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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 Sep 22. 202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로 도스토옙프스키 저, 1880년 발간


주다주: 안녕하세요? 이번 주 책시사회의 소설은 도스토옙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들입니다. 이 소설은 저자가 1879년부터 1880년까지  러시안 메신저라는 잡지에 연재하였던 작품이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저자가 2부로 기획한 작품입니다. 저희가 오늘 날 보고 있는 것은 1부뿐입니다. 저자는 1부가 끝나고 나서 몇 달 지나지 않아 돌아가셔서  2부는 무산되었습니다.  하지만 1부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완결성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상당히 방대하죠. 끝가지 완독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의 주된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으로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욕망의 화신인 아버지 표도르 카라마조프에게는 세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첫 번째 부인과 사이에서 얻은 첫째 아들 퇴역장교이자, 매사에 감성적인 드미트리(애칭 미차)가 있습니다. 그는 그루센카라는 여인들 두고 아버지와 라이벌 관계에 있습니다. 표도르와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는 두 명의 아이가 있습니다. 이반과 알리샤가 있습니다. 둘째 이반은 이성적이고 무신론자입니다. 반면에 알렉세이 (애칭 알로샤)는 수도사 수습생으로 신성과 영성을 중요시하는 온화한 성격입니다. 이 밖에 표도르의 혼외자 스메라자코프가 있습니다. 그는 표도르의  요리사로 다른  하인들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간질이 있고 음험한 캐릭터입니다. 그루셴카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맏아들의 갈등이 극한으로 가는 중에 아버지 표도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요?


이 소설을 줄거리위주로 보면 그냥 평범한 풍속소설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속에는 사실 숨은 주인공들이 있습니다. 대심문관, 조시마 장로, 그리고 양파 한 뿌리의 천사들이죠. 이 들을 통해 인간의 고통, 사랑, 신의 사랑, 기적, 은총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면서 독자에게 영감을 줍니다.


주다주: 오늘 이 시사회를 위해서 세명의 형제들, 드리트리, 이반, 그리고 알렉세이 세분이 참석해 주셨습니다. 참고로 스메라자코프 씨에게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시사회 도중 간질 증세가 나올까 걱정되어 거절하셨습니다.   


드미트리: 안녕하세요. 카라마조프 형제 중, 첫째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입니다. 자유와 감성을 맡고 있습니다.

이반: (형의 말에 웃으며) 저는 이 형제에서 이성을 담당하고 있는 둘째 이반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입니다.

알렉세이 : 셋째,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입니다.

드리트리: 저희 팀에서 신성 또는 영성을 맡고 있습니다.

주다주: 무슨 아이돌팀 같습니다. 관객분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시는데요.

 

주다주: 세분 반갑습니다. 드미트리 씨는 미국으로 잘 가셨는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이 소설의 범위를 벗어나서 더 이상은 자세히 묻지는 않겠습니다만... 궁금하네요.

드리트리: 저는 제가 억울하게 살인자로 오해받으면서 오히려 저의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그게 미국이든 어디든 큰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습니다.

알렉세이: 저도 혁명가로 새로 태어나야 하는데 아직 2부가 나오지 않아 지금 애매모호하게 수도복을 입고 있을 뿐입니다. ㅎㅎ

이반: 저는 죽었습니다. ㅎㅎ 기적은  없었습니다.

 

ll 혼란속의 러시아

1800년도 후반은 러시아에 있어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화자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그냥 풍겨 나온다는 느낌입니다.


드미트리: 당시 러시아는 크림 전쟁에 패배하면서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침체된 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있던 군대에서도, 군인들도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죠. 제가 군대에서 퇴역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주다주: 그래서 퇴직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ㅎㅎ 이반 씨와 알렉세이 씨도 웃음을 참지 못하시네요.  


이반: 형님을 오랜만에 보는데 뻥은 여전하시네요. ㅎㅎ


드미트리: 농담을 다큐로 받으시면 제가 곤란합니다. 제가 한 유머하죠. 하하


이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짜르체제에 대한 불만이 점점 고조되기 시작하였죠. 사람들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전쟁만 하니까요. 서서히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열망이 민중들 사이에 커져만 갔죠. 특히 하층민으로 몇 백 년을 배고프게 살아온 농노들은 더욱더 그 열망이 심했죠. 그래서  1861년에 알렉세이 2세가 농노 해방을 선언하죠.  하지만  알렉세이 2세가 결국은 암살을 당하죠. 그리고  해방된 농노들도 돈이 없기 때문에 자기 땅을 가지기 어려웠죠. 그래서 저희 아버지집 하인인 그레고리처럼 해방은 되었지만, 그냥 남아서 하인을 하는 경우도 많았고 결국 소작농으로 살기도 하였죠. 법적으로 노예는 아니었지만, 삶은 노예와 비슷한 상황으로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알렉세이: 혼란의 시대에  자신들을 강력하게 잡아 줄 그 무엇을 찾고 젊은 이들 사이에 사회주의 사상이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죠. 그 이론대로 된다면 세상은 천국이 될 것 같았죠. 그들은 당연히 신을 인정하지 않았고요. 저희 이반 형님이 그런 사람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일반 민중들은 여전히 정교회의 교리와 샤머니즘이 바탕이 된 삶을 살고 있었죠. 삶이 워낙 힘들다 보니 민중들은 종교적 기적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져 있었죠.


