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주: 안녕하세요. 일곱 번째 책 시사회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의 책은 데미안입니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한 번씩 시도한 책이죠. 헤르만 헤세가 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에 썼다고 합니다. 그러나 출판이 된 것은 1919년이었습니다. 출판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헤세가 이 작품을 발표할 때, 작품성으로만 평가를 받고 싶어서 이 책의 화자인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책이 인기가 있고 독일의 권위 있는 상인 폰타나상의 수상자로 지명을 받게 됩니다. 헤세는 이 상을 사양하죠. 그런데 이미 독자들은 문체를 분석하여 이글의 작가가 헤세임을 밝혀냈었다고 하죠.
이 책은 화자이자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그가 부유하고 따뜻한 집으로 대표되는 선의 세계에서 벗어나 악의세계를 경험하며, 그 두 세계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자기 자신을 알고, 믿게 되는 과정을 우화처럼 그려냈습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이 선과 악의 이분화된 사고방식을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이끌어 준 신비스러운 존재입니다. 결국 데미안이 싱클레어 속에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사회를 위해 데미안 씨, 그리고 싱클레어 씨, 피스토리우스 씨께서 나와 주셨습니다. 박수로 맞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데미안 씨의 어머니, 에바부인께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데미안: 안녕하세요, 막스 데미안입니다.
싱클레어: 안녕하세요 에밀 싱클레어입니다.
피스토리우스: 안녕하세요.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입니다.
ll 100년 뒤에도 여전히 인기 있는 데미안
주다주: 안녕하세요? 세분. 너무 뵙고 싶었어요. 끝나고 사인을 부탁해도 될까요? ㅎㅎ
데미안: 물론이죠. 100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저를 알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아 정말 감사합니다.
주다주: 싱클레어 씨와 데미안 씨, 두 분이 진짜 많이 닮으셨어요. 두 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싱클레어: 그렇죠. 제가 일방적으로 데미안 형을 짝사랑하다 보니 닮게 되네요. ㅎㅎ
주다주: 짝사랑 한 대상이 데미안 씨인가요? 아니면 에바부인인가요?
싱클레어: 뭘 그렇게 꼬치꼬치 따지시나요? 소설을 다큐로 말씀하시면 모두 힘들어집니다. ㅎㅎ
주다주: 다른 어떤 나라보다는 한국에서 유독 소설 <데미안>이 인기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싱클레어: 아마 최근에 방탄소년단의 작품에 저희 데미안을 모티브로 했다고 해서 또 한 번 붐이 일지 않았나 싶네요. 아마존(Amazon)에도 리뷰에 보면 BTS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는 사람들이 좀 있더라고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좀 유명해진 느낌입니다.
피스토리우스: 이 책이 학교나 단체로부터 계속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권장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일 것 같습니다. 책의 내용 자체가 젊은이들이 고민을 잘 다루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데미안: 작가님이 노벨상 수상하셨을 정도로 글을 매력적으로 쓰시기도 하셨죠.
주다주: 팬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이 책을 여러 번 읽어 보신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요... 읽을 때마다 줄거리나 대사의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그래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지 않았나 싶어요.
ll 싱클레어와 데미안
주다주: 먼저, 데미안 씨에게 질문드리겠습니다. 데미안이라는 이름이 독일어로 악마를 의미하는 Dämon (영어로 Demon)과 비슷한데 혹시 본인의 이름에 불만은 없으세요?
데미안: 불만은 없습니다. 악마보다는 악령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 뜻을 깊이 들어가면, 한 인간 속에 내재하는 초인적인 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게 선이든 악이든 말이죠.
주다주: 자식에게 논란이 될 수 있는 이름을 거리낌 없이 지어준다는 점을 보면 에바부인이 상당히 자유로운 사고의 소유자라고 느껴져요.
데미안: 아마 현대 사회 같으면 여성 운동가나 사회학 교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싱클레어: 어쩌면 유명한 작가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피스토리우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주다주:. 왜 싱클레어 씨에게 다가갔는지요? 싱클레어 씨에게 끌린 점이 무엇이었을까요?
데미안: 글쎄요. 우선은 싱클레어 집의 현관의 새의 문장이 너무 인상적이었던 것이 큰 이유였어요. 미니 아브락사스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또 하나는 싱클레어가 수업시간에 저를 흘낏흘낏 쳐다보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곁눈질로 그를 보았는데 싱클레어 얼굴에 '나 힘들어, 도움이 필요해'라고 쓰여 있었죠.
주다주: 크로머의 협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군요. ㅎㅎ
데미안: 그래서 가는 길에 살인자로서의 카인이 아닌 강자로서의 카인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었는데 아주 재미있게 듣더라고요. 사실 그건 제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성경과 다른 이야기 들었을 때 보였던 표정과 비슷했습니다. 그래서 동질감을 느꼈어요. 그 나이에 그런 이야기를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냥 성경과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죠.
주다주: 아! 싱클레어 씨가 데미안 씨 어릴 적 모습과 많이 닮았었군요.
