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마당: 일본 최초의 백화점 미츠코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센다이 미츠코시(仙台三越)"
일본을 자주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도 미츠코시(三越, Mitsukoshi) 백화점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미츠코시 백화점은 1673년 에치고야(越後屋)라는 이름의 상호로 출발한 일본 최초의 백화점으로(1904년에 미츠코시라는 이름으로 개칭) 오늘날은 국제백화점 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한편 그리 자랑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잘 아는 신세계백화점도 1930년 개점한 미츠코시 경성점을 그 효시로 한다. 이런 미츠코시 백화점이 일본 토호쿠 지방 최대 도시인 센다이에 들어서지 않을 리는 만무라고 여겼는데, 역시 "센다이 미츠코시"라는 이름으로 들어서 있다. 그것도 센다이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는 메인 스트리트인 '죠젠지도오리(定禅寺通り)'에, 이런 모습으로 말이다.
한편 센다이 미츠코시는 위 사진 중앙에 밝게 빛나고 있는 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의 본관과 오른쪽의 죠젠지도오리칸(定禅寺通り館)이 결합된 형태로 되어 있는데, 아래 평면도를 보면 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센다이 미츠코시의 입구인데, 미츠코시 백화점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보인다.
## 둘째 마당: 센다이 미츠코시 둘러보기
미츠코시 백화점은 가장 오래된 백화점으로 고가의 물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지만, 센다이 미츠코시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나 입점 브랜드의 수준은 우리나라의 백화점의 그것보다 못한 듯하다. 랄프 로렌이나 막스 마라 정도의 브랜드가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엄청나게 넓은 면적으로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또한 통상적으로 백화점에서 제일 화려하기 마련인 여성복 매장의 경우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그리 고급스럽지도 못하다. 다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보다는 일본 자체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해 있는 것은 특징적이다. 이는 어쩌면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 점에 관한 한 이들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자국 브랜드 중 내가 눈여겨보았던 것은 "Charming Terrace"라는 브랜드의 매장인데,
그 이유는 이 카디건을 보는 순간 센다이의 재해과학국제연구소에 있는 딸아이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여 사진을 찍어 딸아이에게 보냈는데, 비슷한 느낌의 카디건이 있어 필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위사진 속의 카디건과는 느낌이 좀 다른 이것도 괜찮아 보여 종업원의 도움을 받아 사진을 한 장 찍어 딸아이에게 보냈는데, 역시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것으로 내 백화점 둘러보기는 끝났는데, 문제는 집사람의 쇼핑이 이제 막 시작한 분위기를 보인다는 것이다. 막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따라다니기는 힘든 상황에 처한 내 눈에 이런 공간이 들어왔고, 덕분에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장 한복판에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이런 휴게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센다이 미츠코시는 역시 손님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누가 무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여성복 매장 한가운데 있는 위 사진 속의 공간 한 자리를 독차지하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조금 뻘쭘했다. 하여 집사람에게 통보를 하고, 미리 보아 두었던 백화점 내의 카페 빈(CAFE WIEN)으로 이동을 했다.
카페 빈의 입구인데, 이곳을 내가 점찍어 놓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카페 빈'이란 상호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곳을 점찍어 두었던 두 번째 이유이자 가장 커다란 이유는 입구 오른쪽에 펼쳐져 있는 메뉴판 하단에서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 "율리우스 마이늘(Julius Meinl)"을 보았기 때문이다.
율리어스 마이늘은 유럽에서 최초로 로스팅 커피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862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160년 동안 빈의 역사와 함께 하며 고급진 커피 문화를 만들어 온 커피전문 브랜드이다. 한편 율리우스 마이늘은 오스트리아 빈과 이탈리아의 비첸차에서 모든 블렌딩과 로스팅이 이루어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전 세계 어디에서나 비엔나 현지의 동일한 맛과 향을 유지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는 이곳 센다이에서도 제대로 된 율리우스 마이늘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명색이 커피 매니아를 자처하는 내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아, 율리어스 마이늘이란 브랜드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글쎄 그분들도 아래 사진과 같은 로고는 많이 보았으리라고 확신한다.
카페 안에 자리를 잡았을 때 종업원이 가져다준 메뉴판인데, 위쪽에 독일어로 Großartige Speisekarte(훌륭한 메뉴라는 의미)라고 쓰여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빈 시립공원에서 만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상이 보인다.
위 메뉴판 속의 사진을 보고 멜란지(Melange)를 주문했는데, 막상 서비스되는 멜란지는 사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기대 이하). 그리고 맛 또한 솔직히 그리 훌륭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 아, 멜란지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계실지 모르는데, 빈 사람들이 카푸치노와 비슷한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미츠코시 백화점을 떠나기 전에 식품부에 내려가서 어머님이 살아생전 가장 좋아하셨던 간식거리인 모나카를 샀다. 때문에 당신이 살아계실 때에는 맛있는 모나카를 보면 늘 사서 나르곤 했는데, 특히 시라마츠가모나카(白松がモナカ)는 어머님의 최애 모나카였다. 그러다 보니 나 또한 좋아하게 됐고. 이제 비록 품어가 반길 이는 없게 되었지만, 일본에 온 이상 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시로마츠(白松)는 워낙 유명한 상표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4가지 맛의 모나카를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 팔고 있다.
웬만한 크기의 모나카 6개가 들어 있는 것을 사서 나왔는데, 포장용기는 조금 어설프고 촌스럽다(전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