울의 시그네이쳐 공간이다. 다른 사람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자리를 하기에 딱 좋은 곳인데, 문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따라서 이 자리를 탐내는 이가 많다 보니, 이곳을 사용하려면 예약이 필수이다.
이곳의 이름은 한자, 그것도 전서체(篆書體)처럼 보이는 글씨 때문에 읽기가 쉽지는 않다. 대충 "학소재(鶴巢齋)"라고 읽어야 할 것 같은데, 만약 이것이 맞다면 "학이 거하는 곳"을 의미하는 것이 되지.
겉으로 볼 때 예상했던 것보다 막상 실내공간은 좁아서 4명 정도가 딱이지 싶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은밀하게 작당모의를 하기엔 딱일 것 같은 공간이다.
툇마루에 놓인 소반과 의자. 이 또한 정겹기 그지없고...
자, 이제 실내로 들어가 보자. 들어가서 오른쪽에 카운터가 있는데, "한옥 카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메뉴에서 전통차를 발견할 수 없어. 커피, 차, 에이드, 브레드 그리고 피자.
실내 전경. 홀은 창가 쪽과 안쪽 그리고 중앙의 테이블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창가 쪽의 풍경이다. 궁평 저수지를 바라보며 시간 죽이기엔 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왼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두 분 중 왼쪽의 반바지 입으신 분이 이곳의 대표이신데, 조경공사를 진두지휘하고 계시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곳이 안쪽 테이블의 모습. 얼핏 다도 체험 공간으로 딱일 것 같은 느낌.
좌식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안쪽의 방으로 들어가 자리하는 것도 괜찮다. 안쪽의 방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놓여 있는데, 이쪽이 조금 더 고급져 보인다.
상대적으로 이 쪽은 조금 소박해 보이고.
두 테이블 사이에는 우리식의 콘솔(?)과 창문이 있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여행기의 발간작업을 위하여 삽화작가와 북 디자이너의 만남을 위한 장소로 이곳을 택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이벤트가 이어졌다. 원래는 아래 사진 속의 고르곤졸라 피자(무화과 토핑이 이색적)와 마르게리타 피자, 그리고 음료... 이 정도를 생각했는데..
삽화작가 분이 오늘이 내 생일이란 것을 어떻게 아시고 케익을 들고 오시는 바람에 예기치 않은 생일 파티가 벌어지게 되었다는.
그런데 케익을 본 이곳의 대표님이 정말 뜻하지 않게 레드와인과 치즈, 그리고 초콜릿을 내주시면서 축하의 인사를 건네주셨다. 덕분에 그야말로 성대한 생일파티가 열렸다는...
그리고 그에 더하여 성악을 전공하시고 퇴직하신 대표님이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LP인지 CD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3의 음원인지는 모르지만) 들려주셨다. 행복한 생일 파티의 피날레. 이보다 더 완벽할 수는 없지 싶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찾아가기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찾아만 간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곳... 한옥 카페 라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