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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Oct 16. 2024

선생님 고마워/ 스티커 붙여줄게

칭찬 스티커판이 가져다준 선물


4살, 만 2세의 아이들에게 교사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참 많습니다. 혼자서 할 줄 아는 건 많아졌지만 스스로 하려 하지는 않고 또 해야 할 일이 뭔지 알면서도 안 하고 싶어 하는 즉 청개구리식 모습이 보일 때 있기 때문입니다. 점점 자아가 커지면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시작한 아이들. 어쩌면 지금의 사회가 정해놓은 수많은 기준과 규칙 속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지만 당연하게 배워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한 요즘인지라 저는 더 말이 많아지나 봅니다.


또 자신의 감정 또한 조절하기 시작했는데 기쁠 땐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슬플 땐 함께 슬퍼할 줄도 아는 바로 공감의 마음 또한 깨닫고 조금씩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잠시 뒤로 하고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려 하면서 그 순간 자신이 어떻게 하면 상대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혹은 함께 아파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아이가 제게 '고마워'라고 표현했던 날이었습니다. 그 순간 앞서 얘기했던 생각과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을 좀 더 풀어보자면 이랬습니다.


시끌벅적한 교실 안,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원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 종이 여러 장과 테이프를 들고 아이들 이름이 붙여져 있는 서랍장으로 향했는데 몇몇이 제게 달려와 이게 뭔지 물으며 궁금해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칭찬스티커판!


게다가 아이들 제각각 좋아하는 캐릭터들로 꾸며진 칭찬스티커판였기에 와-라는 환호성부터 스티커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 서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좀 전보다 더 시끌시끌한 상황이 버렸습니. 특히 여아들은 티니핑 캐릭터 하츄핑부터 시크릿쥬쥬가 그려져 있었고, 남아들은 경주용 자동차부터 공룡, 변신로봇 등이 그려진 다양한 스티커판을 전 줄지어 붙여 갔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다가도 자신의 수납장 앞을 서성이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다 이게 뭘까 다들 궁금해했기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했다거나 지켜야 할 규칙을 잘 지킨 친구들에게 스티커를 붙여주고 마지막 번호까지 붙였을 경우(1~30까지) 선물을 주는 칭찬스티커판이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선물이란 단어에 귀가 번쩍! 눈이 동글! 해지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꿔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놀이를 하며 교실서 지켜야 할 규칙 또한 잘 따르며 지내려 했습니다. 정리시간이 되자 몇몇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 또한 보였고, 점심시간이 되어선 장난치기 바빴던 아이들마저 바른 자세로 숟가락을 들며 열심히 먹기도 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더니 칭찬은 아이들의 태도를 잠시라도? 바꿀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각자의 칭찬거리에 "참 잘했어요!"라고 스티커를 붙여주며 머릴 쓰다듬어주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행복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말로만 하는 칭찬이 아닌 점점 붙여져 가는 스티커를 눈에 담으면 담을수록 마치 내 안의 칭찬주머니가 점점 가득 채워져 가는 모습이라 그런지 스스로를 뿌듯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그것이 나의 태도와 습관이 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자랄 것이라 여겨 계속해서 아이들의 태도가 스스로 만들어지게끔 도와주기로 맘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스티커를 판에다 붙이고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고마워, 선생님한테도 스티커 붙여주고 싶어."라고 말이죠. 그 이야길 듣고 제게 붙여주고 싶다는 그 아이 마음에 환한 미소를 지어줬습니다.


무언가에 인정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타인에게 감사의 표시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사실 쉽게 볼 수 없때문였습니다. 인정받아 기쁘고 좋아라 하는 감정이 아닌 자신을 칭찬해 준 상대에 대한 태도를 헤아려 감사를 표한 아이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 그 아이의 말 한마디가 제 맘 속 깊이 어딘가에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칭찬을 당연하게 생각지도 않고 오히려 칭찬해 준 사람에 대해 감사를 표하다니, 심지어 자신을 칭찬했듯 다른 누군가에게 역시 칭찬해 주고픈 즉 그 사람을 향해 '당신 잘하고 있어요'라며 토닥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니! 정말이지 들은 걸 곱씹을수록 그 아이의 마음이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가 참 대견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딸아이도 지난 며칠간 고열로 인해 꽤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밤마다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엄마에게 "엄마 고마워"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생일날 역시 열이 안 떨어져 집에서라도 재밌게 보내고 싶어 풍선을 불어 파티를 해주려는데 곁에서 환하게 웃으며 "엄마 고마워"라고 또 표현을 하는 것였습니다.


부모이기에 사랑하는 자식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였던 것뿐인데, 그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랑을 고맙다고 느끼곤 말로 표현해 주다니 뭔가 아이에게서 어른의 향기가 나는 듯했습니다.


아직 작고 작은 마음과 배울 거 투성의 좁디좁은 생각주머니의 소유자 아이인데도 아이들의 이런 생각지 못한 표현은 어른의 태도마저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태도는 어른의 거울임을 잘 알기에 아이의 사랑 표현 앞에서 저 역시 더 크고 넓은 사랑을 주길 약속하게 됩니다.


칭찬 스티커판은 아이를 춤추게 했지만 그로 인한 아이들 맘속에 피어난 꽃으로 어른마저 미소 짓게 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내일도 만나게 될 아이들, 얼마큼 피워 갈 꽃이 될 진 잘 모르겠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감정과 생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잔잔한 파도가 되어줄 태도가 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제가 보여야만 하는 사랑의 태도로 아이들에게 나아가려 합니다.


"얘들아, 내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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