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울었던 것은 뭔가 이유를 찾기에는 감정이 나를 잠식했던 것 같다
하루의 끝 늘 그랬듯 침대 맡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었다.
지난 며칠간 나의 작은 구원이 되어주었던 메모장 앱을 켰다.
하지만 텅 빈 화면 위에서 내 손가락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오늘은 메모조차 쓰기 싫었다.
복잡한 감정을 정리할 단어를 꺼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어둠 속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저 무기력했고 세상이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바로 그때였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처음엔 한 방울 그러다 이내 멈출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왜 이러지? 별일도 없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아무리 이유를 찾아보려 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오늘따라 특별히 더 힘들었던 일도, 서러웠던 말도 없었다.
하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았고 나는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홍수 속에서 당황한 채 흠뻑 젖어갔다.
소리 없이 한참을 울고 나서야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이 눈물은 '오늘 하루' 때문이 아니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은 척 삼켜왔던 수많은 날들 애써 괜찮다고 다독였던 마음의 상처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괜찮은 척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나조차도 내가 괜찮은 줄로만 알았나 보다.
내 안의 내가 보내는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솔직한 신호였다.
눈물이 잦아들자 텅 비어버린 마음 한구석에 묘한 평온함이 찾아왔다.
나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정을 분석하거나 정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 위해서였다.
메모장에 나는 단 몇 글자만 썼다.
"오늘 울었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정말 많이 울었다."
이것은 정돈된 문장이 아니었다.
그저 감정이 흘러넘쳐 남긴 자국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무너진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지 않은 첫날밤이었다.
버티는 법을 배우는 대신 무너져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처음으로 허락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