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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퐁 Apr 09. 2023

우주가 많은 방

6.

2012년, 미항공우주국 NASA가 지구 상공에 포털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는 소문이 있다.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랑 마을은 참 이상한 곳이다. 어떤 이유로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우주로 떠나온 사람들이 도착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도하도 그중 한 명이었다.

“우주다방에 가면 다른 세상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

밍밍은 다른 우주로 가기 위해 이랑 마을을 찾아왔다고 했다. 

“나인 채로 살아가는 게 너무 괴로워서. 그래서 여기에 왔지.”

밝음의 한도 초과를 인격화한다면 그건 바로 밍밍일 거다. 밍밍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니 새삼 놀라웠다.

“그랬는데. 여기서 도하를 딱 만난 거지.”

그렇게 둘은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밍밍은 도하와 함께 이 우주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설명하자면 길지만, 우여곡절 끝에 내가 태어났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나는 내내 궁금했던 이야기를 물었다.

“왜 이 마을을 떠난 거야?”

십 년도 넘게 이랑 마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았던 이유가 궁금했다. 밍밍과 도하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것도 날 위해서야?”

그럼 그렇지. 정말이지, 못 말리는 엄마들이다.

“우리야 이 마을에 사는 게 편하지. 하지만 넌 아닐 수도 있잖아. 네게 선택권을 주고 싶었어.”

그 마음이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되는 내가 싫었다.

태어날 때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태어나 보니 나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낯선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나의 엄마들, 밍밍과 도하는 내게 사랑을 주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듬뿍,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넓게. 나는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행복했다. 그래서 쓸쓸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고 싶었다.

“왜 이 마을로 돌아온 거야?”

서서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위약금으로 날아가 버린 전세 보증금은 그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다. 밍밍과 도하는 그보다 더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길을 마련해 왔다. 

“일자리가 생겼거든.”

도하가 말하자 밍밍이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것도 아주 멋진 일자리지.”

얼마 전까지 우주다방을 관리해 온 정복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건 두 달 전이었다. 도하를 비롯한 여행자들에게 차기 관리인 자리를 제안하는 연락이 갔고, 도하는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호수 혼자 많이 힘들었을 거야. 이젠 같이 헤쳐나가 보려고.”

호수, 내게 돌을 준 사람의 이름이었다.

그 순간 나는 어쩌면 이랑 마을을 생각보다 더 많이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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