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베크만 저, 2012년 발표.
주다주: 안녕하세요. 벌써 다섯 번째 책 시사회가 돌아왔습니다. 일주일이 참 빠르게 지나갑니다. 벌써 처서도 지나고 이제 가을이 저 골목 끝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의 책은 <오베라는 남자(A Man Called Ove)>입니다
이 책은 2012년 스웨덴의 인기 블로거였던 프레드릭 베크만 (Fredrik Backman)이 발표한 소설입니다. 그는 어떤 까칠한 노인네에 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연재하였는데, 이것이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책으로 발전시키게 되었으며 발간 후 스웨덴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이 책은 스웨덴에서 2015년에 영화화되고, 2023년에는 톰 행스 주연의 <오토라는 남자>로 재탄생하며 할리우드식 오베가 선을 보입니다.
내용은 고지식한 59세 오베가 먼저 떠난 부인 소냐를 그리워하며 자살을 준비하고 시도하는 중에 옆집에 이사 온 어린아이 둘을 둔 젊은 부부 패트릭과 파르바네의 가족과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프레드릭 특유의 유머를 블랙 유머를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오늘 주인공 오베 씨, 그리고 부인 소냐 씨. 나와 주셨습니다. 그리고 패트릭 씨와 파르바네 씨 나오셨어요.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베: 안녕하세요.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조용히 살고 싶어서 오늘 안 나오려 했는데 소냐가 같이 가자고 해서 나왔어요.
파르바네: 여전하시네요.
소냐: 안녕하세요 소냐입니다. 오베 씨의 부인이고 소설에서는 저는 처음부터 죽은 사람으로 나오죠. 오랜만에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서 기뻐요.
파르바네: 안녕하세요. 오베 씨의 이웃으로 이사 온 파르바네입니다. 저는 이란에서 왔어요. 그래서 약간 스웨덴어가 어눌해도 이해 부탁합니다.
패트릭: 안녕하세요. 저는 오베 씨가 멀대라고 부르는 파르바네의 아내 패트릭입니다.
ll 소냐의 색감
주다주: 먼저 오늘의 깜짝 게스트 소냐 씨에게 묻겠습니다. 책 처음부터 죽은 사람으로 나오기 때문에 오베 씨의 회상으로만 소냐 씨가 존재를 하죠. 그런데 이렇게 소냐 씨의 마음을 직접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좀 설레기도 합니다.
소냐: 저야 말로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 만나고 싶었습니다.
주다주: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죠. 왜 오베 씨와 결혼을 결심하셨는지요. 오베 씨가 같이 살기에는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평을 많이 받던데요.
소냐: 한마디로 하면 오베는 투명한 사람이에요. 오베가 A라고 하면 그것은 A이죠. A'나 AA가 아니고 정확히 A인 사람이죠. 그래서 좋았어요. 배우자를 불안하게 하는 사람은 정직하지 못한 사람이죠. 그런 면에서 저는 결혼 생활의 가장 큰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냥 그 투명성이 좋았어요. 자신의 감정에 덧칠하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좋았어요.
주다주: 작가님이, 오베가 흑백이라면 소냐는 색채였다고 평을 하셨는데 오베와 같이 함으로써 자신의 색이 바래서 결국 흑백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없었나요?
소냐: 제가 저보다 더 화려한 색감을 품기는 사람과 만나면 저의 색채는 죽죠. 하지만 흑백과 만나면 저의 색감은 두드러지죠. 그래서 오베는 저를 더욱 아름답게 해주는 존재였어요. 그리고
주다주: 역시 소냐 씨답게 긍정적이시네요.
소냐: 모든 색을 다 섞으면 검은색이 되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면, 검은색은 모든 색을 품은 색이죠. 그리고 흰색은 모든 색과 섞으면 그 본래의 색보다 밝게 만들어 주죠. 오베는 검은색 안에는 다양한 색이 있어요. 불이 나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러 불속을 뛰어드는 빨간색도, 장애가 된 아내를 요양시설로 안 보내고 자신이 책임지고 돌보는 초록색도 있고, 저와 함께 하기 위해 몇 시간을 다른 방향을 같이 가준 파란색도 그 속에 있죠.
주다주: 소냐 씨는 오베 씨에게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색을 본 거군요.
소냐: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의 몸 건장했고 어깨는 넓었고 팔근육이 대단했지요. 전체적으로 좀 둔감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그의 눈은 정말 다정했어요. 그의 눈을 다시 보니 그가 가진 색들이 다 보이더라고요. 살면서도 제 직감을 맞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어요.
ll 부부가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
파르바네: 그래도 전기세 아끼려고 겨울에도 온도 못 올리게 하고, 융통성을 없이 너무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 너무 힘들지 않았어요?
소냐: 그런 것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돼요. 그냥 제가 몰래 온도계를 올리면 돼요. 그러다 오베가 발견하면 또 내려놓죠. 저는 기회가 되면 또 올리고요. 집에서 자주 고장 나는 부분을 고치다 보면 그 부분에 얽힌 추억이 쌓이고 그 부분이 사랑스러워지죠. 겨울이면, 온도계에 저와 오베의 손때가 묻으면서 저희의 갈등은 어느새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자리 잡죠. 온도계를 보면 올라가 있는 온도를 보며 '어이구 또 소냐에게 당했네' 하는 오베의 표정이 같이 보이게 되죠. 표정을 가진 온도계 생각해 보셨어요?
파르바네: 정말 긍정적이시네요. 모두 오베 씨의 복이죠. 뭐.
