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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Jul 13. 2024

타지에서 한식을 만났을 때

여행 중 가장 반가운 순간

평소 일식과 양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해외에 나가기만 하면 한국인의 DNA가 발동된다.  특히 미국의 기름진 햄버거와 피자, 유럽의 치즈가 내 몸에 쌓이면 어느 순간 김치를 찾고, 국물을 찾게 된다.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한식이 먹고 싶을 때 나는 주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전자레인지에 컵밥을 해 먹곤 했다. 우리 동네는 뉴욕이나 엘에이처럼 대도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국 음식을 만나기 쉽지 않았다. 괜찮은 식당까지 가는데 밥값보다 우버(uber) 비가 더 많이 들었다.


외국에서 맛있는 한식을 만나면 너무나 반갑다. 그 반가움은 마치 친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느낌. 뭔가 애틋하기까지 한 그런 느낌도 든다.


이번에는 머나먼 타지에서 한식이 나를 살려준 두 번의 경험을 적어본다.




1. 뉴욕 북창동 순두부 (BCD Tofu house)


나는 외국에 있을 때면 이상하게도 순두부찌개가 그렇게 생각난다. 정작 한국에서는 순두부를 먹으러 식당에 간 적이 없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기름진 미국음식에 대한 한계치가 다다를 때 즈음, 몸에서 얼큰한 국물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주는 것 같다.


학기가 끝나고 친구들과 놀러, 혹은 사촌형을 만나러 뉴욕에 방문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바로 ‘북창동 순두부’였다.


북창동 순두부는 순두부 체인점인데 놀랍게도 엘에이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역수출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웨이팅이 있을 만큼 사람이 북적북적.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은 게 새삼 놀랍다. 이 사람들도 모두 순두부의 맛을 알아버린 걸까.


해물순두부를 시켰다. 가격은 16.99달러. 환율을 고려하면 한화로 약 23000원 정도다. 물론 팁 미포함이다. 어마무시한 가격이지만 뉴욕물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나름 합리적이다.


해물순두부. $16.99


여느 한국의 식당처럼 반찬이 먼저 나온다. 본격적으로 순두부를 맛보기 전, 1인 1마리 제공되는 짭짤한 조기튀김을 발라 먹어본다. 반찬은 잘 안 건드리는 스타일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손길이 분주해진다.


그리고 곧 등장하는 오늘의 주인공.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순두부에 날계란을 먼저 풀어준다. 그럼 보글보글 끓는 국물에 계란이 조금씩 익는다.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여긴 그냥 ‘뉴욕특별시 북창동’이다. 두부는 탱탱하면서 부드럽고 조개, 새우 등의 해산물도 꽤 푸짐하다. 이제 매콤하면서 감칠맛 나는 국물에 밥을 말아준다. 훌륭한 밥도둑 요리다.


속이 든든해졌다. 역시 한국인은 뜨끈한 국물과 밥심인가 보다. 내 유학생활 한 줄기의 빛과 같았던 북창동 순두부. 얼큰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부담되지 않는 그런 순두부찌개가 좋다.




2. 뮌헨 유유미(Yuyumi)


입대 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일정이 좀 특이했는데, 가족들과 함께 스위스 패키지 투어 후 그다음부터는 나만 유럽에 남아 독일부터 동유럽을 돌아다녔다. 스위스에서는 주로 치즈를 활용한 퐁듀나 라끌렛 같은 식사가 나왔다. 맛은 있었지만 내 안의 작은 아이는 한식을 외치고 있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가족들과 헤어진 후 혼자 뮌헨으로 넘어갔다. 그날 저녁 나는 뮌헨의 숙소에 짐을 둔 다음, 곧바로 한식당을 찾아 나섰다. 구글지도를 열어 가장 가까운 한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Yuyumi’라는 식당이었다.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캐주얼한 분위기였다. 주문도 키오스크에서 할 수 있었다. 비빔밥부터 치킨까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있었는데,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치찌개를 골랐다. 그리고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해물파전까지 참지 않았다.


김치찌개 14.5유로+ 해물파전 8.5유로


기대이상이었다. 고봉으로 나온 밥에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국물을 한 입 했다. 피에 김치찌개가 흐른다. 치즈로 막혀있던 것만 같은 혈관이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 msg 가득한 맛이지만 그 말은 즉 맛있다는 뜻이다. 고기와 두부도 꽤나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해물파전도 바삭했고 센스 있게 간장까지 나왔다.


온몸이 따끈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한국의 식당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배낭여행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한 끼였다. 무더운 6월의 유럽에서 여행을 힘차게 이어나갈 수 있었던 건 이 김치찌개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생각한다.




타지에서 만나는 고향의 맛. 어쩔 수 없이 한식을 먹어야 하는 게 한국인의 운명인가 보다. 뉴욕이나 뮌헨에서 한식 충전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위 두 곳은 충분히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식이 최고다.


이번 글은 인도의 한 철학자가 한 명언으로 마무리해 본다.

“여행은 그대에게 적어도 다음 세 가지의 유익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첫째로 타향에 대한 지식이고 둘째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며 셋째로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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