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우미 Oct 01. 2024

한글에도 색이 덧입혀진다면?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는 시간


요즘 들어 확실히 여름보단 가을이란 계절에 맞게 단어 사용부터 옷차림까지 삶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밖을 나가봐도 눈에 보이는 낙엽들이 색을 바꾸고 세찬 바람에 못 이겨 바닥에 쌓여있는 모습을 볼 때면 가을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에 저 역시 젖어드는 듯합니다.


아이들과도 원에서 가을과 관련된 다양한 놀이를 진행해 봤습니다. 산책하며 모은 낙엽들로 '가을나무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봤고 가을에 볼 수 있는 꽃과 열매에 관한 동요도 함께 부르며 퍼즐도(코스모스, 벼, 단풍&은행잎, 허수아비 그림) 맞춰봤습니다.



가을 관련된 동요

-도토리

-허수아비 아저씨

-가을 길

-다람쥐

-바람개비

-가을밤 등등



그리고 오늘은 '가을단어책'을 함께 만들어봤는데 먼저는 책에 들어갈 다양한 가을 관련 그림들을 색칠하고 글자 또한 따라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 글자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가 깊은 발달 단계는 아니지만 한글에 대해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끔 그림과 함께 노출해 주며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노래도 불러가며 색칠놀이가 한창인데 유독 한 아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한글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특히 받침 없고 따라 말하기 쉬운 글자는 몇 개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스스로 읽을 수 있는 글자나 읽지는 못해도 궁금한 단어 있다면 스스럼없이 제게 묻고 답해주곤 했는데요. 색칠 후 한글을 쓰는 도중 아이는 한글에 색을 입혀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아래 그림처럼 말입니다.



감을 적절하게 색칠해 주곤 '감'글자마저 감처럼 색칠해 줬던 아이, 그렇게 쓴 의도가 궁금해 알 것 같으면서도 물었더니 글자 역시 감처럼 써보고 싶었다고 얘기를 하는 것였습니다.




한글 즉 글자는 늘 검은색 어쩌다 파란색이나 빨간색으로 마치 정해진 색에 맞춰 써야 보기도 좋고 읽기도 편하다 생각했었는데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엔 그런 기준 자체가 없어 자유해 보였습니다.


순간적으로 검은색 사인펜이나 색연필을 건네주려 했던 제 모습 속에선 이 같은 자유함이나 개방적인 생각이 없었음을 느꼈습니다. 또 제 행동이 마치 정답이라는 냥 아이에게 일방적인 가르침 또한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아이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칭찬해 줬더니, 으쓱하며 씩 웃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제 아이를 보면서도 넌 나와는 아니 우리 기성세대와는 분명 다른 세상 속에서 살 게 될 거라 말해주고 상상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삶 역시 지금의 삶과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을 테고 더 혁신적이며 새로운 것들을 습득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틀에서 벗어나야)


오늘은 거기에 덧붙여 그런 세상 속 아이들의 시선 또한 정말 말 그대로 무한함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눈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기성세대들 대부분은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자랑스럽고 뿌듯해하며 마치 이것만이 정답이라는 사고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전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그분들의 인생을 지난 세월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었지 타인의 삶 속에선 기준이 아닌 한 가지 예시였을 뿐 아이들의 인생 또한 아이들의 생각으로 키워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과거 속 삶의 방식에만 메이지 않고 앞을 향해 다양한 꿈을 꾸며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더욱더 마음을 열어둬야 할 것입니다. 어른이란 이유로 앞선 세대란 이유로 세웠던 기준이 규준이라 말하지 않고 함께 지킬 규칙은 있겠지만 모든 상황 속에선 다 적용할 수는 없음의 유연함을 지니고 있어야 되겠습니다.


분명 우리와는 다른 존재, 다른 정체성의 모습으로 살게 될 다음세대들, 오늘 이 아이를 보며 더욱더 앞으로가 궁금하고 설레며 기대해보려 합니다.


제 어릴 적 모습도 분명 다채로운 색을 띄웠을 텐데 어느새 검은색 아니면 빨간색 단 몇 가지의 색으로밖에 보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자신의 시선을 탓하진 않겠지만 이 시선이 우리 아이들의 시선에는 방해가 되지 않도록 생각을 조금 열려합니다.


열린 가능성이 담긴 아이들의 시선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교사인 저 역시 보다 열린 바탕색이 되어 곁에 있어주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01화 머릿속에 번개가/ 마음속에 비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