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속에서 나 자신의 용기가 필요했던것 같다
아침 엘리베이터 안, 동료들은 어젯밤 예능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나는 그저 벽에 기댄 채 층수가 바뀌는 숫자만 멍하니 바라봤다.
단체 채팅방은 쉴 새 없이 울렸지만 나만 모르는 밈과 약어들이 가득했다.
무언가 입력하려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는 사이 대화는 이미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내 세상의 시간만 멈춘 기분이었다.
점심시간의 소란은 마치 주파수가 맞지 않는 라디오 소리처럼 의미 없는 소음으로 변해 웅웅거렸다.
같이 웃고 있었지만 투명한 벽 너머의 풍경을 보는 것처럼 아득했다.
어제 감정을 정리하며 다잡았던 마음은 사람들 틈에 섞이는 순간 속절없이 흩어졌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복도에서 A 대리님과 마주쳤다.
평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주던 사람이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또 숨을 거야? 딱 한 마디만 뭐라도 말을 걸어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돌아올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 고립감을 깨고 싶다는 절박함이 격렬하게 싸웠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냈다.
그의 자리로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리님 회의 때 그 슬라이드 인상 깊었어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잠시 나를 보더니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네 고마워요"
그게 다였다.
그는 곧바로 다시 자신의 일에 몰두했고 짧지만 깊은 정적이 방 안에 내려앉았다.
나는 멋쩍게 돌아서야 했다.
역시나 하는 자조적인 마음이 들었다.
자리에 돌아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실패한 시도, 어색한 공기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제와는 다른 종류의 감각이 피어올랐다.
이전의 외로움이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무력감이었다면 지금의 감정은 서툴렀을지언정 내 발로 작게 걸어본 첫걸음의 흔적이었다.
비록 멋진 연결은 아니었지만 나는 분명 스스로의 벽을 향해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진 셈이었다.
그날 밤 나는 메모장에 다른 문장을 적었다.
'나는 오늘 먼저 말을 걸었다.'
완벽한 위로도 극적인 변화도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투명한 벽에 아주 작은 균열을 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한마디를 건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나의 네 번째 작은 실험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