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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Feb 24. 2024

감미로움을 전해 준 천상의 목소리 Carpenters

내게는 "Top Of The World"로 기억됩니다.

1. 남매 듀오, 카펜터즈 이해하기



서양사람들 중에는 대대로 자기 집안의 직업이었던 것을 그대로 자신들의 성(姓)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밀러(Miller)가 그렇고,  테일러(Tailor) 또한 그렇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혼성 듀오의 이름인 카펜터즈 또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카펜터즈는 리처드 린 카펜터(Richard Lynn Carpenter, 1946~)와 카렌 앤 카펜터(Karen Anne Carpenter, 1950~1983) 남매가 1969년에 결성한 그룹의 이름인데, 그들은 자신들의 성(姓) + S를 그룹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이들은 목수(Carpenter)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데, 일단 결성 초기의 카펜터즈의 모습은 이러했다. 

사진출처: https://www.pictorialpress.com/music/carpenters15/

지금껏 팝의 역사를 수놓았던 팝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곡을 쓰거나 노래함으로써 대중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들이 구축하고 있는 독특한 음악세계에 빠져들어, '~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런데 카펜터즈를 떠올리면, 그들이 추구했던 음악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쉽게 생각해 낼 수가 없다. 그래미상도 수상했고,  한 번도 오르기 힘들다는 빌보드 차트 1위에 3번씩이나 올랐는데도 말이다. 


이처럼 내가 카펜터즈의 음악세계를 선뜻 떠올릴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카펜터즈가 발표한 곡들의 상당수가 커버곡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 말해 아무리 격한 감정에 빠져 있는 이라도 카펜터즈의 노래를 듣게 되면 한없이 편안해질 만큼 노래를 잘 하지만, 커버곡으로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물론 그것 자체가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라고 말한다면, 사실 난 더 할 말이 없다. 


카펜터즈의 노래가 얼마나 훌륭했지는 그 노래를 처음 취입한 가수의 원곡보다도 카펜터즈의 노래가 더 유명해져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카펜터즈의 곡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 어떤 가수의 노래(원곡)가 여러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경우, 다른 모든 곡들을 제치고 카펜터즈의 곡이 대표곡으로 꼽히는 경우가 왕왕 있을 정도이다. "Please Mr. Postman"이 그 대표적 예인데, 사람들은 원곡을 부른 The Marvelettes는 물론이고 비틀즈(Beatles) 마저도 기억 못 한다. 오직 카펜터즈만을 기억할 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카펜터즈, 특히 카렌 앤 카펜터야 말로 커버곡에 가장 특화되어 있는 뮤지션이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한편 오빠인 리처드 린 카펜터는 더 억울한 면이 있다. 그는 "Top Of The World"를 작곡하고, 많은 원곡들을 자신들의 음색에 맞는 곡으로 편곡하는 재능을 갖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의 그러한 재능에는 눈감아 버린 채 그저 카렌 앤 카펜터에 묻어가는 가수 정도로 폄하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2. 내게 다가온 카펜터즈


카펜터즈는 1970년부터 이미 여러 히트곡을 쏟아 내고 있었지만, 내가 카펜터즈에 빠지게 된 것은 중학교에 입학한 1973년에  "Top Of The World"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이 노래를 통해 국어 시간에 마주쳤던 '감미롭다'라는 말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고, 뿐만 아니라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뜻하는 '희열'이라는 단어의 의미 또한 이 노래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여자 가수들의 경우 대부분 고음역대의 음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음악적 재능을 뽐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런 음악은 듣기에 그리 편하지는 않다. 그런데 카렌 엔 카펜터는 중저음의 편한 목소리로 듣는 이를 감싸 안고 천국으로 인도하는 마성으로 자신의 음악성을 드러낸다. 카펜터즈, 특히 카렌 앤 카펜터의 목소리에 대한 예찬은 나만에 그치는 것은 아니며, 카펜터즈의 노래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훨씬 더 어마어마한 찬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찬사들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글은 "If silk had a sound, it would be this"이다. 맞다, 비단만이 전해줄 수 있는 그 고급진 부드러움을 카렌은 소리로 전해준다. 그녀의 노래 속에서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얻는 듯한 기분, 이건 들어보지 않고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그러하니 거두절미하고 일단 카펜터즈의 대표곡 "Top Of The World"를 들어 보도록 하자.



3. 카펜터즈의 음악


"Top Of The World"를 통해 카펜터즈를 알게 되고, 그에 필 받아서 그보다 먼저 발매된 그들의 음악을 찾아서 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것에는 당시의 내가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인터넷도 없던 1973년, 겨우 중학교 1학년 생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노래를 열심히 듣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알고 또 좋아하는 카펜터즈의 곡은 사실 몇 곡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발표순서나 앨범 등에 대해서는 거의 혼돈 수준이고.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위해 카펜터즈란 이름으로 글을 검색하며 정리해 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카펜터즈의 음악을 일목요연하게 잘 소개해 놓은 글을 발견했다. 링크를 걸어 놓았으니, 관심 있으면 클릭하여  읽어 보기를 바란다.

그럼 지금부터 카펜터즈의 음악을 앨범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겠다.


