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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는 여행중 Oct 16. 2024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 쉽다

나의 험난했던 다이어트 성공기

고등학교 3년 동안 운동이라곤 공강시간 축구 30분이 다였고, 매점 아주머니와 절친이 될 정도로 매점 가는 게 취미였던 나의 몸은 당연하게도 불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들으며 움직이는 횟수가 더 줄었다. 물론 이건 핑계다.


졸업할 때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순간 95kg까지 찐 내 모습을 발견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 상태가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다. 그냥 하루하루 거울을 보면 똑같이 ‘나’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손자를 보고 살쪘다고 말할 때는 경우가 다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졸업 후 급한 대로 동네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리고 인바디를 쟀다. ​56점. 태어나서 처음 맞아보는 점수였다. 몸무게 92.8kg에 체지방률 37.7%. 처참했다. 어쩌면 내 몸을 너무 방치해두고 있었나 보다.​

​나는 굳게 마음먹었고, 다행히 남는 게 시간이었다. 그래서 정말 매일 1시간 헬스 하고, 1시간 러닝머신을 타고 저녁때 집에서 또 40분간 자전거를 탔다. ​그냥 무작정했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맞았다. 한번 등록하니 계속 가게 되었다. 그리고 한두 달 반복하니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됐다. 꾸준히 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거 같다고 느꼈다.




하지만 운동만으로 살이 빠지진 않았다. 식단을 병행해야만 했다. 내 다이어트 프로젝트가 큰 난관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하루 일과 중 뭐 먹을지가 가장 큰 고민인 나로서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었다. ‘일단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천천히 늘려 나가 보자!’ 야식 안 먹고, 과식 안 하고, 군것질 안 하고…


닭가슴살을 먹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찾아보니 닭가슴살도 판매 사이트가 엄청 많았다. 그리고 맛이랑 종류가 엄청 다양해서 신세계였다. 초반에는 제대로 해보려고 저녁때 오로지 닭가슴살과 고구마 그리고 김치만 먹었다.

하지만 금방 깨달았다. 이 식단이 오래가진 못할 거 같다는 사실을. 퍽퍽한 고구마와 퍽퍽한 닭가슴살의 조합은 쉽지 않았다. ‘흑백요리사’의 한 출연자가 그렇게나 강조한 텍스쳐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그러다 다이어트 도시락 광고를 보게 되었다. 닭가슴살과 고구마에 목이 막혀갈 때쯤,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실망스러웠다. 쭈꾸미, 닭갈비 등 종류는 다양했지만 고기의 양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푸짐해 보이는 광고에 속아 덜컥 주문한 내 손가락을 탓해야지 하며 꾸역꾸역 냉동 도시락을 먹어나갔다.

그러다가 결국 플랜을 바꿨다. ‘일단 먹고 싶은 거 먹고, 먹은 만큼 더 운동하자..!’ 그렇다고 다시 무차별적으로 먹기 시작한 건 아니고 칼로리를 어느 정도 계산해서 밤에 그만큼 사이클을 더 탔다.


다행히 신경 써서 음식을 먹은 만큼 몸 관리도 가능했고 무엇보다 큰 스트레스 없이 다이어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배달 음식 중에서는 포케가 그나마 나의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단백질도 풍부하고 적당히 초록빛도 있는데 맛도 좋다니. 가지각색의 맛과 식감이 입안을 감싸는 게 너무 재밌고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로콜라. 제로 음료수를 개발하는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올리고 싶다.



다이어트에 재미를 들리게 된 계기는 이 일련의 노력이 정직하다는 걸 느낀 순간부터였다. ​힘들게 운동하고 달리면 그만큼 살이 빠지고 배 터지게 삼겹살을 먹으면 다음날 체중계의 수치가 나를 수치스럽게 한다.

어쨌든 나는 몸무게 앞자릿수가 두 번 바뀌고 옷 치수도 두 번 줄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끼고 확실히 자신감도 더 생기는 거 같다. 근 20kg을 감량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다.


몸은 하루아침에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러겠는가. 평생 축적해 온 내 몸의 지방인데, 하루 이틀, 아니 한두 달 만에 변하길 바라는 것조차도 도둑놈 심보라고 생각했다. 그 대신 어제보다 조금, 아주 조금 나은 오늘, 그리고 그것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내일을 바라보았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결국, 다이어트는 내일 저녁을 먹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오늘 밤 라면에 대한 충동을 참음으로써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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