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앞 나무도, 그리고 나도
“5월은 푸르구나.”라는 노랫말처럼 초록이 무성한 계절이 다가왔다.
잎을 벗어버리고 앙상했던 겨울나무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고 집 앞의 나무들이 푸르러지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 집 앞에 있는 나무;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에 가장 먼저 보이는 그 나무는 아주 더디게 푸르름을 향해 나아간다.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뚫지 못해 한 쪽 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블라인드 덕에 아침에 눈을 뜨면 창밖 나무와 하늘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그러고는 남편에게 어제보다 조금 더 초록 잎을 낸 나무에 대해 말한다. 저 나무는 초록 잎이 무성해질 것을 알기에 다른 나무와 비교하지도, 늦는다고 조급해 하지도 않을 거다. 매번 그래왔을 테니까.
하지만 내 안에 있는 조급증은 어제보다 나아진 나의 독일어 실력에 주목하지 않고 여전히 답답한 실력을 바라보며 한탄한다. 더 빨리, 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은 어느덧 속상함, 걱정, 자괴감이라는 감정으로 변해 나를 에워싸고 이내 삼켜버린다.
블라인드를 달지 못한 채 하루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 나무를 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나의 계절에, 나의 잎도 무성히 푸르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