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병산손국수"에서 드십시오.
안동을 이야기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산서원(陶山書院)을 많이 떠올린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동은 도산서원 외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또 하나의 서원을 갖고 있는데, 병산서원(屛山書院)이 바로 그곳이다. 하여 병산서원을 찾아 나섰는데... 길을 떠나기 전 병산서원 근처에서 점심을 해결할 만한 곳이 있는 지를 수소문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곳은 눈에 잘 뜨지 않았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오늘 이야기하는 "병산손국수"인데, 보다시피 평점은 아주 높은 편이다.
다른 대안이 없어서 이곳을 찾기로 했고, 병산서원을 찾기 전인 11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다. 아직 점심을 하기엔 이른 시간인지라, 음식점 바로 앞에 자리가 주차자리가 남아 있어 그곳에 주차를 시켰다.
그렇지만 조금 늦게 와도 주차 문제는 크게 신경 쓸 것은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보다시피 가까운 곳에 이렇게 널찍한 주차공간이 있으니까 말이다.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렇게 식탁이 일렬로 붙어 있고, 이와는 별도로 방도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거의 모든 테이블은 예약이 완료된 상태. "사전에 예약을 안 하면 식사하기 힘들다"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다.
예약손님을 위해 기본 세팅을 한 다음, 이렇게 밥상보로 음식을 덮어 놓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공기는 솔솔 통하지만, 날파리들은 접근할 수 없는...
메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 안동국수를 주문했다. 아, 주변을 둘러보니 닭개장을 주문하고 식사를 하고 계신 분이 생각보다 많다. 아, 3-4명이 함께 찾은 경우에는 돼지고기 수육을 추가하여 함께 맛보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이 기본 세팅인데, 밑반찬들이 모두 먹을만하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안동국수"를 주문하면 공기밥을 먼저 주는데, 공기밥과 이 밑반찬 만으로도 한 끼 식사가 충분히 될 만큼 훌륭하다.
그리고 안동국수가 나왔는데, 일단( 사진만 봐도 감이 올 터인데...) 국물 맛이 아주 깔끔하다. 서울에서 "안동국시"라는 이름으로 먹던 것이 고기 맛이 강했다면, 병산손국수의 그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아, 면발이 쫄깃한 면이 덜한데, 느낌상 밀가루 이외에 무언가 다른 것이 배합된 듯하다. 어쨌거나 안동국수는 굿이다.
점심 식사로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배가 너무 불러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지경이 아니라면, '배추전'을 꼭 맛볼 것을 권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우리네 식탁에서 사라져 버린 배추전, 어린 시절 즐겨 먹던 그 배추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버무려 먹어 보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아, 직접 담그셨다는 감주 또한 병산손국수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인데, 무엇보다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감주가 주는 들척지근함이 전혀 없다. 더욱이 감주는 공짜...
병산손국수는 외관이나 실내가 화려하지는 않다. 그러나 맛, 위생 관념 등등이 무엇 하나 빠질 것 없어서 맛집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실제로 은근슬쩍 이미 맛집으로 소문나 있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식사 시간에는 예약을 안 하면 먹을 수 없을 만큼 손님들이 넘쳐난다.
아, 이렇게 손님들이 많이 몰려드는 이유는 단지 맛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이기는 하지만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도 주인장은 물론이고 일하시는 분들까지 모두 아주 친절하다는 것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병산서원을 찾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맛집, "병산손국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