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소란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 작은 고요함을 지켜낸 날이었다.
어제의 15분 산책 덕분이었을까 하루의 소란 속에서도 마음 한구석에 작은 고요함을 지켜낸 날이었다.
기분 좋은 피로감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이대로 스르르 잠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하주 잠깐만
그 아주 잠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습관처럼 머리맡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은 의식의 흐름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파란색 앱 아이콘을 누르자 어제와 같은 반짝이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낮 동안 애써 지켜냈던 고요함 위로 타인의 소음이 잔물결처럼 번져나갔다.
눈은 피곤하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화면을 계속해서 밀어 올렸다.
어둠 속에서 오직 내 얼굴과 스마트폰 화면만 하얗게 빛났다.
'오늘은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데 손이 멈추질 않아'
빠르게 뛰는 심장, 멍해지는 시선 문득 어제 걸었던 조용한 골목길의 풍경이 떠올랐다.
규칙적으로 보도블록을 딛던 내 발소리와 귓가를 스치던 바람 소리
인공적인 빛과 자극적인 정보 대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했던 그 고요한 시간을 다시 되찾고 싶다는 갈망이 일었다.
나는 스크롤을 움직이던 엄지손가락을 멈췄다.
"더 볼까? 그냥 잘까?"
아주 잠깐의 망설임 끝에 나는 화면의 측면 버튼을 꾹 눌렀다.
'찰칵' 소리와 함께 빛이 사라지고 방 안에는 완전한 어둠이 내렸다.
나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뒤집어 놓았다.
'내려놓는다'는 이 단순한 행위가 마음의 쉼을 향한 나의 능동적인 선택이라는 것을 되뇌면서
처음 마주한 완전한 정적은 어색했다.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고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눈을 감고 어제의 걸음처럼 나의 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으로 들어와 내 안을 한 바퀴 돌고 따뜻하게 데워져 나갔다.
가슴이 천천히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움직임.
그 단순한 감각에 집중하자 어지러웠던 생각들이 조금씩 멀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요란했던 심장 박동이 잦아들고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비로소 밤이 온전히 고요하다고 느껴졌다.
자극에 중독된 뇌가 아니라 나의 몸이 원하는 진짜 쉼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오늘의 메모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오늘 밤 나를 내려놓았다."
자극이 아니라 고요함을 선택하는 것 역시 나를 지키는 소중한 기술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