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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과 감자꽈리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왕송호수로 나들이를 나갔다. 먼 곳에 일렬로 늘어선 민물가마우치가 한가롭게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불어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길을 걷다가 말고 히어리님이 걸음을 멈췄다. 네 번째 손가락만 한 길이와 두께의 보라색 꽃 앞이었다.

위로 치솟아 독특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 꽃이 족제비싸리꽃이라고 했다. 잎은 다른 싸리잎과 같은데 꽃은 전혀 다른 모습에 신기해 들여다봤다.

그러자 히어리님이 어릴 적 이 꽃으로 손톱에 바르고 놀았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얼른 꽃을 따서 문질러봤지만 물감이 베어나지 않았다. 지금 족제비싸리는 너무 단단해져서 물감이 베어나지 않는단다.

대신 히어리님은 새순을 따서 내 엄지손톱에 칠을 해 주었다. 반짝이는 펄이 나는 연한 보랏빛이 칠해졌다. 햇볕에 반짝반짝, 기분이 좋았다.

자꾸 엄지손가락을 들여다보는 나를 보고 히어리님은 어릴 적 손톱에 칠한 족제비싸리 꽃물이 지워질까 봐 손도 씻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그날 밤 손을 씻기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밥상을 차린다고 쉼 없이 물속에 손을 담갔다. 비록 내가 한 말까지 까맣게 잊었지만, 족제비싸리 새순을 손톱에 문지른 그동안이라도 어린이로 되돌아간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층 정자에 자리를 펴고 앉았다. 평일이라 전망 좋은 자리를 독차지할 수 있었다.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자연스레 다음 날 그릴 소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각각 한 주 동안 본 동식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함박꽃, 토란잎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 검정물방개유충 등등..

그러다가 감자꽃으로 이야기가 옮아갔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농사를 지었지만 감자꽃을 본 적이 없었다. 성인이 된 뒤라야, 감자꽃이 하얗다는 걸 알았다.

그 말을 듣더니 미루나무님이 말했다.

감자가 실하게 맺히게 하려고 감자꽃을 따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자꽃을 보지 못했을 거라는 거다.

아하, 그런 거구나~~

그런데 열매는?

감자는 열매가 아니라 덩굴줄기라는 건 교과서에서 배워 이미 알고 있었다.

열매를 본 적이 없다!

미루나무님이 감자열매가 있는데 감자꽈리라고 한다고 했다.

바짝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과연 감자열매가 있다.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감자꽈리!

그런데 왜 감자꽈리로 번식하지 않고 덩굴줄기인 감자로 번식을 하는 걸까?

우리의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들이 나간 우리는 폭풍 검색과 열띤 토론 끝에 우리만의 결론에 도달했다.

감자꽈리를 땅에 심고 발아를 하고 성장하기까지는 실패와 더 많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덩굴줄기인 감자를 심으면 발아는 거의 100%에 가깝고, 이미 줄기가 있으니 성장은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스레 이번 주 우리가 그릴 소재는 감자꽃으로 정해졌다.


감자는 꽃이 피는 피자식물이고 떡잎이 두장으로 나오고 잎이 그물맥인 쌍떡잎식물이다. 가지목에 가지과다.

그렇다면 가지과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가지과는 꽃받침이 5장 꽃잎이 5장 수술이 5개 암술이 2개, 열매는 장과 이거나 삭과다.


감자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 끝에 둥근 덩이줄기가 발달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먹는 감자다.

줄기는 똑바로 서서 자라며 가지가 갈라지는 형태를 띤다. 키는 30~60c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며 깃꼴겹잎으로 갈라지고 잎줄기 끝에 커다란 잎이 하나 있고 그 아래에 3~4쌍의 잎이 붙어 자란다.

꽃은 5~8월에 피고 가지 끝에 나는 취산꽃차례다. 취산꽃차례는 꽃이 위에서 아래로, 중앙에서 바깥으로 자라는 꽃차례다. 꽃잎은 흰색 또는 연보라색이다.

열매는 7~8월에 익는데 둥글고 지름이 1~2cm이며 노란빛이 도는 녹색으로 익는다.


놀러 나가서도 감자꽃과 감자꽈리에 대해 알게 되고 그림까지 그리게 되니 너무 즐겁다.

취미와 관심거리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은 이래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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