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은 서쪽으로 서해(황해)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하니 서천의 경우 바다 풍경이란 것은 참으로 흔하디 흔한 풍경 중 하나이다. 아, 흔하다는 것이 곧 볼 품 없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해변마다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고, 그들이 지어내는 아름다움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을 만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막상 해수욕장이라고 이름을 붙일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 가운데에서 최고의 해수욕장을 꼽으라고 한다면 백이면 백, 모두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춘장대 해수욕장을 꼽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접근성, 넓은 백사장, 그리고 주변 풍광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서천에서는 춘장대만 한 곳은 없다. 아, 장항솔밭이 있는 곳도 넓게 보아 해수욕장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곳 또한 서천의 해수욕장으로 손꼽을만하다(다만, 이곳에 대해서는 내 이미 이야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이야기를 생략하기로 한다).
일단 춘장대 해수수욕장의 위치는 아래 지도를 참고하면 되는데, 춘장대 해수욕장은 한마디로 서천군의 서북쪽 끝에 있다. 그래서 이곳을 벗어나 북쪽으로 방향을 돌리면 바로 보령시가 나오게 된다.
춘장대 해수욕장이 어떻게 생겼기에 제목부터 서두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칭찬이 마르지 않냐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래 사진을 보면 춘장대 해수욕장이 어떤 곳인지를 쉽게 감잡을 수 있을 것이다. 춘장대 해수욕장... 한마디로 위에서 이야기기한 해수욕장으로서의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다. 넓고 긴 백사장이 있고, 그를 조금만 벗어나면 송림(?)까지 있다. 사실 꼭 서천에 국한시키지 않고, 그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도 춘장대 해수욕장만한 해수욕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백사장이 길고 또 길으니, 춘장대 해수욕장을 어떻게 가냐고 묻는 것은 그야말로 우문(愚問)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냥 적당히 달리다가 아무 데고 쑥 들어가면 그곳이 춘장대 해수욕장이 된다고나 할까.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것이 세워져 있는 곳이 춘장대 해수욕장의 메인 엔트런스란 생각이 들어서 나는 차를 몰아 이곳으로 들어갔다.
위 사진 속 춘장대 해수욕장이라고 쓰인 아치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주차장이 보이는데, 주차장을 벗어나 해변 쪽으로 발걸음을 몇 발자국 떼면 이렇게 이국적인 모습이 펼쳐진다.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서 사진들을 팡팡 찍어대는 동안 나는 철저한 방관자로서 그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사라지기를 기다려 이렇게 호젓한 사진을 얻어냈다.
풍차 앞의 원형분수에서는 주기적으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높고 세찬 물줄기가 시원스레 뿜어져 나왔는데, 내가 사진기를 갖다 대는 순간... 그만 갑자기 잔잔해졌다.
분수를 지나치면 바로 백사장이 펼쳐지는데, 춘장대 백사장은 보다시피 그 폭이 한없이 넓어서 백사장을 가로질러 물가에 이르기까지가 너무 힘들 정도이다. 어쨌거나 그 유명한 춘장대 백사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백사장이 얼마나 넓은지, 지평선과 수평선이 서로 입맞춤이라도 하려는 듯 거의 맞닿아 있다.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니, 저어 멀리 홍원항(洪元港)이 보인다. 이상한 것은 시선을 어디로 돌려도 드넓디 넓은 백사장에 단 한 명의 인간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래 사진이 말해 주는데, 내가 이곳을 찾았던 2020년 8월 말경에는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유행을 하던...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물새들도 지켜주지 않는다. 아무리 눈을 돌려봐도 물새라곤 사진 속의 물새 한 마리뿐. 저놈이나 나나,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도, 또 물새들도 찾지 않는 바닷가... 그래도 계속해서 모래를 찾으며 모래를 어루만져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잔잔한 파도이다.
코로나 사태가 없던 시절의 춘장대 해수욕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다(아래 사진 참조).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던 것은 춘장대 해수욕장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인데, 그 매력은 바다 안으로 들어가 보아야만 알 수 있다.
아, 춘장대 해수욕장의 보이지 않는 매력이 무엇이냐고? 그것은 바다 안으로 들어가도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도 조금씩(수치로 말하자면 경사도 1.5도 정도) 완만하게 수심이 깊어져서 바닷속으로 아무리 내달려도 수심은 간신히 내 무릎 정도에 이를 뿐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넓은 백사장보다 훨씬 더 넓은 바다에 사람들이 그득한데,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을 맺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해수욕장 가운데는 해운대나 경포대와 같이 그 이름이 "~~대"로 끝나는 해수욕장이 많은데, 그 같은 해수욕장은 그런 이름이 붙게 된 유래가 분명하거나 근처에 해수욕장과 유사한 이름을 가진 정자 등을 갖고 있다. 그런데 춘장대의 경우 그 주변에 이렇다 할 정자도 없고, 이름의 기원 또한 불분명하다.
이 때문에 이곳에 춘장대라는 이름이 붙게 된 유래에 관해서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그 하나는 해변 뒤쪽으로 소나무/아카시아나무가 길게 펼쳐져 있어서 춘장대(椿長臺)라고 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춘장대 해변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던 분의 호가 춘장(春長)이었는데 그분이 숙박업을 하면서 숙박업소 이름을 춘장대(春長臺)라고 했다는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심정적으로는 전자가 끌리는데, 오늘날 서천군이 春長臺라고 공식적으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후자가 더 힘을 받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