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다시 마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 1
많은 사람이 마음 때문에 힘겹다.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기억 때문에 아프고,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 않는 감정 때문에 고통받는다. 때론 의지를 배반하며 흔들리는 마음 때문에 혹독한 방황의 시간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늘 그렇게 살아와서인지 그것을 해결할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마음의 혼란과 고통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음의 고통, 당연하지 않다
삼십 년 전 돌아가신 니의 할머니는 환갑을 넘기던 무렵부터 신경통으로 고통받으며 사셨다. 그 시대 노인들이 으레 그러했듯,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도 참고만 사셨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통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 수술도 하고, 물리치료도 받으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삼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가 몸에 관해 그만큼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해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고전 문헌학자인 브루노 스넬(Bruno Snell)에 의하면 약 3,000년 전 그리스에는 ‘몸’이라는 단어가 없었다고 한다. 대신 ‘사지(四肢)’나 ‘피부’ 같은 단어로 몸을 표현했는데, ‘몸을 씻는다’고 할 때는 ‘피부를 씻는다’로, ‘몸이 떨린다’고 할 때는 ‘사지가 떨린다’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그들이 ‘몸’이라는 단어를 갖지 못한 것은 통합적 구조로서의 몸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괄적 의미의 ‘몸’이라는 단어는 인식할 수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인류가 사지와 피부를 포괄하는 ‘몸’의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2,500년경 그리스를 중심으로 철학과 과학이 태동하면서부터였다. 그리스와 로마의 의학자들은 해부와 관찰을 통해 ‘몸’에 관한 이해를 넓혀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전에는 해결할 수 없다고 믿었던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2,5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몸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러면 마음에 관해서는 어떨까. 우리는 정신적 고통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까?
정신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 많은 전문가가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심리학적 지식이 늘고, 항정신성 약품의 처방 건수가 느는데도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마음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가 아직 마음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신체적 고통이 일종의 경고임을 알고 있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몸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세균이 침입했거나, 물리적인 문제가 생겼거나, 이유가 무엇이건 몸이 항상성을 잃을 위험에 처했을 때 몸은 고통의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면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신적 고통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음, 위로가 아니라 설명서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흔히 위로하거나 힘을 주면 마음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나는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장 난 기계를 고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내부를 들여다 보아 문제가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다. 밖에서 두드리거나, 윤을 내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마음도 같다. 마음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고,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겼는지 찾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힘을 내라고 윽박지르거나, 위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물론 잠시 개선되는 효과는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쓰면서 알게 된, 내 경험의 결론이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구조와 기능 설명서'다. 몸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해부도가 필요한 것처럼,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마음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줄 이론이 필요하다.
마음에 관한 책이 도서관에 가득한데도 우리가 더 행복해지지 않는 것은, 마음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이해에서 출발하지 않고, 증상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차원에서부터 마음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밝힌 마음 설명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은 뛰어난 적응력 덕분에 고통에도 곧 익숙해진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나 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상 벗어나 보면, ‘삶은 어차피 이런 것’이라는 익숙함이 어떻게 우리를 옭아매고 고통스럽게 해 왔는지 알게 된다.
우리는 먼저 마음을 이해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의 목적은 ‘이해’가 아니라 ‘이룸’에 있다. 그간 몸의 문제를 해결해 왔듯이, 이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해 우리 정신에 내재한 본래의 역량과 잠재력을 이끌어내 보자.
※ 짧은 요약
몸이 아픈 것이 당연하지 않듯이, 마음이 아픈 것도 당연하지 않다. 이 글은 마음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밝혀 마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 인용자료
브루노 스넬, 『정신의 발견』, 까치, 1994년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