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답답할 때는 10분 걷기

나의 답답함은 이제 해소해야할 수단이 필요해진 것 같다

by 여유한잔

어젯밤 모든 것을 쏟아낸 아침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퉁퉁 부은 눈, 천근만근 무거운 몸, 감정은 슬픔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냥 텅 빈 방 같았다.


무언가를 결심할 힘도, 애써 기운 낼 의지도 없었다.


관성처럼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만이 나를 움직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동료들이 나를 불렀다.


"식사하러 가요"


평소 같았으면 억지로 웃으며 따라나섰을 테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갑만 챙겨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드세요 저는 잠시 산책 좀 하려고요"


누군가는 나의 침묵을 회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도망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자발적인 고립이었다.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말할 기운이 없다는 게 더 정확했다.


회사 밖으로 나오자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이 나를 감쌌다.


나는 아무런 목적지 없이 그저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처음에는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열 걸음 스무 걸음 보도블록을 하나씩 밟아나가는 동안 신기한 변화가 일어났다.


차 소리 대신 오래된 건물 환풍기가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은 바닥에서 조금씩 들려 누군가 버린 커피컵 안에서 비눗방울처럼 햇살이 일렁이는 것을 발견했다.


내 그림자가 생각보다 길다는 것도 그제야 느껴졌다.


걷는 동안 머릿속 생각은 줄고 나의 숨결이 들렸다.


말보다 먼저 나를 위로한 건 규칙적으로 바닥을 딛는 내 발끝이었다.


한 걸음을 내딛는 행위 자체가 회복을 향한 나의 유일한 의지였다.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나는 조용했다.


하지만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나는 어제와 다른 문장을 메모장에 남겼다.


"오늘은 10분 동안 숨을 쉴 수 있었다."


간결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15분쯤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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