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진 Apr 03. 2023

3. 외계인 가족

아참, 우리 가족 소개가 늦었구나. 우리 집엔 엄마, 아빠, 그리고 귀여운 우주거미 뭉치가 있어. 물론 골칫덩이 미치광이! 같은 동생 미르도 있지. 그래, 너도 동생이 있다면 잘 알 거야. 동생이 얼마나 골칫덩이인지,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말이야. 골칫덩이 동생 얘기는 맨 마지막에 하도록 하자. 내 동생 미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내 머리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는 것 같아. 

우리 아빠는 행성지질학자야. 내가 보기에 행성지질학자는 우주에서 제일 재미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아. 아빠는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엄청나게 먼 행성을 탐사해. 그런데 낯선 행성에 도착해서는 기껏 하는 게 땅을 파서는 흙을 담고 돌을 주워 오는 거야. 오, 맙소사! 거기에 얼마나 근사한 독충과, 사람을 한입에 꿀꺽 삼켜버리는 괴물 식물과, 구름처럼 거대한 새들이 많은데 그냥 돌이나 주워오다니. 행성지질학자들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 아빠는 그 돌들로 자원이 되는 우주의 광물을 조사한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돌멩이를 보는 거야. 아빠는 집에서도 맨날 이상한 돌이나 운석 같은 것만 들여다본단다. 우리 아빠는 우주에서 최고로 지루한 사람 중의 하나야. 

엄마도 우주생물학자야. 사실 내 꿈은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어. 엄마는 이 우주에 사는 수많은 외계인들과 우주생물들에 대해 아주 많은 것들을 알아. 엄마의 직업은 뭔가 근사한 모험이 들어 있는 것처럼 멋지게 들려. 

실제로 엄마는 아주 용감한 모험가이기도 해. 처음 도착한 낯선 행성에선 어떤 생물이 위험한지, 어떤 생물이 안전한지 전혀 알 수 없어. 그런 곳은 지구와 전혀 달라서 작고 귀여워 보이는 것들이 우리를 한입에 꿀꺽 삼켜버릴 수도 있고, 거대한 숲이 갑자기 꿈틀거리며 푹 꺼져서는 그 안에 들어온 생물들을 통째로 녹여서 먹어버리기도 해. 그래서 우주생물학자는 아주 똑똑하기도 해야 해. 난 멋진 우주생물학자가 될 거야.

이제 우리 집 귀염둥이 애완동물인 뭉치를 소개할게. 뭉치는 우주거미야. 엄마의 오지 행성 탐사 여행에서 함께 돌아왔단다. 불쌍하게도 사나운 날개두꺼비들에게 어미를 잃고 죽어가는 걸 엄마가 발견하고 치료해 주었단다. 엄마가 다시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뭉치는 엄마 팔에서 떠나지 않았어. 너무 어려서 부모가 죽어서 야생의 우주로 돌려보내지는 게 겁이 났던 거지. 엄마가 우주의 숲에 멀리 떼어 놓으면 몇 번이고 우리 캠프 기지로 돌아왔단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되었지. 뭉치는 잠들 때 다리를 모으고 몸을 공처럼 웅크리고 잔단다. 그때 모습이 꼭 검은색 털뭉치처럼 생겼어. 그래서 뭉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어. 

뭉치는 겉모습은 거미처럼 생겼는데, 성격은 작은 강아지 같아. 엄청 귀엽고 즐거워. 학교에서 돌아오면 막 달려와서 뛰어올라 품에 안겨. 아마 네가 처음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넌 깜짝 놀랄지도 몰라. 베개만 한 거미가 네 얼굴로 펄쩍 뛰어올라 얼굴에 온통 끈적이는 거미줄을 발라놓을 거거든. 하지만 그건 네가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겁먹을 필요는 없어. 가끔 공부하느라 문을 닫고 있으면 놀아달라고 밖에서 문을 긁어대는데 그 소리도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물론 우리 아빠는 무섭고 소름이 끼친다고 하지만 말이야. 