주다주: 그래도 오베 씨가 가진 약간 어두운 분위기, 남을 의심하고 짜증이 많이 내는 분위기를 가진 사람과 같이 있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소냐: 오베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나름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이 있죠. 차를 직접 고치고, 아내가 쓸 책상을 만들어주고, 나사를 어떤 방향을 돌려야 하는지 알고 돌리고, 소위 행동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소위 행정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 그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일을 많이 겪게 되다 보니 흰 셔츠 입은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쌓이죠. 그는 이 분노를 해소할지 모르다 보니 다른 방향에서 그 분노의 표출이 되고 소위 고집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패트릭: 소냐 씨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천사가 따로 없는 것 같네요.
ll 컴퓨터보다는 나사 제대로 돌리기
주다주: 그럼 오베 씨에게 여쭈어 보겠습니다. 아직은 늙다고 하기 힘든 나이 59세에 그렇게 자살을 하시려고 하는 이유가 있나요? 물론 소냐가 없는 세상이 너무 쓸쓸하고 힘든 건 알겠는데요 그래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자살을 하시려고 하셨는지.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가요?
오베: 글쎄요. 저는 한 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죠. 흐흐. 지금 돌아보면, 소냐의 죽음 외에 퇴직도 한 몫했죠. 소냐와 나의 직업은 나를 세상과 이어주는 다리였는데 이 둘이 없어지면서 나는 세상에서 고립되었어요.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세상이 나를 밀어내고 있다고 생각했죠.
주다주: 그리고 이 책의 첫 장면이 오베 씨가 애플 스토어에서 에서 파르바네의 큰 아이에게 줄 선물로 아이패드를 고르면서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인데, 너무 어이없이, 마치 화를 내기로 작정한 노인네의 모습이랄까 그런 모습이 보입니다.
오베: 테크놀로지가 나이 든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어요. 정말 싫어요. 나는 내가 필요한 것은 뭐든지 만들어 쓸 줄 아는 자부심이 있는 사람인데 너무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요. 나는 자전거도 알아서 고치고, 차도 고치고, 알아서 다 해요. 저 멀대, 아니 패트릭 (패트릭을 보며) '쏘리'
패트릭: 으레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멋쩍게 웃기만 한다.
오베: 패트릭은 컴퓨터 관련 일을 하지만, 집안의 전구하나 제대로 갈 줄 모르죠. 툭하면 엎어지고 넘어지고.
패트릭: 전구 정도는 갈아요. 혹시 본인이 그것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으신 것은 아닌지?
오베: 솔직히 설명해 주어도 모를 것이다는 두려움도 있죠. 저희 주택단지에서도 감시카메라 설치하자고 하는데, 이놈의 신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주로 남을 감시하거나 무언가 제가 필요로 하지 않는 것에 많이 쓰인다는 거죠. 그것을 뭐라고 하죠? 효...
패트릭: 효용성? 효과?
오베: 맞아요 효용성, 노인들이 그 신기술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 즉 효용성이 젊은이들에 비해 매우 작은데 값은 똑같이 치러야 한다는 것도 억울하죠.
패트릭: 오베 씨는 억울한 것 투성이군요.
ll 멀대보다는 오베
주다주: 이번에는 파르바네와 패트릭 씨 부부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먼저 파르바네 씨, 오베 씨와의 만남이 처음부터 짜증스러웠는데 저 같으면 가능한 한 안 만나려고 할 것 같은데 계속 오베 씨에게 부탁하고 만나는 이유가 있었나요?
파르바네: 아마 제가 이란 출신이라 스웨덴어에 능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오베 씨의 짜증과 빈정거리는 말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죠. 그래서 저는 더 두려움 없이 오베 씨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오베 씨에 대한 마음이 연민으로 바뀐 때가 있어요. 제가 병원에 가야 하는데 운전을 하지 못해서 도움을 요청하려 갔는데 오베 씨한테서 가스 냄새가 났어요. 의심이 들더군요. 이분이 자살을 하려고 했나? 그 순간에 이란에 있는 저희 부모님 생각이 나고 마음이 찡해졌어요. 나중에 보니 제 짐작이 맞더라고요. 같이 지내면서 보니 오베 씨는 투덜대면서도 제가 부탁하면 다 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오베 씨는 외로워서 저렇게 짜증을 낸다고 확신을 갖고 좀 더 가까이 지내려고 하였어요.
오베: 사실 파르바네가 눈에 덮인 고양이를 살려낼 때 소냐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임신 말기잖아요. 소냐가 그때 유산하였기 때문에 파르베나에게는 그런 일이 이러나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소냐처럼 잘 울었어요. 잘 웃었고. 지금 생각해 보니 소냐와 많이 닮았네요.
주다주: 패트릭 씨는 어떠세요? 이러한 오베 씨에 대한 인상이 처음과 많이 바뀌었나요?
패트릭: 사실 저는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직장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오베 씨를 잘 몰라요. 다만 와이프가 많이 기대고, 아이들이 오베 할아버지를 별로 무서워하지 않고 재미있어하니까 저는 그냥 따라간 거요.
페르베나: 오베 씨는 몸이 굼뜨고 손이 어설픈 남편보다 집안일을 더 잘 도와주셨어요. 제가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에 오베 씨가 늘 가까운 거리에 계셨어요. 그리고 도와주면 진정으로 도와주셨어요.
오베: 돌아보면, 노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인 것 같아요. 페르베나와 아이들 덕분에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었지요. 그래서 고맙기도 합니다.
주다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이 책은 오베 씨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책장이 넘어가기도 하지만,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저희 사회가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하는 점에 대하여 많은 토론 거리를 제시해 주기도 한다는 것을 이 시사회를 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출연해 주신 네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