ll 대심문관  vs.  매슬로 (Maslow)의 욕구 단계설  

주다주: 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대심문관 이야기와 조시마 장로의 사랑론의 대조에도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대심문관스토리를 만드신 이반 씨께 질문드리겠습니다. 먼저 대심문관 이야기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겠습니다.


이반: 16세기 스페인 세비야의 대제사장 가야바는 재림한 예수를 심문하게 되죠. 대제사장 왈 '성경에서 예수는 악마가 제시한 세 가지 빵과 기적, 그리고 권력을 가지지 않고 인간에게 자유를 줌으로써 오히려 오히려 인간을 힘들게 하였다. 인간들은 빵을 원하고 기적을 원하고 이를 제공하는 한 고개를 숙이고 권력에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고 교회를 이를 행하여 왔기 때문에 예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예수에게 유죄를 선고한다는  내용입니다. 제가 썼는데 좀 조악합니다. 아직 가다듬어야 할 것 같아요.


주다주: 그 이야기에 과연 인간이 빵으로만 살 수 있느냐는 반론이 금방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알렉세이: 맞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빵이 만족되면 다른 것을 구하게 마련이죠. 그 당시는 인간의 욕망을 다섯 단계나 여섯 단계로 설명하는 이론들이 전혀 있지 않았죠. 그리고 농노시대의 농노들은 정말 먹고사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던 시대였죠. 그래서  아마 기본이 되는 식욕을 만족시켜 주면 민중들이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 같으나, 사실 민중들은  참을성 있고 복잡한 사람들이죠.  그들은 자신을 짐승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경멸하죠.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원하고 자신을 심장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받기를 원하죠.


드리트리: 저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 상황이 그런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모든 에너지가 빵 하나를 얻기 위해 소비되던 시대이니까요. 하지만 정부가 빵이 배급한다? 줄을 서서 빵을 받아 간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러시아의 남자는 여전히 술이 필요하거든요. 결국 빵가게 뒤로 정부가 금하는 술 파는 시장이 생기지 않습니까?


주다주: 오늘 드미트리 씨는 웃음 담당인 것 같습니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드미트리 씨의 다른 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 속의 드미트리 씨는 정신없었어요.  두서도 없고, 이랬다 저랬다... 특히 아버지 살해사건 장면은 정말 누가 봐도 드미트리 씨를 범인으로 볼 수밖에 없었어요.


드미트리: 러시아 남자들이 추운 지방에 살고 술을 많이 먹다 보니 그런 면이 있습니다. 대신 호탕하잖아요. 저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았는데요. 제가 재판을 받고 있을 때도 대부분의 여성들은 저의 무죄를 믿었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은근 매력 있는 사람입니다.


주다주: 객석이 웃음바다입니다.


ll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주다주: 세 사람은 과연 한 인간으로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십니까?  


드미트리: 저는 지금 그루셴카와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단 한 사람만 제 곁에 있으면 행복합니다. 죽다가 살아났기 때문에 저에게 주어지는 모든 것이 축복 같습니다.


이반: 저는 교회가 권한을 가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졌었죠.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보면서 절대적으로 신을 인정할 수 없었죠. 그런데 1917년 혁명으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종교가 거의 사라졌죠. 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래도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 카체리나가 옆에 있으면 좋겠어요.


알렉세이: 우리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절대적으로 사랑이 필요해요.


ll  행동하는 사랑

주다주: 그 사랑이라는 것이 너무 구름 잡는 것처럼 애매모호한 것이 아닐까요?


알렉세이: 조로시 장로님이 말씀하셨죠. 사랑에서는 공상적 사랑과 실천적 사랑이 있다고요. 공상적 사랑은 머리로 하는 사랑이죠. 이에 비해 실천적 사랑은 구체적으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인류애는 머리로 하지만 실천하기 힘든 것이죠. 이반 형님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주로 뉴스나 잡지에서 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내 앞에 버릇없이 구는 아이가 있을 때 이 아이를 사랑하기 힘들죠.  그것을 해내는 것이 사랑인 것이죠.


