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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3. 2023

2. 우주 생물학자 지아

내 꿈은 우주생물학자야. 우주생물학자는 우주의 생물들을 연구하는 사람이야. 지구에는 수십억명의 인간 말고도 곤충과 물고기들,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등 종류만 수백만 종이 넘는 엄청나게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어. 그런데 거대한 우주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우주 외계 생물들이 있겠니? 우리가 생각해보지도 못한, 생각할 수도 없었던 생물들이 많아. 난 우주에서 가장 뛰어나고 유명한 우주생물학자가 될 거야. 어쩌면, 난 우주가 만들어진 이후로 우주의 생물들을 가장 많이 아는 생물학자가 될지도 몰라. 

너도 우주생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니? 엄마는 우주생물학을 아는 건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이라고 했어. 사람도 우주 생물이고, 다른 행성의 존재들에겐 우리 지구인도 기묘하고 낯선 외계인이잖아. 우주 생물학은 우주의 존재들이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 정말 중요한 거야. 우주에는 사람처럼 똑똑한 우주인들이 수없이 많지만 좋아한다고 인사하는 방식은 전부 달라. 누군가에겐 반갑다는 몸짓이 누군가에게는 싸우자는 표시가 될 수도 있거든. 우리 지구만 봐도, 개가 꼬리를 흔드는 건 반갑고 기쁘다는 표시이지만 고양이가 꼬리를 흔드는 건 위협하는 표시인 것처럼 말이야. 그래서 서로가 그것을 알고 있으면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겠지. 그래서 엄마는 내게 많은 것들을 얘기해 줘. 그건 누구나 알면 좋은 것들이지. 

개척 행성에 들어갈 때는 우주생물학이 더욱 중요해. 처음 보는 낯선 우주 생물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것에 목숨이 달려 있을 수도 있어. 내가 문제 하나 내볼까? 너도 언젠가 우주로 모험을 떠났을 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문제니까 잘 생각해봐.

네가 우주를 여행하는데 우주선이 고장 나서 처음 보는 낯선 행성에 내려앉게 되었어. 구조대가 올 때까지 넌 살아남아야 해. 우주선 안에 있는 게 최고로 안전하지. 

우주 탐험의 첫 번째 원칙, 네가 아는 곳이 제일 안전하다. 

하지만 식량이 떨어져 버렸어. 그래서 먹을 것을 구하러 나가야 해. 한참 먹을 것을 찾으러 가고 있는데 네 앞에 크고 흉측하게 생긴 괴물이 있는 거야. 잘 모르니까 일단 도망치자고 생각했어. 그건 무척 똑똑한 생각인 거지. 

우주 탐험의 두 번째 원칙, 모르는 것이 있다면 일단 피하라!

그런데 도망치려는고 돌아서는데 네 뒤편에 또 다른 커다란 괴물이 있는 거야. 종류는 전혀 다른데 이 녀석도 네가 보기엔 아주 흉측하고 무섭게 생겼어. 하긴 뭐, 낯선 행성에 도착한 지구인의 눈에 뭔들 안 흉측하겠니? 어쨌든 넌 두 마리의 괴물 짐승한테 앞뒤로 갇힌 거야. 게다가 네가 서 있는 바닥이 모래 늪처럼 가라앉고 있어. 양옆은 산성 늪이라 물에 닿는 즉시 발이 녹아버리지. 넌 앞이나 뒤, 어느 쪽인가로 재빨리 도망쳐야 해. 그런데 사실 둘 중 하나는 너를 잡아먹는 무서운 동물이고, 다른 하나는 이끼를 먹고 사는 온순한 동물이야. 넌 어떤 동물 쪽으로 도망쳐야 할까?

말하자면, 네가 낯선 행성에서 만난 짐승이 너를 잡아먹는 사자인지 아니면 풀을 먹고 사는 온순한 영양인지를 구분해야 하는 거야. 너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억해,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네 머리라는 걸 말이야.”

우리 엄마가 항상 하는 말이야. 

우주 탐험의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원칙, 네 머리가 최고의 무기다!

자, 이제 한번 네 머리를 이용해봐. 무엇을 보고 진짜 괴물 짐승을 구분할 수 있을까? 나도 외계인학교에 가면 이걸 써먹을 생각이야. 외계인학교에는 수많은 외계인 종족들이 있을 텐데 첫날부터 무서운 녀석들한테 잘못 걸리고 싶진 않거든. 이걸 알면 어떤 녀석이 사나운 외계인 종족인지, 어떤 아이가 평화롭고 착한 외계인인지 구별할 수 있을 거야. 

답을 생각해 보았니? 그럼 네가 살아남았는지, 아니면 잔인하게 찢겨서 먹혀 버렸는지 보자. 

첫 번째 답은 눈은 보는 거야. 만약 네 앞에 있는 동물의 두 눈이 똑바로 정면으로 나 있다면 너는 뒤에 있는 동물이 아무리 더 흉측하고 무섭게 생겼더라도 그쪽으로 달아나는 게 더 좋을 거야. 

사냥을 하는 동물은 두 눈이 정면을 향하고 있어. 사자나 호랑이처럼 말이야. 사냥감을 찾고 추격하는데 유리하거든. 반면에 사냥감이 되는 동물은 눈이 얼굴의 양쪽 옆에 나 있어. 최대한 넓은 방향을 볼 수 있게 말이야. 자기를 잡아먹는 동물이 다가오는지 항상 사방을 살펴야 하기 때문이야. 토끼나 사슴처럼 말이야.

외계 괴물이라 눈이 어딨는지 바로 찾을 수 없다면 두 번째 판단 방법도 있단다. 바로 뿔과 같은 날카로운 방어 무기야. 방어 무기가 많은 동물은 힘이 약한 사냥감이라는 거야. 단단한 껍질이라든가, 날카로운 뿔이라든가, 온몸을 덮은 가시 같은 게 있다면 녀석은 공격하는 동물이 아니라 방어하는 동물이야. 약하고 잡아먹히는 동물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것들을 가지고 있어. 껍질이 단단한 거북이나, 긴 뿔을 가진 가젤 영양이나, 가시투성이의 고슴도치는 우리를 잡아먹지 않아. 우리를 잡아먹는 사냥꾼 동물은 뿔이 없는 사자나 호랑이지. 

네가 만약 어떤 외계인을 만났는데 두 눈이 정면으로 나 있고, 뿔이나 가시도 없으면서, 지능이 있어서 똑똑하기까지 하다면 정말 조심해야 해. 가장 위험한 외계 생물인 거지. 그 외계인은 틀림없이 잔인한 속성을 가진 거야. 그런 외계인은 싸움과 전쟁을 좋아하고, 다른 생물을 마구 사냥하고 학살할 거야. 음, 그런데 그 잔인한 외계인이 어쩐지 우리 인간을 닮았네? 조금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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