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화장실에서 숨 고르기

무너지지 않기 위한 가장 작은 방

by 여유한잔

밤새 준비했던 자료가 “그래서 요점이 뭔데?”라는 팀장의 한마디에 공중분해되는 순간이었다.


회의실의 공기가 순간 정지했고 모든 소음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듯했다.


핏기가 가시는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모니터로 시선을 고정했다.


괜찮아, 괜찮아 주문을 외워봐도 턱이 파르르 떨려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뜨거운 것을 삼키며 자리에 일어섰다.


“잠시 화장실 좀….”


내 목소리가 아니길 바랐다.


복도를 걷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격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아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렇게 말하는 건 무례한 거지!‘


분노가 치밀었다가도..


‘아니야 내가 더 완벽하게 준비했어야 했어 빈틈을 보인 내 잘못이야’


라는 자책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화장실 문을 닫고 칸에 들어가 잠금쇠를 거는 ‘딸깍’ 소리가 나자 비로소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었다.


낮게 웅웅 거리는 환풍기 소리만이 정적을 채웠다.


나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무력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나는 휘청거리며 일어나 세면대 앞에 섰다.


형광등 불빛아래 핏기 없는 얼굴과 어젯밤 뜬눈으로 새운 탓에 퀭한 눈가가 보였다.


꾹 다물어 하얗게 질린 입술이 가여웠다.


‘딱 3분만…’


땀으로 축축한 손에 단단하게 잡힌 휴대폰을 꺼내 타이머를 맞췄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코로 깊게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우는 감각 입으로 가늘게 길게 숨을 내뱉었다.


몸 안의 무거운 것들이 연기처럼 흩어지는 상상


팀장의 목소리가 메아리쳤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호흡에만 집중했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세면대를 짚은 손끝으로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거칠었던 심장 박동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삐 - 삐- 삐-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거울 속 나는 여전히 지쳐 보였다.


하지만 분명 달라진 것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던 울음을 온전히 삼켜낼 힘,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을 최소한의 용기가 생겼다.


혹시 지금 당신의 숨도 턱 끝까지 차올랐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괜찮으니 당신만의 작은 방으로 피신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이 화장실이든, 탕비실 구석이든, 아무도 없는 비상계단이든 어디라도 좋습니다.


그날 그렇게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온전히 버티게 해 준 건 거창한 위로나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의 단 3분이었습니다.


그 3분이 내일의 나를 또 한 번 지탱해 줄 소중한 기술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