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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서 마주친 한옥 카페 "그냥 찻집"

정겨움과 여유가 넘치는 힐링공간으로 제격입니다.

by 깨달음의 샘물

대한민국의 전역에 카페들이 넘쳐나고 있다. 아주 작은 소읍을 가보아도 너무나도 크고 번듯한 카페들이 들어 서 있어서 마치 카페들이 대한민국을 접수해 버린 느낌이다. 이러한 사정은 옥천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옥천 카페'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아래 사진처럼 수없이 많은 대형카페들이 달려 나온다. 이 가운데 B. 커피랩 지앤지점은 그 규모에 깜짝 놀랄 정도의 초대형 카페이고, 예전의 2층 가옥을 개조한 D. 카페 삼양리는 잔잔함으로 힐링을 가져다주는 멋들어진 카페이다. 한마디로 두 곳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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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처럼 많이 들어선 카페들의 대부분은 커피, 에이드, 쥬스 등등의 음료를 주된 아이템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한옥 카페를 표방하는 곳조차도 막상 서비스되는 것은 커피, 홍차를 베이스로 하는 음료들 일색이 되어 버려 전통찻집은 이제 찾아보기 힘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앞의 글에서 소개한 여주 카페 "티하우스 서하"를 만났을 때, 그렇게 반가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심란한 분위기 속에서도 전통한옥에서 꿋꿋하게 전통차만을 고수하고 있는 찻집이 옥천에 있는데, 오늘 이야기하는 "그냥 찻집"이 바로 그곳이다. "그냥 찻집"이라... 이름 참 편하지? 부르기도, 또 듣기에도. 그런 점에서 "그냥 찻집"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외래어를 남발하는 카페들과는 완전 차별화 된다.


위치? "그냥 찻집"은 옥천을 찾는 이들이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들르는 정지용 생가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다. 한때는 옥천을 대표하는 묵집이었던 '구읍할매묵집'과 마주 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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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찻집"의 간판인데, 그냥 정겹다. 아무 이유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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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전통찻집이라고 해서 골목 깊숙이 들어박혀 있어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버리기를 바란다. "그냥 찻집"은 2차선 도로변에 있고,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번듯한 전용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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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내리는데, 석류나무가 보인다. 그리고 보니 나무에 매달려 있는 석류를 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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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을 보면 두 그루의 잘 정리된 나무사이로 흙길이 보이는데, 그 흙길이 "그냥 찻집"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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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통로 안으로 들어서서 오른쪽 벽면을 바라보니, 꽈리가 보인다. 장난감이 흔치 않던 어린 시절에 꽈리는 우리들의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는데, 글쎄 요즘 아이들이 꽈리를 알려나? 허긴 꽈리를 가지고 놀 필요가 없어졌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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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찻집"은 ㄱ자 형태의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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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 사진의 왼쪽 공간은 손님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주인장의 공간인 것 같아 보인다. 내용은 모르겠지만 주련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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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공간이 손님들에게 개방된 공간인데, 두 공간이 만나는 지점(아래 사진의 제일 왼쪽)이 입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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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공간의 현판. "不厭齋"라고 쓴 것 같은데, 문제는 뭐라고 읽어야 하는 것인지를 모르겠더라는 것. 왜냐하면 厭자가 싫어할 염, 누를 엽, 빠질 암, 젖을 읍 등의 음과 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여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불염재"라고 읽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정작 커다란 문제는 그렇게 읽어도 뜻을 잘 모르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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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정면에 추사체로 보이는 글씨로 무량수(無量壽)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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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보이는 공간인데, 예전에는 안방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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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은 내가 이 방을 안방이라고 단정 짓듯이 말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위 사진 속의 방 안 왼쪽에 다락이 있는 것을 보면, 이 방이 안방이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왜냐하면 옛날 한옥의 경우 다락은 언제나 안방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락의 모습인데, 글쎄 요즘 친구들에게는 붙박이장이나 팬트리라는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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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과 이어지는 부엌. 이곳에서 열심히 도라지 정과를 만들고 계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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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만든 정과는 야채건조기로 올라간다. 상품화과정을 거친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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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냥 카페에서는 도라지 정과 이외에도, 월병이나 약과 등 각종 한과도 만들어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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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에서 바라보는 정원(아니 앞마당이라고 해야 하나?)인데, 내 이런 장면을 정말 유달리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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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를 가로질러 손님들을 위한 공간인 건넌방에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장지문 사이로 보이는 뜨락이 참으로 정겹기만 한데, 아쉽게도 언젠가부터 이런 공간을 만나기가 참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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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주인장이 난데없이 부채를 내민다. 영문을 몰라 부채를 쥐어 보니... 오호라. 부채가 메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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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 두 명은 진한 쌍화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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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두 명은 청귤차와 팥빙수를 주문했다. 이렇게 주문했더니 호두정과와 유자양갱이 하나씩 따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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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라지(정과), 월병, 약과로 이루어진 '그냥 셋트'도 하나 주문해서 맛보았다. 가격은 6,000원인데, 가성비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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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찻집". 옥천 구읍을 돌아다니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들리면 좋을 것이다. 분위기 좋고, 작은 소품 보는 재미도 있고, 옛날 영화 포스터를 보며 추억에 빠질 수도 있고. 화려함보다는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옥천 카페, "그냥 찻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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