뭉치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빠의 신문을 가져오는 거야. 현관에 신문 던져지는 소리가 나면 뭉치는 혀를 헐떡이며 달려나가. 그리고 신문을 물고 신 나게 아빠 침대로 달려가지. 잠든 아빠 얼굴 위로 펄쩍 뛰어올라서는 신문을 내려놓아. 그리고 아빠 얼굴을 막 핥지. 그럼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한단다. 그대로 있으면 얼굴이 거미줄로 가득 덮여서 숨을 쉴 수 없거든. 

아빠는 매일 아침 거미줄로 끈적이는 신문을 펼치느라 애를 먹어.

“제발 내 신문 좀 그냥 놔두면 안 되겠니?”

아빠는 매번 뭉치한테 제발 신문을 자기가 가져오게 해달라고 말하지만 소용없어. 왜냐하면 그건 뭉치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거든.

이건 비밀인데 말야, 사실 아빠는 뭉치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 말은 안 하지만 아침에 뭉치가 얼굴 위로 풀쩍 뛰어오르면 비명이라도 지를 것처럼 깜짝 놀라. 그래서 엄마는 아빠를 일찍 깨우려고 매일 아침 방문을 살짝 열어놓는단다. 뭉치가 들어오면 아빠는 절대로 늦잠을 안 자거든. 

아빠는 퇴근해서 집에 올 때 문을 살짝 열고 문틈으로 안을 살펴봐. 뭉치가 거실에 있나 없나 보려는 거야. 뭉치가 안 보이면 얼른 들어와서 달리듯 서재로 가려고 한단다. 하지만 아빠는 뭉치를 피할 수 없어. 뭉치는 천장에서 아빠 머리 위로 툭 떨어져 내려서 아빠를 반기지. 아빠는 너무 놀라서 펄쩍 뛰어. 천장에 닿을 만큼 말이야.

뭉치는 아빠가 매일 자기랑 재미있는 장난을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더욱 교묘하게 숨곤 해. 문 뒤에 달라붙어 있다가 아빠가 문을 밀고 들어와 천장까지 확인하고 안심하면 쓰윽 목에 내려앉기도 하지. 아빤 매일 펄쩍 뛰어. 그럼 뭉치는 아빠가 자기 장난을 엄청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다음에 더 재밌게 해주려고 해. 다음날 아빠를 더 높이 펄쩍 뛰게 만들지. 우린 뭉치가 아빠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말해줬어. 그럼 아빠는 억지로 웃고는 있는데 식은땀을 흘려. 어쨌든 뭉치는 아빠를 정말로 좋아해. 

이제 내 동생을 소개할 게. 내 동생 이름은 미르야. 미치광이!지. 이름은 평화라는 뜻을 가진, 아주 먼 옛날 지구에서 만들었던 인류 최초의 우주 정거장 이름이야. 정말 멋진 이름이지 않니? 하지만 하루만 같이 살아보면 얼마나 미치광이 같은지 깜짝 놀랄 거야. 미르는 하루 종일 뭉치를 쫓아다녀. 뭉치는 도망치기 바빠. 어찌나 괴롭히는지 저번에는 침대 밑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나오지 않은 적도 있어.

귀엽다면서 목을 꽉 끌어안아. 그럼 목이 졸린 뭉치는 겁에 질려서 막 버둥거려. 미르는 그게 뭉치가 신나서 손을 흔드는 거래. 

아이쿠, 맙소사! 

미르는 지구에서 여기에 올 땐 긴 우주여행이 무척 심심했나 봐. 갑자기 연을 날리고 싶다고 했어. 바람직한 점 없는 우주에서 말이야. 그게 말이 되니? 미르는 연을 날린다면서 뭉치 다리를 쫙 펼치고는 우주 밖으로 던졌어. 뭉치는 자기 꽁지에서 나온 거미줄 하나에 매달려서 우주를 질질 끌려다녀야 했지. 내 동생 미르는 자랑스럽게 말했어. 

