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방법

꼭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냐

by 유우미


해가 바뀌고 5살이 되었다면서 목소리가 더 커진 아이가 있습니다. 분명 키도 크고 말도 좀 더 잘하게 되어 이제 4살은 아니겠구나 싶은 맘이 들었지만 덩달아 고집도 함께 세졌다 보니 때에 맞게 익어가야 할(성장해 열매를 맺을) 시간 또한 필요해 보입니다. 올해 또 이 아이들은 제게 어떤 성장의 메시지를 던져줄지 기대가 되는 요즘입니다.




유독 물감놀이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제 얼굴만 보면 "선생님 물감놀이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기 바쁜대요.


짜인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일의 매뉴얼상 일주일치 활동계획안에 맞춰 다양한 놀이를 진행하려고 하는 저는 이 아이의 요구를 들을 때마다 꽤 당혹스럽습니다.

한 아이의 요구만 들어주기 어려운 이 공간에서 전 매일 적절한 타협과 "다음엔 꼭 해보자"라고 기회의 여지까지 남겨주고 어떻게든 아이들과 다양한 놀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또 물감 이야길 꺼낸 그 여아는 다른 놀이를 하면 어떨까 이야기하자 금세 표정이 아쉬움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저 역시 그 표정이 마음에 걸려 "그럼 물감은 아니지만 물과 붓을 이용한 미술이자 마술놀이를 한 번 해볼까?"라고 말하니 다시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그리하여 생각해 낸 도구는 물감이 아닌 사인펜이었습니다. 단순히 그려진 그림 위에 색을 입히기 바쁜 도구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사인펜의 원리를 알면 꽤나 재밌는 활동을 하기 좋은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린 색 표현의 다양성을 사인펜의 묘한 매력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내 그림 위에 무지개가 뜬다면]

: 도화지, 네임펜, 사인펜, 물뿌리개, 지퍼백


[무지개가 피어났습니다]

: 휴지, 사인펜, 같은 크기의 컵, 물


[사인펜으로 붓칠 한? 나의 그림]

: 도화지, 사인펜, 물, 붓, 매직 또는 네임펜


바로 사인펜의 번짐을 이용한 신기하면서도 간단한 미술놀이였습니다.

꼭 물감을 이용해 붓칠을 한 것도 아녔지만 사인펜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느낌의 색 표현은 아이를 충분히 매료시켜 호기심을 더 증폭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이렇듯 색을 칠할 수 있는 도구가 꼭 물감만 있는 게 아니듯 붓과 물만 가지고서도 사인펜 또한 이들과 충분히 어울릴 만큼의 표현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아는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또 사인펜이 없다면 물과 붓만 가지고서도 충분히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대신 도화지보단 갈색 느낌의 상자 위에 그려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도 이와 닮아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해가 바뀐 2025년이지만 여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물감 밖에 없다고 생각하진 않으신가요? 내가 나를 드러내는 루트가 꼭 한 가지뿐이라고 이미 익숙해져 버린 루트에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짜인 틀 속에 가만히 두기보단 시선을 살짝만 돌려 다른 루트 다른 도구가 보인다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또 도구가 참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어른인 우린 굳이 우리가 우리의 생각만 우리의 방식만 아이들에게 고집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의 가지가 여러 곳으로 뻗어갈 수 있게 4살이 가졌던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5살에 맞는 곁가지를 자유자재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우린 그렇게 다양성의 기회를 열어주며 갈 수 있는 올 해가 되길 바랍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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