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알고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것은 오직 나 자신이라는 것을
고요한 밤을 보내고 맞이한 아침은 놀랍게도 평온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마음을 흔드는 소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 평온함 아래 무언가 텅 비어있는 듯한 기분이 옅은 안개처럼 나를 감쌌다.
일상은 무탈하게 흘러갔지만 내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었다.
퇴근길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무심코 광고판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광고들 사이에 잊힌 듯 자리한 낡은 공익광고 포스터였다.
구겨진 모서리 너머로 옅은 글씨 한 줄이 눈에 박혔다.
"애쓰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소중합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이 멎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눈앞의 글자들이 흐릿하게 번졌다.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왜였을까. 이토록 평범한 말이 왜 이렇게까지 마음을 뒤흔드는 걸까.
마치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처럼 낯설고도 따뜻한 위로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하루 종일 그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회의를 하면서도 보고서를 쓰면서도 문득문득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숨이 얕게 멎었고 이유 없이 목이 메었다.
나는 언제나 애쓰는 사람이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쳤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부터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잘했다.'는 칭찬은 있었어도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는 없었다.
어쩌면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이 그 한마디를 간절히 기다려왔는지도 모른다.
그날 밤 나는 다시 메모장 앞에 앉았다.
오늘 마주친 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을까 망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 문장이 나에게 가르쳐준 위로를 이제는 내 목소리로 직접 들려주고 싶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나는 천천히 한 문장을 써 내려갔다.
"오늘 하루 애썼다. 그걸로 충분하다."
누군가 나에게 해주길 그토록 바랐던 말 그 말을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에게 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나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