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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퐁 Apr 10. 2023

우주가 많은 방

10.

작은 구멍이 점점 커지더니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만해졌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처음엔 신발을 신은 발 한쪽만 나타나더니 서서히 몸 전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릴 적에 본 기억과 일치했다.

“어서 와요. 고생 많았죠?”

도하가 여행자를 맞이했다. 호수가 여행자에게 다가갔다. 여행자는 호수와 똑 닮은 여자 아이였다. 헝클어진 머리에 부르튼 입술. 터무니없이 큰 신발은 그마저 한쪽밖에 신고 있지 않았다. 도하와 밍밍도 아이의 행색을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언니?”

호수는 그 아이를 힘껏 껴안았다. 그제야 난 알 수 있었다. 호수가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 했던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호수와 그 아이, 호윤이는 우리 집에서 며칠 함께 지내기로 했다. 나는 밍밍을 도와 따뜻한 차와 담요를 준비했다. 곤히 잠든 동생을 토닥이는 호수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다.     

다음날 아침, 무심코 창가를 바라본 나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다.

“어디 갔지?”

창가에 올려둔 돌이 보이지 않았다. 간밤에 비바람이 칠 때 창문을 닫다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나는 돌이 어디 떨어졌는지 보려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말도 안 돼!” 

뒷마당에 처음 보는 커다란 돌이 놓여 있었다. 우당탕탕 계단을 뛰어내려 가 소리쳤다.

“호수 말이 맞았어! 돌이 자랐어!”

밍밍과 도하가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왔다. 

“돌이 자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를 따라 뒷마당으로 나온 밍밍과 도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울퉁불퉁한 감자만 하던 돌이 하룻밤 사이에 수박 한 통은 될 만큼 자라 있었다.

“나 지금 꿈꾸고 있니?”

밍밍이 이마를 손으로 짚으며 도하에게 기댔다. 호수가 창문을 열고 외쳤다.

“내가 그랬잖아. 자라는 돌이라고.”

호수는 그 돌이 도서관 반납함을 통해 다른 우주에서 온 돌이라고 했다. 내게 꼭 그 돌을 주고 싶었다고.

“언니, 나 배고파.”

호윤이의 말에 우리 모두가 한꺼번에 바빠졌다. 나는 부엌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며 우주다방 벽에 적혀 있던 글귀의 나머지 부분을 떠올렸다.     


여행자는 어디에나 있다.

우주다방은 끝이 아니라 시작.

원한다면 언제든 다른 우주로 갈 수 있고, 다른 우주에서 올 수 있다.

당신이 간절히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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