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만2세의 아이들에게 교사가이야기하는 것들은 참 많습니다. 혼자서 할 줄 아는 건 많아졌지만 스스로 하려 하지는 않고 또 해야 할 일이 뭔지 알면서도 안 하고싶어 하는 즉 청개구리식 모습이보일 때 있기때문입니다. 점점 자아가 커지면서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기 시작한 아이들. 어쩌면 지금의 사회가 정해놓은 수많은 기준과 규칙 속에서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지만 당연하게배워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듯한 요즘인지라 저는 더 말이 많아지나 봅니다.
또 자신의 감정 또한 조절하기 시작했는데 기쁠 땐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슬플 땐 함께 슬퍼할 줄도 아는 바로 공감의 마음 또한 깨닫고조금씩드러내고 있습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잠시 뒤로 하고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려 하면서 그 순간 자신이 어떻게 하면 상대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혹은 함께 아파할 수 있을까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어느날 한 아이가 제게 '고마워'라고 표현했던 날이었습니다.그 순간 앞서 얘기했던 생각과 여러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들었던것 같습니다.
상황을 좀 더 풀어보자면 이랬습니다.
시끌벅적한 교실 안,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원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 종이 여러 장과 테이프를 들고 아이들 이름이 붙여져 있는 서랍장으로 향했는데 몇몇이 제게 달려와 이게 뭔지 물으며 궁금해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칭찬스티커판!
게다가 아이들 제각각 좋아하는 캐릭터들로 꾸며진 칭찬스티커판였기에 와-라는 환호성부터 스티커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 서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느라 좀 전보다 더 시끌시끌한 상황이돼버렸습니다. 특히 여아들은 티니핑 캐릭터 하츄핑부터 시크릿쥬쥬가 그려져 있었고, 남아들은 경주용 자동차부터 공룡, 변신로봇 등이 그려진다양한 스티커판을 전 줄지어 붙여 갔습니다.아이들은 놀이를 하다가도 자신의 수납장 앞을서성이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다 이게 뭘까 다들 궁금해했기에,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했다거나 지켜야 할 규칙을 잘 지킨 친구들에게 스티커를 붙여주고 마지막 번호까지 붙였을 경우(1~30까지) 선물을 주는 칭찬스티커판이라고 설명해 줬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선물이란 단어에 귀가 번쩍! 눈이 동글! 해지더니 갑자기 태도를바꿔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 다투지 않고 사이좋게 놀이를 하며 교실서 지켜야 할 규칙 또한 잘 따르며 지내려했습니다. 정리시간이 되자 몇몇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 또한보였고, 점심시간이 되어선 장난치기 바빴던 아이들마저 바른 자세로 숟가락을 들며 열심히먹기도 했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더니 칭찬은 아이들의 태도를 잠시라도? 바꿀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각자의 칭찬거리에 "참 잘했어요!"라고 스티커를 붙여주며 머릴 쓰다듬어주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행복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말로만 하는 칭찬이 아닌 점점 붙여져 가는 스티커를 눈에 담으면담을수록 마치 내 안의 칭찬주머니가 점점 가득 채워져 가는모습이라 그런지 스스로를뿌듯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그것이 나의 태도와 습관이 되기까지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많은 감정을 느끼고 자랄것이라 여겨 계속해서 아이들의 태도가 스스로 만들어지게끔 도와주기로 맘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아이가 스티커를 판에다 붙이고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고마워, 선생님한테도 스티커 붙여주고 싶어."라고 말이죠. 그 이야길 듣고 제게 붙여주고 싶다는 그 아이 마음에 환한 미소를 지어줬습니다.
무언가에 인정받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타인에게 감사의 표시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은 사실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였습니다. 인정받아 기쁘고 좋아라 하는 감정이 아닌 자신을 칭찬해 준 상대에 대한 태도를 헤아려 감사를 표한 아이의 감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 그 아이의 말 한마디가 제 맘 속 깊이 어딘가에 남겨지게되었습니다.
칭찬을 당연하게 생각지도 않고 오히려 칭찬해 준 사람에 대해 감사를 표하다니, 심지어 자신을 칭찬했듯 다른 누군가에게 역시 칭찬해 주고픈 즉 그 사람을 향해 '당신 잘하고 있어요'라며 토닥일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니! 정말이지 들은 걸 곱씹을수록 그 아이의 마음이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가 참 대견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제 딸아이도 지난 며칠간 고열로 인해 꽤 힘든 시간을 보냈었는데 밤마다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엄마에게 "엄마 고마워"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생일날 역시 열이 안 떨어져 집에서라도 재밌게 보내고 싶어 풍선을 불어 파티를 해주려는데 곁에서 환하게 웃으며 "엄마 고마워"라고 또 표현을 하는 것였습니다.
부모이기에 사랑하는 자식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였던 것뿐인데, 그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랑을 고맙다고 느끼곤 말로 표현해 주다니 뭔가 아이에게서 어른의 향기가 나는 듯했습니다.
아직 작고 작은 마음과 배울 거 투성의 좁디좁은 생각주머니의 소유자 아이인데도 아이들의 이런 생각지 못한 표현은 어른의 태도마저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태도는 어른의 거울임을 잘 알기에 아이의 사랑 표현 앞에서 저 역시 더 크고 넓은 사랑을 주길 약속하게 됩니다.
칭찬 스티커판은 아이를 춤추게 했지만 그로 인한 아이들 맘속에 피어난 꽃으로 어른마저 미소 짓게 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내일도 만나게 될 아이들, 얼마큼 피워 갈 꽃이 될 진 잘 모르겠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감정과 생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잔잔한 파도가 되어줄 태도가 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제가 보여야만 하는 사랑의 태도로 아이들에게 나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