내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으로 살아보는 것
주다주: 이 책에 그런 문장이 나오죠.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 책의 모토라고 할 수 있겠죠. 내가 나를 찾아 감에 있어 가장 어려운 관문은 무엇일까요
싱클레어: 먼저 기존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 제일 처음이자, 어려운 관문인 것 같아요. 저는 데미안 형의 자극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형이 옆에 없을 때는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죠. 친구 잘 못 만나 술만 마시고. ㅎㅎ
주다주: 그래도 저는, 남자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싱클레어 씨가 피스토리우스 씨 만나면서 점점 안정되어 가는 것을 보고, 상당히 안심이 되더라고요. ㅎㅎ
데미안: 저도 싱클레어와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한 때 싱클레어가 김나지움 다닐 때 술만 마시고 좀 엉망으로 살았죠. 그때 저와 한 번 마주쳤는데 싱클레어는 저를 피하는 듯했어요. 아마 내가 싱클레어를 많이 알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그때 싱클레어는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을 할 때, 내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을 알 수가 있는 것 같아요.
피스토리우스: 저는 아버지가 원하는, 목사가 되기가 싫었죠. 선함만 강조하는 그 강령들이 싫었어요. 문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아주 그 세계를 나왔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 했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자신을 믿고 실행을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ll 끌어당김의 법칙
주다주: 이 책에서 에바 부인이나 데미안 씨는 '무언가를 원할 때, 자신의 확신에 충실하면, 그것이 끌려올 것이다'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 내용이 마치 2007년도 발표되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시크릿> 이란 책에서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데미안: 글쎄요. 저는 그 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는데, 이는 이미 불교나, 다른 고대 종교에서 많이 있는 가르침입니다. 저와 어머니는 이를 실생활에서 많이 경험을 함으로써 삶의 진실로 받아들인 것이죠.
주다주: 싱클레어 씨는 꿈을 참~ 많이 꾸시더라고요. 저는 좀 신기했어요. 엉뚱하긴 하지만, 나중에 제 태몽도 부탁드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ㅎㅎ
싱클레어: 제가 꿈을 꾸는 것은 무언가를 절실히 바란다는 것이죠. 아브락사스도 그렇고 베아트리체 그리려다 나타난 데미안 형의 모습도, 그리고 에바부인도 모두 꿈속에서 자주 나타났죠.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그 모든 것이 저의 삶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것 또는 사람들이었죠. 정말 알고 싶었고,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 절실함이 꿈으로 나타났고 현실화되었죠.
ll 아브락시스: 선과 악의 혼재.
주다주: 이 책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문장이 많은데 그중의 하나입니다. "새는 알에서 깨어나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아주 유명하죠. 이에 대하여는 피스토리우스 씨에게 아브락사스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피스토리우스: 아브락사스는 사람의 몸에, 뱀의 다리, 수탉의 머리를 한 신이죠. 페르시아 쪽에서 유래된 설화 같습니다. 저는 칼 융이 <죽은 자를 위한 일곱 가지 설법> 에서 이 신을 언급을 하여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브락사스를 선과 악, 빛과 어둠 등의 대립되는 개념들 그 너머에 존재한다라고 묘사하였죠. 불분명하면서 초월적인 존재를 흔히 의미하죠.
주다주: 그러한 존재에 대한 열망이 고대에부터 있었나 봐요.
피스토리우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프레디 머큐리의 부모님이 조로아스터교 신자이죠. 그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마즈다도 또한 아브락사스처럼 초월적인 신이죠. 불을 숭배해서 배화교라고 하기도 하죠. 제가 싱클레어랑 벽난로 앞에서 불멍에 빠진 적인 있었죠. 1시간 배화교도가 되어 보았습니다. ㅎㅎ
데이만: 선과 악의 이원화와 이의 극복은 인간이 존재한 이래로 지속되는 철학적 고민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선과 악은 살인과 같은 절대적인 악 외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구분하기 힘든 때도 많습니다. 그 중간이 많은 거죠.
ll 전쟁과 선악
주다주: 저는 개인적으로 1차 세계대전이 났을 때 데미안 씨가 좀 흥분하는 것 같아서 당황했습니다.
데미안: 지금 100년 후에 보면, 1차 세계대전은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의 권력다툼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속에 있을 때는 그것이 잘 보이지 않아요 그 당시 유럽은 혼란 그 자체였죠.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고,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해 새로운 부의 형성과 사람들이 부를 쫓아 정신없이 헤매기 시작했죠. 결국 1차 대전 중에 러시아에서는 혁명으로 왕조가 무너지는 등 각 나라의 문제점들이 터져 버렸죠. 저는 전쟁이라는 것이 주는 상징성, 즉 새로운 질서가 오는 것에 대한 흥분감, 그런 것이 있었긴 했습니다.
주다주: 그리고 싱클레어 씨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에바부인이 결국은 폭탄이 되어 오는 것도 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으세요.
싱클레어: 인생 자체가 아이러니죠. 글쎄요. 전쟁은 생각과 많이 달랐어요. 참 힘들었어요. 그 와중에 생각나는 것은 에바부인밖에 없었어요. 폭탄이든 뭐든 다 에바부인으로 보였어요. ㅎㅎ 사실, 이제 데미안과 에바부인과 작별해도 혼자 설 수 있을 나이가 되었으니 그 둘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제 마음이 폭탄을 끌어당긴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쉽게 이별하라고. ㅎㅎ
주다주: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고대 설화를 바탕으로 한 낭만적인 성격이 짙은데 세계대전을 접합시킨다는 것이 좀 어색하다는 평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피스토리우스: 독자들에게 맡겨야지요.
싱클레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주다주: 또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여러분의 젊은 날의 일부분을 몰입하게 만들었던 데미안. 이제 한 번 다시 꺼내 읽어보시면 또 어떨는지요?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 저기 저 앞, 코너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