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츠지한]
입대하기 한 달쯤 전, 나는 고등학교 친구와 도쿄에 다녀왔다. 3박 4일의 타이트한 여행 일정 속에서 내 친구는 식당 선택권을 전적으로 나에게 위임했고, 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일본 여행 첫날, 오후에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신주쿠에 위치한 호텔 체크인까지 마친 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일본 여행 첫 끼로 내가 고른 식당은 바로 ‘츠지한’. 구글 후기 3500개와 평점 4.4를 기록하고 있는, 그야말로 관광객과 현지인들 사이에서 모두 엄청나게 유명한 카이센동집이었다.
도쿄역 근처에 있는 본점에 가보고 싶었지만 웨이팅이 어마무시하다는 글들을 보고 빠르게 포기. 게다가 7월 말의 도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더웠다. 체감 상 한국보다 1.5배는 더 더운 듯했다. 그래서 우리는 분점인 아카사카 아크힐즈점으로 방문했다. 다행히 여기서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우선 메뉴판. 나는 우니가 포함된 2200엔의 Matsu 코스와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메뉴판을 뒤로 돌리면 식사를 즐기는 방법이 적혀있는데 요약하자면,
1.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 덮밥 위에 뿌려라.
2. 처음에 나오는 회를 두 점 남겨두어라.
3. 밥이 1/3 정도 남았을 때 셰프님을 불러라.
4. 육수를 받고 남은 회와 함께 먹어라.
메뉴판 구경하는 사이에 바로 회가 나왔다. 도미회가 4점 정도 나오는데 땅콩소스 같은 게 위에 뿌려져 있었다. 카이센동이 나오기 전에 사시미가 나오니까 뭔가 더 기대되고 입맛이 돋워지는 기분이었다.
빠질 수 없는 나마비루. 일본에서 밥 먹을 때 생맥주 한잔씩은 꼭 함께 마신 것 같다.
드디어 나타난 츠지한의 카이센동! 우니가 가장 위에 올라가 있고, 연어알이 고명처럼 해산물 산 위에 뿌려져 있는 이 카이센동의 자태는 영롱했다.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는 비주얼이었다.
나는 하나의 작품을 망가트리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으로 해산물 탑을 부수고 간장 양념장을 적당히 뿌렸다. 그리고 밥과 잘 섞어 곧장 한 입.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입안에 신선한 해산물들이 축제를 벌이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갔던 맛임에도 불구하고 비리지 않고 식감도 좋았다.
덮밥을 2/3 정도 먹었으면 이제 셰프님을 부른다. 그러면 내 그릇을 가져가 도미국물을 부어주신다. 이때 밥도 추가 가능하다. 뜨끈하고 담백한 국물. 이게 또 다른 별미다. 이 순간을 위해 남겨둔 사시미까지 올려먹으면 완벽한 마무리다.
정말 매력 넘치는 식당.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꽤나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도쿄에서의 첫 식사는 대만족이었다.
평점: 4.5/5
일본 〒107-0052 Tokyo, Minato City, Akasaka, 1 Chome1232, Ark Mori Building, 3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