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니 가을과 관련된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을에 볼 수 있는 열매 즉 과일, 채소들을 가지고 이야길 시작해 다양한 놀이수업을 진행하고있는데요.
예를 들면 가을 열매가 그려진 볼링핀 쓰러트리기, 생소한 단어들 그림과 매치시키며 알아가기(대추나 은행을 잘 몰라해요), 떨어진 가을 열매나 낙엽들로 액자나 내 이름꾸며주기 등 아이들에게 있어 열매란 무궁무진한 수업재료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급식관리지원센터서 진행 중인 '채소야 놀자'프로젝트는 아이들의 건강까지 책임지며 조금이라도 채소와 더 친숙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사업인데요. 지원받은 준비물 갖고 열심히 꾸며준 뒤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던 '콩나물 놀이'! 저 역시 까르르 웃음소리에 같이 웃기 바빴답니다.
콩나물 풍선 갖고 놀기/ 콩나물로 사자 갈기 만들어주기
또 어제는당근으로 오감놀이를 진행했습니다. 각자 원하는 것을 만들려 꽤나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였는데 그중 한 여아가 가족끼리 갔었던 기차여행 이야길 꺼내는 것였습니다.
자르고/빨대 꽂아도 보고/기차 칙칙폭폭 놀이까지
놀이하다 한 번씩 먹어보는 당근, 조금 친해졌어요!
빨대를 꽂아 만든 당근 조각은 아이의 가족들, 긴 당근에 빨대 꽂은 건 기차 그리고 당근채로 늘어뜨려 만든 기찻길까지. 그렇게 당근 기찻길 위로 달리는 당근기차를 보며 아이는 쉴 새 없이 자신의 이야길 했습니다. 가족과기차를 타여행을 갔었고 누구와 함께 탔는지 가서 무엇을 했는지를 말이죠.(얘기하다 갑자기 당근 냄새가 좋다며 킁킁 맡아보고 먹어보기도 하고 잠깐였지만 당근과 친해졌던 시간였습니다)
감을 보며 이야길 하는 아이
어느 날은 한 아이가 감이란 열매를 보며 외할머니 이야길 꺼낸 적도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주신 감이 생각났는지 이 열매 먹어봤다며 자신 있게 자랑하고 또 맛은 이랬고 선생님도 먹어봤냐는 등 얘기할 것도 물어볼 것도 참 많아 보였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먹어본 채소, 과일에 대해알아가고 그 순간 자신이 경험했던스토리를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음식에 대한 기억이 좋았을 경우 이를 어딘가에 사진과 스토릴 적어두곤하는데요. 다시 말해 음식이 만들어주는, 먹어본 식재료가 가져다주는 추억이 아이들에게도 뜻깊게 남았었기에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나 봅니다.
아이들이말하는 그 식재료의 스토리엔 보통 따뜻함과 웃음이 깃들어있고 행복감도 보이며 또 떠올리고 싶을 만큼 어딘가 신이 나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그 기억은 놀이를 통해서 참 많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모형으로 된 음식장난감을 갖고 역할놀이를 한다거나 오늘처럼 오감놀이 때 말이죠. 이렇게 보면 놀이의 출발점이 어렵지 않고 그저 나의 일상서 무엇을 먹었는지 또 먹으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따라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루에 적으면 두 번 많음 세 번까지, 아이들은 매 식사 때마다 어떤 추억들을 켜켜이 쌓고 있을까요?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스토리가 될 어떤 음식을 시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일상서 늘 먹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아이들에게 추억이 될 기분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시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우리만 기억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시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저희 아이는 아빠와 피자 만들기 한 게 인상 깊었는지 피자는 무조건 아빠랑만 만들려 한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누군가와 함께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소재, 바로 식재료를 통해서 우리들만의 기억들을 쌓아갈 것입니다. 함께 즐기며 이야기하고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토리 담긴 음식'이야말로 훗날 그들의 삶과 태도마저 대변해 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