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라도 내릴 것 같은 온실 속에서 꽃향기, 그리고 차향기에 취해봅시다.
한때 "제주도 한달살이"가 유행했던 때를 기억할 텐데, 나 또한 애월면 유수암리에 있는 제주 농가에서 한 달을 보내며 그 대열에 합류했었다. 그 기간 동안 빨빨거리며 제주시와 제주 서남부를 돌아다녔는데, 이번 글부터 당분간 당시에 제주도에서 마주쳤던 경치 좋은 카페 몇 곳을 시리즈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로 본래의 이름보다 온실카페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카페 "하늘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내가 이런 류의 카페를 이곳 "하늘꽃"에서와 처음으로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커피가 우리네 삶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커피와 관련하여서도 이런저런 새로운 시도가 행해지기 시작했는데, 텐져린(tangerin) 커피처럼 커피 본연의 향 이외에 다른 향을 첨가하는 커피의 등장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는 그러한 시도에 대해서는 약간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커피는 온전히 커피여야 한다"는 교조적 사고가 나를 지배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본능적으로 내 코와 혀가 그런 경향을 강하게 거부하는 것이 주된 이유가 된다.
그렇지만 꽃향기가 은은히 감도는 곳에서 오리지널 커피를 맛보는 것까지 거부하지는 않는다. 하늘에 꽃이 둥둥 떠있거나, 테이블 주변에 꽃이 지천으로 널렸거나 해서 꽃에 취해 마시는 커피라면 오히려 고맙다. 그런데 이런 내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가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하여 한 걸음에 달려갔다. 수려한 경치로 인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계해안과 용머리해안이 지척이고, 또한 기이한 모습의 산방산에서도 15분 안짝이면 도달할 수 있으니 일단 위치는 그만이다. 또한 송악산까지도 불과 5분 정도를 달리면 충분히 다다를 수 있는 이 카페의 이름은 "하늘꽃". 이름만 들어도 하늘꽃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상상이 된다.
사계해안의 풍광을 즐기고 도달한 "하늘꽃". 우선 야자나무로 인해 이국적 향취가 가득할 뿐만 아니라 널찍하기까지 한 주차공간이 마음에 든다.
주차장을 지나 카페 쪽으로 가다 보니 저 멀리 산방산이 바라다 보인다. 글쎄, 산방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지 않을까 싶다는 것만으로도 하늘꽃은 가히 View 맛집이라 불릴 만하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하늘꽃을 "View 맛집, Cafe 30곳" 중의 하나로 소개하는 이유는 이런 풍경 때문이 아니다. 그럼? 그 답은 이하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늘꽃의 입구로 들어섰는데, 아아... 정말 하늘이 온통 꽃으로 덮여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온실(?) 천장에 페츄니아로 추정되는 꽃이 그득히 달려 있는데, 마치 꽃비라도 내릴 것 같은 느낌이다. 내 지금까지 '온실카페'를 표방하는 곳들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하늘꽃은 내가 만났던 그들 온실카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야말로 온실 속에 카페가 들어선 느낌... 카페와 온실,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 Concept인지 혼동스럽다.
천장에 압도되어 위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봤는데, 바닥 또한 꽃들이 완전 점령했다.
창가 쪽이라고 하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카페 중앙에 놓여있는 꽃들 또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들 있으니, 그네들에게도 눈길을 던져 주지 않을 수 없다.
싦네 공간이 꽃들로 뒤덮여 있는 것을 고려해서 인지 테이블에는 짚으로 엮은(?) 느낌을 주는 파라솔이 세워져 있는데, 이 또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보여 준 하늘꽃의 전체 풍경인데, 하늘꽃은 전체 공간이 하나로 시원하게 탁 트여있는 데다가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햇볕이 그대로 쏟아져 내린다. 때문에 "하늘꽃"은 눈이 부실 만큼 밝다.
하늘꽃에는 요즘 유행하는 방식인 계단 구조를 취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계단마다 역시 꽃들이 자리 잡고 있다.
꽃들에 파묻혀 커피나 차를 마실 때 곁들여 먹을만한 빵들인데, 하나같이 맛있다. 가격 또한 그다지 과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온통 꽃들로 뒤덮인 온실 속에 있다 보니 "하늘꽃"이란 이름이 멀쩡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카페가 '온실카페'라는 닉네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는 것이 절로 이해가 된다. 이런 분위기에 취했었나 보다. 좀처럼 남기지 않는 내 사진을 한 장 남겼어다. 온통 꽃들이 내려앉은 곳에서 겁도 없이 말이다. 아몬드 크로와상이 온전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크로와상에 손을 가져가기 전.
이런 카페를 이야기할 때면 즐거움이 가득하여야 하는데, 사실 이곳은 나에게 슬픈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에는 마냥 즐거웠는데, 지금은 눈물 날 만큼 슬프기만 한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란 이야기이다. 장모님들의 사위 사랑이야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내 장모님의 경우는 조금 유별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사위인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또 사랑하셨다.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는 처남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허전한 마음 둘 곳이 없으시다며 내 집에서 6개월을 머무셨고, 수차례에 걸쳐 국내외 여행을 나와 함께 하셨다. 물론 제주를 찾아 하늘꽃에도 함께 들렀었고. 그런데 그리도 건강하시던 장모님께서 거년에 그만 하늘의 부르심을 받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과 이곳을 찾았던 제주도 여행이 당신과 함께 한 마지막 여행이 되고 말았다. 다시금 이 자리를 빌려 당신의 명복을 빈다. 모쪼록 하늘에서 편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