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좋아요

어쩌면 내가 교사가 된 이유

by 유우미


새 학기 3월이 되기 전 (이미 수료했던) 한 아이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한테 예쁜 옷 보여주려고 한복 입고 올 거예요."라고 말이죠.


아이가 생각한 가장 예쁜 옷이란 게 한복이라니 근데 그 옷을 제게 보여준다는 그 순수한 사랑에 그저 말문이 막혔습니다. 담임도 아닌 그저 잠깐 얼굴 보는 정도의 교사일 뿐인데 짧은 시간 속 내비친 사랑마저도 아이들은 사랑이라 여겼나 봅니다. (현재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서서히 스며들어 결국 짙어지기 마련인데 어느새 제게도 정이란 사랑이 물들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제 저마저도 헤어진다는 아쉬움과 새로운 곳에서의 용기 있는 출발을 함께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 일을 계속하려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큰 대가를 바라는 일도 아닌 그저 아이들의 마음속에 제 사랑이 전달되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이 되돌아와 제게도 전달되는 그 순간만이 교사로서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 때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교사라는 역할에 책임감이 더해지고 아이와 더불어 부모와의 소통 속에선 긴장감이 돌았으며 생각지 못한 오해들로 참 많은 일들을 겪었던 그때, 처음으로 쉬고 싶다는 마음마저 들었기 때문였습니다. 도망치듯 내려놨었고 아직은 다른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도 되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이 일을 시작했던 이유는 아이들이 던진 사랑의 '말' 때문였습니다.




어느 날 한 원장님의 부탁으로 잠시 아이들을 맡아야 했던 날, 그 반의 한 남자아이가 제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커서 우유미 선생님처럼 될 거예요"라고 말이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게 그저 완벽하지 않았기에, 사람이란 자체가 예측불허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일 뿐, 그저 아이들에게 교사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아야 되는 어른일 뿐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상황이나 나와 생각이 다른 타인을 탓하지만 않았다면 아이들을 향한 사랑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아이들 앞에선 등을 돌리지 않겠다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그 말 한마디가 절 다시 이곳 세계로 이끌었었는데 어느덧 수료를 앞둔 한 아이에게서도 비슷하게 아낌없는 사랑의 표현을 받고 있는 저였습니다.


비로소 이전 자신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는 순간였습니다.


'우유미 선생님처럼 된다는 말이 무슨 뜻였을까, 그 아이에게 난 어떤 선생님였던 걸까'생각했습니다.

'내가 좋다며 한복을 보여준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의구심마저 들었습니다.


흠 많고 여전히 감정기복도 있으며 때론 선생님이란 역할조차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많은데 과연 나의 어떤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지.


저로선 이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제가 줄 수 있던 사랑을, 진심으로 다가가려 했던 제 마음을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줬던 것 같습니다.


사랑엔 사랑으로 보답하는 것이 정답였을까요? 전 그렇게 그 사랑으로 다시 이 일에 대한 지속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고!


다른 일에 용기를 냈던 것이 아닌 원래 제가 좋아했던 일에 '진정한 용기'를 갖고 도전했던 지난날을 시작으로 이젠 그 아이들과도 작별을 합니다.


훗날 전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고 있겠죠?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잘은 모르겠지만 제게 거쳐가는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길 바라며

그때까지 제가 줄 수 있는 사랑 맘껏 나눠줄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년 동안 함께 했던 여러 아이들아

고마웠어 사랑한다!




지금까지 [아이들로 인해 바라보게 된 시선] 읽어봐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연재를 마치기 전,

때론 비슷한 시선으로 공감해 주시고 함께 고개 끄덕이며 읽어봐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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