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살아 온 세계

1장. 영혼과의 조우 - 2

by 어진 마음의 시선


나는 관심이 생기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호기심이 생기면 해결될 때까지 돌진한다. 그런데 하필 주제가 영혼이라니! 고생문이 열리는 순간이었지만, 즐겁게 몸을 던졌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영혼은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영혼이라는 말이 잊혀져 가는 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나는 한 번도 그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나에게 영혼은 그저 무의식과 유사한 무엇이었다. 그래서 영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시도한 것도 명상이었다. 명상을 하면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다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적당한 곳을 찾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저 마음을 조금 더 깊고 차분하게 들여다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그 곳에 상상할 수 없던 놀랍고 경이로운 세계가 있었다. 육체적 감각 너머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몸 밖에서 바라본 나는


나는 평생 논리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다. 당연히 초월적인 세계는 관심조차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앞에 갑자기 기대하지 않았던 세계가 열렸다. 무협지에나 등장할 만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혹시 어둠도 입체로 갈라질 수 있음을 경험한 분이 계실는지... 그 날, 나는 깊은 명상 상태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눈 앞의 어둠이 입체감을 띠며 멀어지는 듯하더니 이내 내가 몸 밖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우주라 생각되는 검은 공간 속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나’, 다시 말해 나의 의식은 분명히 그 몸 밖에 있는 나에 있었다. 고요히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육체는 오히려 처음 만난 듯 낯설었다. 처음으로 나는 육체와 분리되어 존재하는 의식의 상태를 경험한 것이다.




만약 내가 종교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그 경험을 곧바로 사후 세계와 연관시켰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였으므로 그것이 사후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영혼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식의 문제는 다르다.


몸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몸 안에 있을 때와 다를 바 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당황하기도 하고, 곧 상황을 인식하여 몸을 바라보기도 하고, 이 곳이 어딘지 의아해 하며 둘러보기도 하고…. 몸이 없을 뿐 나는 똑같은 나로 존재했다.

그래서 이 경험은 나에게 사후세계가 아니라 마음에 관한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인문학 위에서 세계관을 구축해 온 사람이다. 그래서 인문학에서 ‘마음’이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육체와 정신이라는 두 자원을 선물 받는다.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 두 자원을 쓰면서 살아간다. 이 중 육체에 관해서는 과학의 공로로 비교적 많은 사실이 알려져 있다. 육체는 물질이고 다른 물질을 섭취함으로써 힘을 얻는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작동된다.


그렇다면 정신은 어떨까? 어디에 존재하며 어떻게 유지될까?




우리는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 또 매일 마음을 쓰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떻게 유지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바가 많다. 그래서 이를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이 제시되고 있는데, 우리 시대에 가장 힘을 얻고 있는 가설은 ‘뇌에서 정신이 비롯된다’는 부수현상론이다.


사실 의식이 분리되는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것이 가설이 아니라 정설이라고 믿었다. 그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수많은 실험 결과가 가설을 입증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미처 밝히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 특별한 경험 이후에 뇌과학에 대한 나의 믿음은 곧 재검토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철학자가 이미 주장해 왔듯이, 나의 진짜 모습은 육체가 아니라 정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육체는 왜 필요할까? 정신과 육체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의문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내가 수천 년간 인류가 밝히려 애써 왔던 문제 앞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철학자가, 그리고 지금은 과학자까지 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육체인가, 정신인가? 둘 중 하나라면 그것은 다른 하나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그 날의 경험을 계기로, 영혼에 대한 나의 막연한 호기심은 ‘영혼과 마음의 관계’라는 보다 실용적인 문제로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어느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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