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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3. 2023

1. 우주 끝 지구 아이

안녕, 내 이름은 지아야. 지구 아이라는 뜻이지. 난 세종우주기지에 연구원으로 가게 된 엄마 아빠를 따라 우주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어. 너희도 잘 알겠지만, 세종우주기지는 한국의 위대한 왕인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우주연구기지야. 아주 먼 우주에서 행성환경과 지하자원도 조사하고, 지구의 새로운 우주 영토도 개척하는 거지.

세종우주기지는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지구인의 연구기지야. 그러니까 말하자면 우리 가족은 지구에서 가장 먼 우주로 나와 있는 지구인인 거야. 

사실 난 갑자기 부모님을 따라서 이렇게 먼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서 조금 걱정이 돼. 제일 걱정 되는 건 지구의 친구들을 떠나 지구인이라고는 한 명도 없는 새로운 학교에 가야 한다는 거야. 내가 다니게 될 학교는 외계인 학교야. 그 학교에 지구인은 내가 처음이래. 여긴 우주의 아주 외딴곳이야. 골칫덩어리 내 동생 미르의 말로 한다면 ‘엄~청 머~~~ 우주의 끄으읕!’이야. 

지구에서 온 우리 가족처럼 우주의 여러 다른 행성에서 온 많은 외계인들이 자기들 행성의 연구기지를 세우고 있어. 여긴 최근에 발견된 우주의 신 개척지이거든. 우주는 아주 넓지만, 생명이 살 수 있는 이런 행성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래서 새로운 생명 행성이 발견되면 여러 은하에서 온 외계인들의 많은 연구 기지들이 세워진단다. 

그런데 지구인이나 외계인이나 어른들은 다 마찬가지인가 봐. 아이들은 반드시 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니까. 어른들은 정말 꽉 막혔어! 그래서 이런 오지의 행성에도 내가 다니게 될 외계인 학교가 만들어진 거야. 이렇게 ‘ 먼 우주의 끄으읕!’에 와서까지 학교에 다녀야 하다니, 정말 너무해!


  쉬이익-! 

  철퍼덕! 

  쾅!

이건 내가 처음 외계인 학교에 도착할 때 난 소리야.

이곳 행성에 어제 이사 온 우리 가족은 밤늦게까지 이삿짐을 풀어야 했어. 그래서 오늘 아침 모두가 늦잠을 자 버린 거야. 뭉치도 먼 여행이 힘들었는지 그때까지 어두운 침대 밑에서 자고 있었어. 일어났을 때는 벌써 두 번째 해가 창문 아래쪽까지 올라와 있었어. 아, 여기는 해가 두 개야. 아빠는 그걸 밝은 전구와 어두운 전구라고 부르며 웃었지. 어두운 전구, 아니 작은 해는 아주 멀리 있어서 해가 떠도 그렇게 더워지진 않아. 그 다음에 큰 해가 뜨면 여름 아침처럼 아주 환해지지. 여기선 큰 전구가 나왔다는 건 벌써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어쨌든 우린 엄마의 미친듯한 비명을 들으며 일어나서 급하게 달려야 했어. 엄마와 아빠는 직장인 세종우주기지에 가야 하고, 나는 학교에, 동생은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우린 캡슐이 한 대밖에 없거든. 

엄마는 학교 앞에 우주 자동차 캡슐을 급하게 멈추고는(쉬이익-!), 내 가방과 나를 땅바닥에 팽개치듯 내던졌어. 나는 가방과 함께 땅에 내동댕이쳐졌지(철퍼덕!).

“첫날부터 늦게 만들어서 미안해! 잘하고 와! 아참, 혼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지?”

엄마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슈웅, 캡슐을 돌려 달려가 버렸어. 급출발하는 우주 자동차 캡슐 안에서 몸이 쏠려 창문에 짓눌려진 아빠와 동생 미르, 그리고 우주 거미 뭉치의 비명이 길게 들렸지. 

난 가방을 주워들고는 거대하고 이상한 학교 교문을 올려다봤어. 

마지막 쾅! 소리는 급하게 캡슐 문이 닫히는 소리였는지 겁에 질린 내 심장이 깨지는 소리였는지 잘 모르겠다. 

외계 행성의 외계인 가족, 그게 바로 우리야. 이곳에선 내가 외계인이란다. 이곳 외계들에게 나는 은하계라는 곳의 이름 모를 작은 행성의 이상하게 생긴 외계인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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