드미트리: 내 말이 그 말일세. 나는 내 앞에 있는 그루셴를 사랑한다고.


이반: 그래도 사람들에게 빵과 사랑 둘 중에 고르라면 무엇을 고를까요?


ll ET와 어린아이의 손가락 인사를 기억하시나요?

주다주: 여전히 이반 씨는 사랑이란 말이 불편한 것 같네요.  


이반:  알료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지만 그 사랑이란 말이 사람들에게는 그냥 포기와 순종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좀 불만입니다.


주다주: 저는 그루셴카 씨가 알렉세이 씨에게 해준 이야기라고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양파 한 뿌리의 이야기가  알렉세이 씨가 언급한 사랑이라는 개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이 듭니다.


드리트리: 저도 그 이야기를 그녀로부터 들었어요.  그루셴카가 술만 먹으면 그 이야기를 해 주어서 이젠 외우다시피 합니다.  천사가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고 있는 할머니를 위해 양파 한 뿌리를 밑으로 던져 붙잡고 올라올 수 있게 하였지만, 그 할머니가 양파뿌리에 같이 매달리려고 하는 사람들을 발로 차버리고 하는 순간 양파 뿌리가 끊어져서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였어요. 하나님의 축복은 계산하지 말고 그냥 받는 것으로, 그리고 같이 나눌 때 더욱 커지는 것이란 것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알렉세이: 그 이야기는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가을 알려줍니다. 사랑의 본질은 연결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할머니가 천사와 연결된 순간, 그것이 자신의 것만인 줄 알고 다른 사람들과 단절하였을 때 그는 다시 혼자 만의 지옥에  빠져들죠. 제가 그루셴카 형수님에게  누님이라고 호칭하자 형수님이 감격하여 그 이야기를 해주셨죠. 그 순간 저와 형수님이 같은 인간으로서 연결이 되었던 것이죠. 그렇게 우리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인정하면 서로 연결이 되고 , 그것이 사랑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기적의 순간입니다.


이반: 알로샤가 무슨 리틀 조시마 장로처럼 보이네요.


알렉세이: 형님 벌써 150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얼마나 컸는데요. 아직도 스무 살 알로샤로 보시면 안 됩니다.


ll 내 앞에 있는 사람, 사랑

주다주: 사실 이 책을 보면 숨겨져 있지만, 실제의  주인공이 조시마 장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라이프 스토리와 사상이 여기 세분보다 더 자세히 나와 있고요. 이런 점에 대하여 좀 안타까운 점을 없습니까?


이반: 저는 상당히 불만이 많습니다. 제가 조시마 장로와 맞짱을 뜰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 장로님이 초반에 돌아가시는 바람에 토론이 아닌 일방적인 그분의 사상의 전달로 바뀌어 버렸죠. 알로샤야 아주 좋았겠죠.

알렉세이: 저는 좋았어요. 그분의 삶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너무 굳건하게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라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았으면 했으니까요.


드미트리: 저는 소설에서 그분이 담당하는 요소와 제가 담당하는 요소가 달라서 전혀 문제가 안 되었습니다.


주다주: 아! 러시아 남자의 기상과 감상을 담당하셨다는 말씀이신가요? 계속 웃음을 주시는 드미트리 씨,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의 눈에 띄는  위의 형님 두 분과 막내분의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위의 두 형님은 말을 많이 하죠.  드미트리 씨는 정신없이 많이 하고, 이반 씨는 논리적이라는 차이점만 있지 자신의 말을 하기에 바쁩니다. 반면에 알렉세이 씨는 말을 하기보다는 주로 듣기를 많이 한다는 점입니다. 세분은 그런 것을 인식하셨나요?


드미트리: 글쎄요. 형제의 행동을 분석할 만큼 제가 차분하지 못해서요.


이반, 알로샤: 알고 계시네요. ㅋㅋ


이반:  잘 몰랐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알료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죠. 자신에게 집중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거의 없죠. 말하다 갑자기 깨닫게 되었어요. 그게 조시마 장로표 행동하는 사랑이네요. 그렇네요.


주다주: 갑자기 깨달음의 모드로 시사회가 변했습니다. 하하.


이반: 사람은 죽은 후까지도 끊임없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다주: 이반 씨 마저 오늘 시사회에서 웃음을 안겨주시네요.


주다주: 워낙 방대한 책이라 아직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드미트리씨는 다시 미국으로 이반 씨는 하늘나라로, 알렉세이 씨는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관계로 오늘은 여기서 시사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앉으신 분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와 인사를 하면서 서로 연결이 되는 감동을 맛보실 수 있는 시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의 시사회를 마칩니다.  다음 주에 마지막 회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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