“누나, 뭉치가 연날리기 정말 좋아하나 봐! 좋아서 막 소리를 질러!”

하지만 그건 뭉치가 비명을 지르는 거였어. 

내 동생은 뭉치를 엄청 사랑해. 뭉치를 돌봐주고 놀아주는 게 자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해. 그래 맞아, 미르는 뭉치를 엄청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 같아. 단지 멍청한 미치광이처럼 사랑하는 것뿐이지.

연날리기를 당한 날, 뭉치는 내 침대 밑 제일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는 며칠간 나오지 않았어. 어찌나 겁을 먹었던지 제일 좋아하는 바퀴벌레비스킷을 놓아주었는데도 나오지 않더라니까. 이제 내가 왜 내 동생을 골칫덩이 미치광이라고 하는지 알겠지?

그건 그렇고, 뭉치랑 노는 건 정말 재밌어. 뭉치는 아주 멋진 재주가 있어. 뭉치는 만들기를 아주 좋아해. 거미줄로 뭐든지 만들 수 있단다. 뭉치는 컵을 보여주면 거미줄을 뽑아서 순식간에 똑같은 모양의 컵을 만들어내. 해적 칼도 만들 수 있지. 고무처럼 말랑말랑한 칼이야. 하지만 단점은 그게 거미줄로 만든 거라서 끈적인다는 거야. 칼을 만들어서 미르와 해적놀이를 하면 칼끼리 달라붙어서 떨어지지가 않아. 떼려고 애쓰다 우리 손에서도 떨어지지 않아서 한창 낑낑거리다 보면 칼이 우리 머리카락이랑 옷에 들러붙어서 우리가 칼에 붙잡힌 꼴이 되어버려. 

뭉치랑 놀고 나면 집안은 온통 끈끈이투성이야. 그래서 엄마는 투덜거리면서 매일 청소를 해. 카펫에도 침대에도 내 옷에도 온통 끈끈이투성이지. 내 옷에 뭉치의 거미줄이 잔뜩 묻으면 난 끈끈이 인간이 된 것 같아서 무척 기분이 좋아. 여기저기에 몸을 갖다 대면서 놀아. 끈적끈적 들러붙는 느낌이 아주 멋지거든. 그렇게 온 집안을 돌아다니고 나면 내 옷에는 온갖 물건들이 잔뜩 붙어 있어. 나는 그걸로 기록 세우기도 할 수 있어.

저번에는 부러진 크레용 열두 개, 공책 3권, 연필 다섯 자루, 자그마한 화분 2개, 아빠 외투랑 만년필, 가위, 엄마의 운동기구, 머리핀과 띠, 헤어드라이어와 목걸이, 주먹만 한 운석, 양발 다섯 짝, 냄새나는 운동화와 구두를 포함한 신발 3짝, 식탁 의자까지 해서 17킬로그램이나 붙였어. 나중엔 걸어 다니기도 어려웠지. 최고 기록을 세운 거야. 난 아주 커다랗고! 기괴하고! 뚱뚱한! 끈끈이 인간이 되었지. 하지만 엄마한테 야단맞은 것도 그날이 최고 기록이었어. 

자, 이제 나와 우리 가족 소개는 어느 정도 끝난 것 같아. 이제부터 외계인학교 생활을 얘기해볼게. 내가 외계인학교에서 어떤 엄청난 일들을 만났는지 말이야. 

난 외계인학교에 간 첫날부터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단다. 처음 간 외계인학교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가족과 외계인학교에 생긴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우주 사건들을 잘 해결해 낼 수 있을까? 

이제부터 너와 비슷한 지구의 꼬마가 어떤 신기하고 무시무시한 우주의 사건들을 만나게 되는지 끝까지 잘 지켜봐 줘. 처음보는 우주 생물을 만났을 때처럼, 네 도움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있거든. 

이전 02화 2. 우주 생물학자 지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