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계단을 올라온 사람은 내 또래로 보이는, 많아야 나보다 두어 살 더 먹었을 것 같은 여자였다.
나는 당황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어딘가를 찾아 헤매다 우연히 그 자리에 서게 된 사람인 것처럼. 그 사람은 나를 보고 흠칫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늦었네요. 오늘은 어차피 닫혔어요.”
‘어차피’라니,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힘들었다.
“아니, 저는 그건 아니고. 산책을 좀…….”
“아, 산책하던 길이었구나.”
“그럼, 이만…….”
그 사람은 허우적대며 돌아서는 나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불러 세웠다.
“잠깐만!”
내가 돌아보자 그 사람은 손에 쥔 뭔가를 내밀었다.
“이거 가질래요?”
나는 슬금슬금 가까이 다가가 넌지시 내려다보았다. 돌이었다. 못난이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고 주먹보다 조금 작은 돌.
“이게 뭔데요?”
“이사 선물.”
그 말은 내가 이랑 마을에 이사 왔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순간 뒤로 몇 발짝 물러났다. 이사 온 뒤로 누구도 만난 적 없는데 어떻게 벌써 내 존재를 알고 있을까 두려웠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절 아세요?”
“글쎄요?”
그 사람은 내 쪽으로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어 보였다.
“그래서, 이거 갖기 싫어요?”
이랑 마을에는 이사 선물로 돌을 주는 전통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나는 엉겁결에 돌을 받았다.
“운이 좋네요. 그거 아주 특별한 돌이거든요.”
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밤의 골목에서 굳이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거짓말.”
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그 사람은 눈을 크게 떴다.
“진짠데?”
“돌이 어떻게…….”
“쉿! 비밀을 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떡해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는 그 사람을 보자 말문이 막혔다. 설마, 믿으라는 건가?
“그나저나, 그게 왜 말이 안 돼요?”
“원래 그런 거잖아요. 돌은 돌이니까.”
“세상에 원래 그런 건 없어.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네? 그거랑 이거는 좀…….”
“암튼 반가워요. 난 호수라고 해요. 또 봐요.”
호수라는 사람은 경쾌하게 손을 흔들더니 건물 이 층으로 올라갔다. 잠시 후 이 층 창문이 밝아졌다.
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울퉁불퉁한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