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과연 눈치란 단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가만히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유가 뭘까, 왜 눈치를 보고 있다 말하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그 이유를 물어봐야 했습니다.
"왜 엄마 눈치를 보고 있어?"
"화가 나, 마음속에 가시가 생기고 있어. 점점 자라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였습니다. 분명 눈치란 사전적 의미를 오해하고 화가 났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화는 또 왜 났을까 이어 물어보자 제가 비행기를 태워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비행기의 '비'자도 꺼낸 적 없었는데 웬만하면 지킬 약속만 하는 편이었기에 조금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제 억울함을 토로 한들 달라질 건 없다 생각해 이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속상한 맘이 들었던 것에 공감을 해준 뒤 어느 정도 소화가 되었을때쯤 원하던 비행기를 태워줬습니다.(아이는 그제서 방긋 웃고 미워했던 엄마를 껴안아주었습니다)
옆에서 남편은 "도대체 저런 표현은 어떻게 알고서 하는 건지?" 라며 신기한 듯 제게 말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오늘 일하면서 일어났었습니다.
사자반 담임으로서, 4살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을 때였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점심시간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게 허용하는 편인데 갑자기 남자아이 한 명이 오전에 놀이시간 중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였습니다.
일단 오전에 있었던 상황의 전개는 이러했습니다.
그 아이는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고 다른 친구에겐 빌려주지 않은 채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가 다른 친구들과 줄을 이용해 종이컵 전화기를 만들려 하자 그 아이 역시 함께 하고 싶어 가까이 오려던 찰나 저는 미안하다며 함께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그 아인 순간 울음을 터트렸고 어느 정도 진정된 후 함께 이야길 나눴습니다.
"OO야 왜 울었어? 어떤 게 속상했어?"라고 묻자
"함께 전화기 만들지 못해서요."
"그랬구나, 그런데 아까 다른 친구들도 너와 함께 장난감 갖고 놀고 싶었는데 그때 OO은 어떻게 했어?"
그러자 그 아이가 곰곰이 생각에 빠지더니 혼자서만 하려 했다고 욕심냈다는 것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곤 그렇게 말해서 속상했을 친구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였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다가가 사과를 했던 OO이.
그렇게 다 같이 종이컵 전화기를 만들고 함께 신나게 통화하는 모습였습니다.
종이컵 전화기로 대화중
서로가 웃으며 끝이 났던 놀이시간.
그리고 앞서 얘기했던 점심시간에 그 아이는 이때의 상황 속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였습니다.
"선생님, 아까 머릿속에 번개가 있었어, 그리고 눈물이 났을 땐 마음속에 비가 내렸어. 그런데 ♡♡(장난감 빌려주지 않아 속상했을 친구) 마음속에도 비가 내렸겠네."라고 말이죠.
아이의 이야길 잠잠히 듣고 있던 저는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 함께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땐 그런 마음 들 수 있지, OO은 번개가 치고 비도 내렸었구나, 많이 속상했겠네."라고 답해줬습니다.
그러더니 밥을 가득 몇 숟가락 먹고 이내 아까 상처 줬던? 그 친구에게
"OO야, 밥 다 먹고 같이 장난감 갖고 놀자."라고 말하는 것였습니다.(흐뭇하게 쳐다봤네요^^)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화가 나고 눈물이 나는데 이 마음을 어떻게 토하고 어떻게 받아들여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지 한 걸음 한 걸음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고 우리는 잘하고 있을까요?
저 역시 제게 남아있던 부정적 감정을 제 때 표현하지 않아서 건강한 방법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맘 속 깊이 갖고만 있을 때가 많은데요.
부정적 감정 또한 일단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운 감정이 아닌 지극히 당연한 감정이고, 누구나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인데 이때 꼭 필요한 건 충분한 공감과 건강한 감정으로 재표현할 줄 아는 기회를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언제나 바뀔 수 있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성장하며 나란 사람의 정체성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모든 감정을 겪더라도 오직 방향만은 한결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존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면서 말이죠. 수많은 상황 속 다양한 감정 특히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역시 우린 서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요, 더 나아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지속해서 어울릴 수 있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게끔 말입니다. 그리고 교사인 저는 먼저 본이 되는 대화로 삶의 모습으로 이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나도 너희들과 계속해서 함께 하는 자요, 너희들과 모든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사이좋게 어우러져 지낼 한 명이 되어주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