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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

내 고장 대전의 노포식당 [광천식당]과 [태화장]

by 강프란

폭포처럼 쏟아지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광고에 때로는 눈살이 찌푸려지는 요즘. 정보의 과다로 진짜 맛집과 ‘만들어진’ 맛집의 경계를 구별해 내기 어려워지는 오늘날에도 별 다른 홍보 없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식당들이 있다. 오랜 기간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키며 지역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식당들이다.


각자 자신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향 맛집이 있겠지만, 대전 토박이로써 대전의 오래된 식당 두 곳을 적어본다.



1. 광천식당


칼국수와 빵 다음으로 대전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면 그건 바로 두루치기일 것이다. 중앙로역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추위에도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는 골목이 보일 텐데, 그러면 잘 찾아왔다.

50년의 세월 동안 3대가 대를 이어오고 있는 집. 점심시간에 가서 번호표를 받고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대기 후 입장했다.

수육 대 (38000원)

우선 수육부터. 마치 접시에 수육꽃이 핀 것처럼 플레이팅 되어 나온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아주 모범적인 수육이다. 고기만 한 점 집어 맛을 음미해 준 다음, 쌈을 싸 먹는다.

오징어 두루치기 (25000원)

대표메뉴라고 할 수 있는 오징어 두루치기. 새빨간 양념에 압도되는 폭력적인 메뉴라고 할 수 있겠다. 양념부터 숟가락으로 떠서 한입 하면 칼칼함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맵지만 기분 좋은 매움. 중독되는 맛이다. 오징어도 꽤나 푸짐하게 들어있다. 오징어는 쫄깃해서 씹는 맛이 살아 있는데, 양념이 잘 스며들어있다.

오징어를 다 건져먹었다고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제 칼국수 사리를 추가한다. 남은 국물에 사리를 비벼먹으면 이것이 바로 완벽한 한국의 코스요리다.




2. 태화장


대전의 70년 된 중국집, 태화장이다. 부모님도 어렸을 때부터 가끔씩 가신 곳이라고 했다. 식당은 꽤나 넓은데도 주말 점심 대기가 엄청났다.

개인적으로는 짜장면과 짬뽕은 크게 특별할 게 없다고 느꼈지만 태화장의 매력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멘보샤 (50000원)

메뉴판에 없는 태화장의 대표 메뉴. 무려 백종원 선생님께서 우리나라 최고로 꼽은 멘보샤다. 주먹만 한 사이즈의 멘보샤가 14조각 정도 나온다.

태화장의 멘보샤는 다른 곳들보다 식빵의 두께가 얇은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한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적당한 기름과 기분 좋은 바삭함을 느낄 수 있다. 다진 새우도 빈틈없이 꽉꽉 차있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모든 테이블 위에 필수로 놓여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가이바시 튀김 (40000원)

가이바시 튀김. 처음 먹어보는 관자 튀김이었다. 질기지 않고 쫄깃한 식감에 자꾸 손이 간다. 뭔가 투박해 보이지만 양도 푸짐하고 은근히 만족스러운 메뉴였다.



자리 간격도 다닥다닥 좁고, 위생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노포의 매력은 이런 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식당들은 다 그 나름의 이유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식당들도 처음부터 모두에게 인정받는 ‘완성형’은 아니었겠지? 경쟁에서 살아남고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다.


나도 끈기 있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당장 조금 힘들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자리에서 묵묵히 내 할 일을 할 때,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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