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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Feb 10. 2024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가 많았던 로보(Lobo)

저에게는 "I 'd Love You To Want Me"로 기억됩니다

1. 들어가며



가수들 중에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자국(自國) 내에서보다 다른 나라에서 더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로보(Lobo, 1943~) 또한 그런 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에서 로보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다. 음악다방은 물론이고, 하다 못해 (신당동) 떡볶이집에서도 디스크 쟈키들은 쉴 새 없이 로보의 노래를 틀어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어마무시하게 인기를 끌었던 로보가 막상 그의 본토인 미국에서는 그리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빌보드 싱글 차트 탑텐에 3곡씩이나 오르고, 특히 이지 리스닝 차트에서는 몇 차례 1위를 차지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은 했다. 그렇지만 미국 전역을 강타하는 강렬한 임팩트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대중음악의  인기라는 것은 한 나라의 국민적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결국 로보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로보의 곡 전체를 감싸안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따뜻한 가사, 그리고 그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가 (미국보다도) 우리네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 것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당시의 대한민국의 꿈 많은 소녀들에게 있어 로보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로보는 자신의 음악이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를 끌었던 것을 전혀 몰랐다. 



2. 로보, 그는 누구인가?


1943년에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태어나서 평생 미국을 벗어나지 않은 로보의 본명은 켄트 라보에(Roland Kent LaVoie)이고, 로보는 제2집 앨범을 내며 사용하기 시작한 예명이다. 잘 알다시피 로보(Lobo)는 생의 절반을 로키 산맥에서 보내며 야생동물을 관찰했던 소설가이자 화가 그리고 박물학자였던 시이튼(Ernest Evan Thompson Seton, 1860~1946)이 34살에 발표한 "늑대왕 로보"에 나오는 늑대무리의 리더 이름인데, 어쩐 이유로 그가 자신의 예명을 Lobo라고 지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아, 로보는 스페인어로는 그 자체로 '늑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로보를 이야기할 때 호사가들이 빼놓지 않는 말은 그에게 인디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젊은 날의 로보에게서는 그 느낌이 조금 덜하지만, 중년에 접어든 그의 모습을 보면 인디언의 후예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사진출처: https://www.gettyimages.com/detail/news-photo/1st-january-american-singer-and-songwriter-lobo-posed-in-news-photo/110957284.


3. 로보의 음악


(1) 1집 앨범: Introducing Lobo

로보는 1961년 록 밴드 "Rumours"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자신의 음악생활을 시작하는데, 록 밴드 시절의 그는 음악적 성공을 맛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1971년 'Introducing Lobo'라는 이름의 앨범(아래 사진 참조)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서 두 개의 곡이 대중적 주목을 받게 된다.

1집 Introducing Lobo 재킷.    사진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14214555053957226/

그 하나는 발표하자마자 바로 빌보드 싱글 차트 5위, 영국 싱글 차트 4위까지 오르며 로보의 이름을 대중에 각인시킨  "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이다. 히피 두 명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잘 나가지도 않는 낡은 차를 타고 국토를 횡단하는 여행기라도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가사가 독특했고, 여행이 주는 즐거움이 뚝뚝 묻어나는 것 또한 좋았었다. 오늘날의 로보를 있게 해 준 "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 이런 노래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윤항기를 비롯한 많은 가수가 번안해서 불러 우리나라에서는 "Me And You And A Dog Named Boo" 보다 더 널리 알려진 "We'll Be one By Two Today"라는 노래이다. 


(2) 2집 앨범: OF A SIMPLE MAN

1집 앨범의 성공이 2집 앨범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로보는 다음 해인 1972년에도 2집 앨범 OF A SIMPLE MAN(아래 사진 참조)을 발매하며 성공가도를 질주한다.

사진 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lobo-of-a-simple-man-vinyl-us-pressing-1972-etsy--155303887533499353/


2집 앨범은 1집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두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I 'd Love You To Want Me"는 빌보드 싱글 차트 2위, 이지 리스닝차트 1위에 오른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히트를 했고. 로보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곡, "I 'd Love You To Want Me" 이다.

뿐만 아니라 이 앨범에 실린 "Don't Expect Me To Be Your Friend" 또한 빌보드 싱글 차트 8위까지 오르는데, 이 곡은 국내에서는 그리 크게 히트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시 들어봐도 익숙하지도 않고, 별로 감응도 일어나지 않지만 일단 링크는 걸어 놓는다.


(3) 3집 앨범:  CALUMET

1973년에 발매된 제3집 앨범 CALUMET(아래 사진 참조)에서는 "How Can I Tell Her" 정도가 나름대로 대중적 지명도를 얻었을 뿐이며, 냉정히 말해 이때부터 로보의 인기는 주춤해진다. 특히 미국에서는 각종 차트에서 앨범은 물론이고, 싱글도 상위권에 오르지는 못한다. 

로보 3집 CALUMET. 사진출처:https://www.pinterest.co.kr/pin/products--155303887572268015/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인기가 여전히 이어지는데, 특이한 것은 미국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곡에 가까운 "Stoney"가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역시 김세환이 그를 "무뚝뚝한 사나이"란 제목으로 번안해서 부른 것에서 찾아야  할 것인데, 다만 김세환의 번안곡 제목이 '무뚝뚝한 사나이'이란 것은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다.  "Stoney"는 가사를 보면 어린 시절 친구와 놀던 추억을 그리는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가사 속의 'Stoney'는 같이 놀던 여자 아이의 이름일 뿐이다. 즉, 가사 속의 'Stoney'는 형용사 stoney(stony)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김세환의 '무뚝뚝한 사나이'는 무언가 형용사 stoney(stony)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풍기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다. 이제 로보와 김세환의 노래로 "Stoney"를 들어 보아야 할 시간이다.


먼저 로보의 "Stoney"이고,

이어서 김세환의 "무뚝뚝한 사나이"이다.


(4) 5집 앨범: A Cowboy Afraid Of Horses

4집 앨범에 이어 1975년에 발매된 5집 앨범 또한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다. 그런 가운데, 5집 앨범에 수록된 "Don't Tell Me Good Night"이 싱글로 발매되는데(아래 사진 참조), 이 곡은 아쉬운 대로 빌보드 싱글 차트 27위에 진입한다. 내가 아는 한, 아마도 이 곡이 그의 거의 마지막 히트곡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https://www.discogs.com/ko/release/2600790-Lobo-Dont-Tell-Me-Goodnight/image/SW1hZ2U6NDQ4NjYyOQ==.

로보의 마지막 히트곡 "Don't Tell Me Good Night"을 들으며, 이제 로보를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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