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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참 아름다워

두 개의 문

by 유우미


앞서 세상을 구하는 방법엔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는 글을 게시했었습니다. 자신의 유익만을 위할 것인지, 타인의 유익마저 구하며 나아갈 것인지 말입니다. 그 이후로 제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면접은 잘 봤습니다. 준비했던 멘트들도 아쉬울 것 없이 이야기하곤 왔는데 최종 합격 통지는 못 받았습니다. 결국 저는 봉사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봉사를 통해서 만난 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생각지 못한 대화의 물꼬를 자꾸만 틀어갔습니다. 왜 이 분을 만나게 하셨을까 의문이 들었다가도 요즘은 필연이었구나 싶은 생각만 가득합니다. 둘 사이의 겹치는 부분이 참 많았기 때문였습니다. 모든 이에게 한 두 개쯤의 굴곡은 다 있을 텐데 그 굴곡의 모양과 그때 겪은 자신의 상태부터 한동안 받은 치료과정에 현재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들까지 뭐 하나 겹치지 않는 게 없었기 때문였습니다. 특히 이 분의 첫째 아이는 ADHD를 겪고 있는 아이였고 어쩌면 제가 공부했던(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이유가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였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조만간 이 아이와의 만남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어떤 대화 어떠한 만남이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그 아이를 만나게 하신 이유에 대해선 알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사실 면접 이후 간간히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와중에 최근 직장어린이집서 만나게 된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한 때 공부를 했으니(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언젠가 이 같은 아이들을 만나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을 주고 싶다 했었는데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을 토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최근 만나게 된 그 한 아이를 보면 오히려 그때 본 면접에서 떨어진 걸 감사하기까지 합니다. 솔직히 센터에서는 이 같은 아이들을 볼 수는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기에(장애영유아에 관한 면접 질문은 하나 없었기 때문였습니다) 지금으로서의 대체교사 일이 어쩌면 자신이 바라던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일 수 있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였습니다.




제가 공부를 하고 이 아이들을 만나기까지 어쩌면 제 머릿속엔 이렇게 해야 이뤄질 수 있겠다 싶었던 건 착각였음을 알았습니다. 만남엔 때가 있고 또 자신의 예상 밖, 전혀 생각지 못한 일들로 경험했기 때문였습니다.


언젠간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장애영유아보육교사로 일할 수도 있겠지만 봉사를 통해 만난 집사님의 아들, 대체교사로 일하며 자연스럽게 만난 한 아이를 마주하며 늘 문이란 건 항상 한 개가 아닌 두 개가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문이 열리지 않는다 싶을 때 다른 한쪽이 열릴 것임을 말이죠.


그러니 얼마나 인생이란 게 아름답지 않나 싶은 오늘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를 향하는지가 중요하지 과정 중의 방법은 통로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도 흘러갈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픈 지금입니다.


혹 내 앞에 놓인 문이 열리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되신다면 오히려 다른 쪽의 시선을 두고 걸어가 보시길 바라며, 생각지 못한 문으로 이끌릴 수 있음을 두려워하지 마시길 권해드립니다.



읽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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