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는데, 그나마 간 곳들도 주로 혼슈(本州)의 남쪽에 있는 도시들이었다. 물론 홋카이도와 큐수 그리고 시코쿠에 대한 관심도 있었고, 두어차례에 걸쳐 이곳들도 다녔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혼슈의 북쪽에 대한 관심은 키워본 적은 없다. 그런데 지난 겨울방학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딸아이가 센다이(仙台)에 있는 토호쿠대학(東北大學)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러 일본에 건너가게 되면서, 갑자기 센다이를 비롯한 혼슈 북쪽의 도시들에 관한 관심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10일간의 일본여행으로 이어졌는데, 이번 주부터 그렇게 찾았던 일본 도시 중 센다이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당연히 잠시나마딸아이가 적을 두었던 토호쿠대학(東北大學) "재해과학국제연구소(災害科學國際硏究所, IRIDeS)"의 몫이다.
## 둘째 마당: 동일본대지진과 재해과학국제연구소(IRIDeS)
오늘 이야기하는 토호쿠대학(東北大學) "재해과학국제연구소(災害科學國際硏究所, IRIDeS)"는 2011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라고도 불러)을 경험한 후, 다음 해인 2012년 4월에 설립되었다. 하여 토호쿠대학(東北大學) "재해과학국제연구소(災害科學國際硏究所, IRIDeS)"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동일본 대지진에 관하여 간단히 언급해 두고자 한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도호쿠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진도 9.1의 거대지진으로 일본 국내 지진 관측 역사상 최고 규모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약 한 달간의 대규모 여진, 연 단위의 소규모 여진을 부른 대지진이다. 뿐만 아니라 초대형 쓰나미를 불러와 도호쿠 연안 지역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피해를 야기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세계역사상 가장 심각한 원자력 사고 중 하나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불러왔다. 이처럼 3개의 대재난(대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이 동시에 발생한 이 대지진의 여파는 실로 상당해서 그로부터 벌써 13년이 지났건만, 현재까지도 그 수습이 이어지고 있을 정도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시의 모습
한편 동일본 대지진은 인류 역사상 자연재해에 따른 재산 피해액이 가장 큰 참사로도 기록되고 있는데, 동일본 대지진에 관해 상세한 것은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기를...
토호쿠 대학은 이미 2007년에 지역사회의 방재·감재에 관한 19개 분야로 이루어진 학제적 연구팀인 "토호쿠 대학 방재 과학 연구 거점(사무국: 토호쿠 아시아 연구 센터)"을 발족시켰고, 실제로 이학·공학·지학·심리학·정보학·경제학·의학·역사학 등 다양한 전문 분야의 연구자가 결집해서 실천적인 방재·감재 연구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미야기 현 앞바다를 진원으로 하는 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99%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함을 통감하게 되었다. 이에 토호쿠 대학의 예지를 결집해 재해지의 부흥·재생에 이바지함과 동시에 국내외의 대학·연구 기관과 협력하면서 자연 재해 과학에 관한 세계 최첨단의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서 새로운 연구 조직을 설립했는바, 오늘 이야기하는 "재해과학국제연구소"가 바로 그것이다.
토호쿠 대학 재해과학국제연구소
한편 재해과학국제연구소의 홈페이지는 동 연구소가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한 후, 우리 나라의 자연 재해 대책·재해 대응책이나 국민·사회의 자연 재해에의 대처 방법 그 자체를 쇄신해, 거대 재해에의 새로운 대비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겠다.이를 통해서, 국내외의 거대 재해의 피해 경감을 향해서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실천적 방재학의 초석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토호쿠 대학 재해과학국제연구소(災害科學國際硏究所, IRIDeS)의 설립 목표, 연혁 등에 관해 자세한 것은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기를.
재해과학국제연구소 홈피는 동 연구소의 로고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재해과학국제연구소의 로고는 한자 재(災)자를 상하 역으로 돌리게 한 디자인으로 「전화를 바꾸어 복이 된다」(동일본 대지진의 재해를 돌아 복구·부흥을 촉진해, 재해에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회로 바꾸어 간다)라는 결의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붓꽃·카키츠바타·꽃창포도 본뜬 것으로, 붓꽃의 색은 도호쿠 대학의 로고 마크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토호쿠 대학 재해과학국제연구소를 딸아이에게 연락 한 번 없이 불쑥 찾아갔다. 서프라이즈!를 외쳐보고 싶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내 방문 때문에 딸아이가 신경쓰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가보는 낮선 도시인지라 그야말로 물어물어 토호쿠 대학 재해과학연구소를 찾아갔는데,우선 5층짜리 건물 전체를 연구소 건물로 쓰고 있어 그 규모에 많이 놀랐다. 사실 국내 대학의 경우 부설 연구소가 이렇게 건물 하나를 오로지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말이다.
재해과학국제연구소 뒤쪽으로도 커다란 건물들이 계속해서 들어서 있는데, 이들 건물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서 재해과학국제연구소라고 적힌 안내판과마주쳤다
이곳이 재해과학국제연구소의 입구인데,
입구 중앙의 유리창에 "J 31 재해과학국제연구소동"이라고 쓰여 있다.
입구에서 딸아이에게 연락을 했고, 잠시 후 딸아이가 내려 왔다. 그리고 반가운 마음에 입구 우측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그리고는 딸아이를 바로 올려 보냈다. 혹여라도좋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그리고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1층 공간의 일부분을 나 혼자 둘러보았다.1층 중앙에 연구소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두개의 입간판이 서 있고,
그 뒤쪽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좌측 벽면에 각층에서 어떤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연구를 진행하는 교수와 조교들의 연구실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게시판이 붙어 있다.
이미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재해과학국제연구소의 규모는 상당한데, 동 연구소의 홈페이지는 연구소의 조직을 밝혀 놓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동 연구소 구성원들의 정보도 자세하게 밝혀놓고 있는데, 동 연구소의 멤버에 대해서는 아래 사이트를 참조하기를.
딸아이가 4층에 있다고 해서 4층 부분만 따로 찍어 놓고, 딸아이가 연구하는 분야의 지도교수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부분도 사진을 찍었다. 다만 여기서는 딸아이의 연구분야와 지도교수 이름은밝히지 않도록 하겠다.
1층 로비에서 내가 주의깊게 본 것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토호쿠대학 개교 115 주년, 재해과학국제연구소 10주년 기념을 축하하는 포스터와 재해과학연구소가 제작한 책의 최신판이 출간되었음을 알리는 포스터...
그런가 하면 동일본 대지진이 있던 때의 진파퇴적물 조사,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 토호쿠대학 의료진의 활약상 등에 관한 전시도 보인다.
일본이 지진 등의 재해가 잦고 또 피해가 큰 것이야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재해과학이란 이름으로 학제간 다양한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좀 부러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전대비 차원의 연구가 충분히 행해지고 있지 않은 것과 비교해 보면, 적어도 재해과학 부분에서는 일본이 우리와는 비교불가일 만큼 앞서 있다는것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