(1) Ticket To Ride 

카펜터즈의 데뷔앨범은 1969년에 발매된  'Offering'인데, 이 앨범은 1970년 Ticket To Ride라는 제목으로 재발매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에서 리처드 체임벌린(Richard Chamberlain, 1934~)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They Long To Be) Close To You"가 1970년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다. 커버곡으로 생애 첫 번째의 싱글차트 1위에 오른 경우가 더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같은 앨범에서 또 하나의 히트 곡이 나오는데, 빌보드 싱글차트 2위에 랭크되었던 "We've Only Just Begun"이 그것이다. 이런 점이 인정되어 이 앨범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2위에 오르고, 너무도 당연하지만 1971년에 열린 그래미상 '최우수 신인'의 영예는 카펜터즈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럼 카펜터즈에게 그래미상을 안긴 이 두곡을 차례대로 들어보도록 하겠다.


이 노래가  "(They Long To Be) Close To You"이고, 

이 노래는 "We've Only Just Begun이다.


(2) Carpenters

데뷔 다음 해인 1971년에도 카펜터즈의 인기는 계속되는데, 같은 해 발매된 카펜터즈의  앨범 'Carpenters'에서는 "Superstar"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2위까지 오른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곡 또한 1969년에 Delaney and Bonnie 의 "Groupie(Superstar)"라는 노래의 커버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모두들 카펜터즈의 노래로 알고 있을 만큼 카펜터즈의 것이 (원곡이 아님에도) 가장 유명한 곡이 되었다. 사실 전혀 새삼스러울 것도 없기는 하다. 다른 수많은 카펜터즈의 커버곡들 또한 그러했으니 말이다. 원곡보다 더 유명한 노래, 카펜터즈가 부르는 "Superstar"이다.


(3) Top Of The World

1973년에 발표된, 두말할 것도 없는 카펜터즈의 대표곡이다. 내가 이를 카펜터즈의 대표곡으로 꼽는 이유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라서도 그렇지만, 이 곡은 커버곡이 아니라 오빠인 리처드가 작곡한 곡이어서 그렇다.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같은 이유에서 이 곡을 카펜터즈의 대표곡으로 꼽고 있다. 다만 이 곡은 카펜터즈의 베스트 앨범 외에 다른 앨범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 


(4) Now & Then

1972년에 발매한 앨범 'A Song For You'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넘어간 다음 해인 1973년,  카펜터즈는 'Now & Then'을 통해 다시금 인기몰이를 시작한다. 리처드가 작곡한 "Yesterday once More"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2위에 오르고, Joe Raposo(1937~1989)가 1971년에 발표한 곡을 리메이크한 "Sing A Song" 또한 3위에 오르는데, 이 두 곡을 차례대로 들어 보겠다. 


"Yesterday once More"이고

"Sing A Song"이다.


(5) Horizon 

한 해를 건너뛰고 1975년에 발매한 'Horizon'에서도 두 곡이 크게 히트하는데, 그중의 한곡은 역시 커버곡인  "Please Mr. Postman"이다. 이 곡으로 카펜터즈는 3번째, 그리고 마지막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다. "Please Mr. Postman"의 원곡은 마블레츠(The Marvelettes)가 1961년에 발표했는데, 카펜터즈의 그것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통통 튀는 맛은 있지만 그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은 경망스러워 보이는 원곡, 마블레츠가 부르는 "Please Mr. Postman"이다. 

"Please Mr. Postman"이란 곡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지 1960~70년대에 걸쳐 팝 음악을 평정했다는 평을 듣는 비틀즈도 이를 리메이크해서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릿속엔 역시 1975년에 카펜터즈가 발표한 곡만이 남아 있다.

아, 이 앨범에서는 또 한 곡이 빌보드 싱글차트 4위에 오를 정도로 히트하는데, "Only Yesterday"가 그것이다. 



4. 카펜터즈의 몰락


1975년에 인기의 정점을 찍은 이후, 1970년대 후반부터 카펜터스의 인기는 차츰  떨어지기 시작한다. 물론 1983년까지 계속해서 음반을 발매하기는 했지만(아래 참조), 특별히 인기를 끌었던 앨범이나 곡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976년  A Kind Of Hush

1977년  Passage

1978년  Christmas Portrait(앨범 재킷은 아래 사진 참조)

1981년  Made In America

1983년  Voice Of The Heart

1978년 앨범 Christmas Portrait 재킷

사진출처: https://www.pinterest.co.kr/pin/the-carpenters-christmas-portrait-1978-1st-press-canada-lp-in-shrink-with-insert--9851692926839410/


원래 인기란 것이 부질없는 것이고 열흘 붉은 꽃이 어디 있겠냐마는, 카펜터즈의 경우는 인기하락에 이어 삶 자체가 균열을 보이게 되는 것이 문제였다. 오빠인 리처드는 수면제에 중독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카렌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른바 거식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1983년 사망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카펜터스의 몰락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1983년에 카렌이 사망하면서 카펜터즈는 자연스레 해체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그들의 노래는 물론이고, (33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카렌의 삶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 또한  바로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관심은 1987년에  토드 헤인즈(Todd Haynes, 1961~) 감독에 의해 카렌 앤 카펜터의 생애를 다룬 영화 "슈퍼스타: 더 카렌 카펜터 스토리(Superstar: The Karen Carpenter Story)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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