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먹기만 한 3박 4일 홍콩여행
지난 4월, 친구들과 홍콩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식도락.
숙소와 항공편은 모두 최저가로 결제했지만, 먹는 데에 돈쓰기를 주저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홍콩에서의 첫 끼는 가볍게 완탕면으로 시작한다.
정말 많고 많은 완탕면 가게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발걸음을 향한 곳은 막스누들.
우선 침사추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지금은 체인이지만 알고 보니 1960년대부터 이어져온 나름 전통 있는 식당이었다.
우리가 시킨 세트메뉴에는 소 힘줄과 양지머리 부위 고기가 나왔다. 한국인에게도 호불호 없을 익숙한 간장양념의 맛이었다.
튼실한 새우가 양껏 들어가 있는 완탕면. 완탕면의 국물은 처음엔 속을 따뜻하게 해 주다가도, 곧 느끼함이 올라온다. 그럴 땐 제공되는 차와 공심채를 먹으면 문제가 해결된다.
면발은 굉장히 얇고 꼬들꼬들했다. 누군가는 고무줄을 씹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 취향에는 다행히 맞았다.
:미슐랭 빕구르망 만두
침사추이에서 막스누들 바로 옆에 있는 집이다.
완탕면 그릇이 생각보다 작아서 배가 다 차지 않았다면, 혹은 에피타이저로 들리기 좋겠다.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는 곳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굉장히 여러 종류의 만두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트러플 만두가 가장 인상 깊었다. 트러플 특유의 향과 한입 베어 물면 터져 나오는 육즙의 조화가 상당히 잘 어우러진다.
:미슐랭 1 스타 거위고기
이제 바다를 건너 센트럴 지역으로 가보자. 겉에서 봤을 때는 그저 길거리의 작고 허름한 식당 같아 보이지만 무려 미슐랭 별을 받은 집이다.
거위 구이는 광둥 및 홍콩 지역의 대표 요리 중 하나라고 한다. 꼭 먹어봐야 될 음식이라면 가장 잘하는 집에서 먹어보자!
기름지다. 근데 맛있다. 바삭한 껍질과 육즙 품은 살코기가 입안에서 기분 좋은 식감을 만들어낸다. 조금 짠가 싶을 땐 밥과 함께 먹으면 간이 딱 알맞다. 닭이나 오리고기와는 사뭇 다른 맛과 풍미를 지니고 있었는데, 꽤나 매력적이다. 껍질에서 나오는 기름이 고소함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간식 먹고 가자!
쉬지 않고 먹어야 한다. 특히 짧게 여행 온 여행객들은 더더욱 말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홍콩에 왔으면 에그타르트는 최소 한번 이상 먹어야 한다. 내가 먹은 집들 중 가장 맛있었던 곳은 'bakehouse'와 'hashtag b'.
베이크하우스는 촉촉하면서 달달한 게 에그타르트의 정석 같은 느낌이다. 조금 더 따뜻할 때 먹지 못한 게 아쉬웠을 따름이다.
해쉬태그 b는 겉이 페이스트리로 만들어진 개성 있는 친구였는데, 모양도 예쁘고 맛도 좋았다. 확실히 페이스트리가 파삭한 식감을 살려주는 듯했다.
에그타르트는 역시 홍콩. 홍콩에 간다면 두 곳 모두 추천이다.
:술 한잔 해야지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배도 채우고 맥주도 한잔할 겸 찾은 이곳. TV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젠슨 황 사진까지 걸려있는 유명한 집이다. 그만큼 웨이팅도 길었다. 기다리면서 사장님께서 요리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정말 불의 달인 같았다.
우리가 시킨 이런저런 음식이 나왔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한 입. 모든 메뉴가 기본 이상으로 맛있다. 확실히 불 맛도 잘 입혀져 있었고, 잘 볶고 잘 튀겨 나왔다. 술안주로 100점. 홍콩의 블루걸 맥주와 환상적인 궁합이었다.
물론 오징어 튀김은 맛없기 어려운 음식이지만, 그 밖에 소고기 감자볶음이나 굴소스에 볶은 조개도 환상적이었다. 홍콩에 다시 가도 반드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또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번 홍콩 여행에서도 수많은 맛과 풍경을 마주했다.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낯선 골목의 소음, 예상치 못한 순간의 웃음들. 모든 것이 잠시 내 삶에 쉼표를 찍어주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바쁜 일상에 발을 딛겠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유도, 버티는 이유도 어쩌면 이런 짧은 순간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